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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척 디(Chuck D)가 힙합을 "흑인의 CNN"이라고 유명하게 표현했을 때, 그는 장르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진실을 짚어냈다. 음악과 항의는 언제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일부 소외된 집단에는 단순히 음악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역대 최고의 저항노래 100곡(The 100 Best Protest Songs) 목록은 거의 한 세기에 걸친 곡들을 포함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재즈, 1960년대 포크, 1980년대 하우스 음악, 2000년대 R&B, 2020년대 쿠바 힙합까지 폭넓은 장르를 아우른다.
이들 중 일부 곡은 억압에 맞서고 정의를 요구하며, 일부는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기도다. 어떤 곡은 청중의 어깨를 붙잡고 얼굴 앞에서 외치는 듯한 강렬함을 가지며, 어떤 곡은 정치적 투쟁의 모순된 본질을 미묘하게 담아내려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시도다.
우리의 선정 곡 중 다수는 좌파 정치 전통의 직접적인 산물이다. 예를 들어, 피트 시거(Pete Seeger)가 부른 "We Shall Overcome"(우리 승리하리라)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곡들이 대중음악 시장 속으로 긴급한 메시지를 교묘히 녹여낸 히트곡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네나(Nena)의 반핵 전쟁 뉴웨이브 히트곡 "99 Luftballons"이 있다.
아마도 이 목록은 필 옥스(Phil Ochs), 데드 케네디스(Dead Kennedys), 비욘세(Beyoncé)를 나란히 포함하는 유일한 롤링 스톤 리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각각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낸 음악가들의 긴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출처 : Unsplash+, Levi Meir Clancy
100. Bonzo Goes to Washington – ‘Five Minutes (B-B-B Bombing Mix)’
핵전쟁에 대한 불안이 이토록 펑키하게 표현된 적은 없었다. 1984년 대선을 앞두고 등장한 이 곡은, 사실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기타리스트 제리 해리슨(Jerry Harrison)과 P-펑크(P-Funk)의 베이시스트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가 만든 프로젝트였다. 이들은 로널드 레이건의 연설 일부를 샘플링 해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곡은 레이건이 실수로 한 발언,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오늘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했음을 기쁘게 알립니다. 우리는 5분 후 폭격을 시작합니다."를 반복적으로 왜곡해 리듬감 있는 풍자로 변주했다. 이 곡은 댄스 음악 비전가 아서 러셀(Arthur Russell)이 리믹스하면서 진정한 "서로 보장된 파멸"의 댄스 플로어 폭탄이 되었다.
99. Xenia Rubinos – ‘Mexican Chef’
대부분의 사람이 저항을 생각할 때 거리 시위를 떠올린다. 하지만 쿠바계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성장한 제니아 루비노스(Xenia Rubinos)는 뉴욕 엘리트층의 가정과 주방으로 그 무대를 옮긴다. 그는 "갈색 피부가 너희 아이를 돌보고, 갈색 피부가 너희 개를 산책시키고, 갈색 피부가 엄마 대신 미국을 키웠다"고 노래한다. 타이트한 펑키 그루브와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Mexican Chef"는, 흑인과 라틴계 노동자가 없었다면 미국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이 곡은 루비노스의 명반 Black Terry Cat에서 R&B, 록, 라틴 사운드를 결합한 댄스 트랙에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낸 대표적인 곡이다.
98. Heaven 17 – ‘(We Don’t Need This) Fascist Groove Thang’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인종차별, 핵전쟁의 공포, 그리고 파시즘의 확산—이 모든 것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150 BPM의 신스팝 히트곡이다. 일렉트로 펑크 그룹 휴먼 리그(Human League) 출신 두 멤버가 만든 헤븐 17(Heaven 17)은, 사회주의적 팝(Socialist-pop)을 추구하며 미국의 펑크 밴드 카메오(Cameo),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 Burroughs)의 컷업 기법, 드럼 머신, 디스코 슬랭, 그리고 자본주의 비판을 결합했다.
그 결과 나온 첫 번째 싱글이 바로 "Groove Thang"이다. 보컬리스트 마틴 웨어(Martyn Ware)는 이를 "정치, 댄스, 코미디, 그리고 흑인 음악의 영감을 기묘하게 섞은 하이브리드"라고 묘사했다. 곡은 반(半) 시위가와 반(半) 농담 사이에 위치하며, "맞대응(counterforce)은 소용없다 / 미국이여, 너의 힘을 느낀다" 같은 혼란스러운 가사로 유명하다. BBC에서는 이 곡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댄스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었다.
97. Midnight Oil – ‘Beds Are Burning’
1986년, 호주 출신의 대학 록 밴드 미드나잇 오일(Midnight Oil)과 원주민 컨트리 록 그룹 워룸피 밴드(Warumpi Band)는 호주 대륙 전역을 돌며 가장 외딴 지역의 정착지에서 공연을 했다. 이들은 호주 원주민들의 토지 반환 투쟁에 깊이 감명받아 곡을 만들었고, "네 바퀴 자동차가 앵무새들을 쫓아버린다 / 킨토어(Kintore)에서 유엔두무(Yuendumu)까지"라는 가사로 호주의 지리적 문제를 조명했다.
