'TK 콘크리트 TK 딸이 부순다', 12.3이래 대구에 열린 광장에서 주목 받은 한 시민의 구호다. 다소 투박하지만 힘이 담겼다. 그 힘은 'TK 딸'에 담긴 억압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가부장적·젠더이분법적 여지에도 불구하고 이 힘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 윤석열이 열어버린 연대의 장에 끈질기게 모이는 사람은 일상에서 억압을 견디던 사람이다. 싸우는 사람의 얼굴도 자연스레 'TK 딸'로 그려진다.
윤석열퇴진 대구시국대회가 16회차를 맞는다. 이 광장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다양한 사람이 그들을 억압하던 다양한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유발언으로 저마다 윤석열 파면 이후 세상을 그려가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며, 뭉뚱그리지 않고 이해하려는 에너지가 있다. 여기에 우리가 이뤄가야 할 민주주의의 단초가 담겼다. 파면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기에, 이들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공화국을 광장에서부터 만들어가고 있다.
앞은 첩첩산중이다. 정치는 시민의 격을 따라오지 못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윤석열 옹위에 앞다퉈 나섰다. 그들이 기수가 돼 연 광장에는 극우세력이 모이고 있다. 두 광장 사이에 선 시민은 피로감을 쌓아간다. 민주 광장에 모인 이들은 두 광장 사이에서, 일상에서 설득과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모으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의 길, TK에서 열어젖힌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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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엽은 대구경북지역 독립언론 뉴스민 기자이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