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사회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 오른 시민들, 안국역서 13차 다이인 행동 펼쳐

이른 아침 지하철 승강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애인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이주민도 하청노동자도 어느 누구도, 차별 없이 배제 없이 시민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서로의 곁을 지켰다.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에 오른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과 오세훈 OUT"을 외치며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함께 요구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참세상

12일 오전 서울 지하철 안국역 3호선 승강장에서는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 13차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Die-in) 행동이 펼쳐졌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가 주관하고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행동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이들이 함께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윤석열의 파면뿐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시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장애인들도 보통의 시민으로 살자고 외쳤을 뿐"이라며 "이 땅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의 권리를 요구하고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소수자라 외면하고 가난한 자라 차별하는 이 대한민국의 현실은 반드시 갈아엎어야 할 것이다"라고 규탄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불법시위라 하고, 페미니즘이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 하고,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건폭이라 하고, 이주민에 대한 불법적 단속을 성과라 말하고, 보수 개신교와 결탁하여 성소수자를 지우는 정치, 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이 다수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말도 안되는 정치,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혐오와 적대의 정치가 힘을 키웠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비상계엄까지 이르렀던 것"이라 짚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이러한 정치에 분노한 이 땅에 수많은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들과 2·30대 여성들이 광장에 나와 새로운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이라며 제정 18년이 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는 개정과, 지난 18년 동안 제정운동을 펼쳐왔으나 아직도 만들어지지 못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르는 시민연대, 야생맘마 동지 연대 발언. 참세상 

이날 현장에는 '말벌 동지'들도 함께했다. '구르는 시민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야생맘마 동지'는 발언에 앞서 '내란극우세력 척결 사회대변혁 노동자세상 총파업 조직화 공동행동'의 성명을 읽고,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연대를 촉구했다. 

야생맘마 동지는 "노조 여러분, 노동자로서 권리를 박탈당한 장애 시민들을 위해 연대하길 바란다. 민중의 기본권이 침탈당하고 있다. 전장연에 연대하는 시민들은 목이 졸리고 멍이 들고 바닥에 던져지고 끌려 실려 나간다.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여 달라. 나 또한 노동자다. 전장연의 출근길 선전전은 시민으로서 함께 이동하여 출근하기 위한 시위다. 우리의 자유와 평등 해방 세상을 위해 함께 투쟁해달라. 사장에 의해, 사용자에 의해, 폭력적 진압에 동원되는 조합원들을 막아달라. 그 누구도 폭력을 당할 이유는 없으며 폭력을 행할 이유 또한 없다"고 짚었다. 

이어서 "우리는 사람이고 시민이다. 또한 우리의 폭력과 차별 없는 평등 세상 그리고 노동 예방이 있는 해방 세상으로 함께 싸워나갈 동지다.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도 함께하자. 나는 기꺼이 연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믿는다. 우리 같은 곳을 바라보자. 손잡고 해방 세상으로 나아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을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연대했다. 

고은하 금속노조 여성위원장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2년 만에 권리 중심 공공 일자리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중증 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전원 해고했다"면서 "권리 중심 공공 일자리가 집회 시위 등 캠페인 활동에 편중돼 장애 인식에 부정 영향을 만들었다는 것을 (해고의) 이유로 들었다. 스스로의 생계, 생존, 생활을 위한 활동인 권리 중심 공공 일자리, 장애인 동지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캠페인은 그 자체로 노동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탈시설 후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장애인 동지들의 평범한 요구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어야 한다"고 짚었다. 고은하 여성위원장은 또한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은 곧 우리 모두의 안전한 이동"이라면서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 모든 순간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금속노조가 길을 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홍명교 활동가 연대 발언. 참세상 

홍명교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활동가는 "평범한 시민들이 생존과 인권이 위협받을 때 '나중에'를 강요하는 권력자들이 우리를 자꾸 국민과 비국민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구별하면서 우리들의 권리가 서로 충돌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권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남태령에서의 투쟁이, 응원봉으로 연결된 평범한 시민들이, 장애인이 노동자가 퀴어가 여성이 그걸 증명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활동가는 "헌재에서 윤석열이 파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너무 당연하고 우리들의 투쟁이 이룬 성과"라면서 "아마도 이 상태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 정권 교체가 가까스로 될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들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가, 우리 안에 불평등과 차별 혐오 억압이 혐오가 사라지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퇴진이라는 단기적인 싸움에서 승리하더라도 우리는 더 멀리 보고 더 단단하게 그리고 더 넓게 만들기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고 가르쳐주는 돌봄과 연대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우리 일상 곳곳에 불평등한 체제를 바꾸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이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 여전히 미래가 안개 속일지라도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서 오신 동지들을 생각하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동하게 해달라. 이동하게 해달라는 것이 '특정 장애인 단체'의 '특정 요구'로 치부돼야 하나. 교육받고 싶다. 능력에 따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따라서 대접받는 것이 대한민국의, 교육체계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이 나쁜가. 노동자 400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그들은 최중증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라는 정체성도 자기 이름도 가지지 못하면서 비장애인 중심 노동에서 그들의 노동은 그냥 하나의 프로그램이었을 뿐이다. 노동이 어떻게 그냥 프로그램인가" 규탄했다. 그는 "금속노조 조선하청 노동자들과 동덕여대 투쟁을 통해 배우고 있다"면서 함께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참여자들은 다이인 직접 행동 후 헌법재판소 앞으로 이동하여 "여성의, 장애인의, 성소수자의, 이주민의, 노동자의, 지구와 동물들의 이름으로, 우리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발언. 참세상
'평등으로 가는 지하철' 다이인 행동에 나선 시민들.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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