하지만 곡은 결국 전 세계적 히트곡이 되었고,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역적인 문제를 다뤘음에도, "그것은 그들의 것이다, 돌려주자"라는 보상(reparations)에 대한 후렴구는 보편적인 울림을 가졌다. 드러머 롭 허스트(Rob Hirst)는 Songwriting Magazine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호주 밴드로 인식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토지 반환 문제는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존재하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미드나잇 오일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밴드가 아니라, 분명한 호주적 정체성을 가진 밴드로 남기를 원했다.“
96. McKinley Dixon – ‘Run, Run, Run’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기억과 개인 서사에 대한 글에서 영감을 받은 재즈-랩 신예 맥킨리 딕슨(McKinley Dixon)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 그는 친구들이 들고 있는 장난감 총에서 도망쳤던 기억과 경찰이 들고 있는 진짜 총에서 도망쳤던 현실을 함께 회상한다.
이 격정적인 곡에서 그는 트라우마와 희망이 뒤섞인 감정을 일렉트릭 재즈-펑크 사운드, 조라 닐 허스턴(Zora Neale Hurston) 인용, 그리고 빛나는 후렴구와 함께 풀어낸다. 그는 랩한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사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 우리는 이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았지 / 우리가 가치를 인정받을 곳으로 달려가면 돼.“
95. The Byrds – ‘Deportee (Plane Wreck at Los Gatos)’
1948년, 멕시코로 강제 송환되던 28명의 이주 노동자를 태운 비행기가 캘리포니아에서 추락했다. 당시 언론은 함께 사망한 네 명의 미국인 승무원의 이름은 보도했지만, 이주 노동자들의 이름은 단순히 '추방자들(deportees)'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격분한 포크 아이콘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는 "이 친구들은 누구인가, 마른 나뭇잎처럼 흩어진 채 / 라디오에서는 말한다, '그들은 단지 추방자들이다.'"라는 가사로 격렬한 분노를 담은 시를 썼다.
한 캘리포니아의 교사가 멜로디를 붙였고, 피트 시거(Pete Seeger)가 이를 널리 알렸다. 하지만 사이키델릭 포크 록 밴드 더 버즈(The Byrds)의 연주가 가장 강렬한 울림을 남겼다. 그들은 우울한 슬라이드 기타와 여유로운 컨트리 록 편곡으로 이 곡을 완성했다.
94. Molotov – ‘Gimme tha Power’ "¡Viva México, cabrones!“
멕시코의 랩-록 그룹 몰로토프(Molotov)는 거침없는 욕설과 풍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태도, 그리고 청소년적 반항심으로 자국에서 전설적인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데뷔 앨범 *¿Dónde Jugarán las Niñas?*는 그들의 메시지 때문이 아니라, 도발적인 제목과 표지 디자인 때문에 금지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조롱 가득한 태도는 정치적 혁명 정신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대표작이 바로 "Gimme tha Power"다.
이 곡은 멕시코의 경제적 불평등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냉소적인 가사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Por qué estar siguiendo a una bola de pendejos?" ("왜 바보들의 말을 따라야 하지?")
93. Team Dresch – ‘I’m Illegal’
워싱턴주 올림피아 출신의 퀴어코어(queercore) 반항아 팀 드레쉬(Team Dresch)는 90년대 레즈비언 삶이 겪는 편견, 혼란, 그리고 일상의 불편함을 펑크 사운드에 담아냈다.
단 3분도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 기타리스트 카이아 린 윌슨(Kaia Lynn Wilson)은 여러 가지 주제를 쏟아낸다.
그는 동성 결혼이 불법인 현실을 지적한다. "너희가 애정 표현을 금지한다고?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경찰의 불필요한 관심이 주는 내면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한다. "가끔은 나조차도 내가 뭔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져." 그리고 고용 차별에 대해 노래한다. "내가 그 일을 얻지 못한 이유가 내 머리를 반대쪽으로 가르마를 탔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지나치게 튀는 S&M 고무 레즈비언이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10. N.W.A – ‘Fuck tha Police’
이 곡을 만든 지 30년 후, 아이스 큐브(Ice Cube)에게 "'Fuck tha Police'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답했다. "이 노래는 400년 동안 만들어지고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처음 나왔을 때만큼이나 유효하다.“
큐브와 그의 친구, 가족들은 어릴 때부터 피부색 때문에 경찰의 부당한 단속과 괴롭힘을 당했다. 이에 대한 가사적 복수가 1988년에 완성된 것이다.
이 곡은 6분짜리 모의 재판으로 진행된다. 닥터 드레(Dr. Dre)가 판사를 맡고, 아이스 큐브(Ice Cube), MC 렌(MC Ren), 그리고 이지-이(Eazy-E)가 검사 역할을 한다. 그들은 경찰의 인종차별적 차량 검문, 수색, 불법 가택 침입에 대한 증거를 제출한다. 그리고 판사 드레가 내리는 판결은 이후 전 세계 벽에 그래피티로 남겨졌다. "Fuck tha Police.“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 후, 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 곡의 스트리밍 수치는 300% 이상 급증했다.
1. Sam Cooke – ‘A Change Is Gonna Come’
1964년 미국 민권법(Civil Rights Act)이 통과되기 반년 전, 소울 가수 샘 쿡(Sam Cooke)은 단순한 팝송이 아닌 가장 강렬한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 곡을 남겼다.
이 곡은 팝 음악과 진보적 정치가 결합한 전무후무한 순간이었다. 그는 밥 딜런(Bob Dylan)의 "Blowin' in the Wind"에서 영감을 받았고, 루이지애나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호텔 숙박을 거부당했을 때의 분노를 가사로 풀어냈다. 그는 영화관에서 쫓겨났던 경험, 거리에서 단순히 걷고 있었다는 이유로 협박당했던 기억을 노래한다. 그러나 슬픔 속에서도 그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쿡은 이 곡이 예상치 못하게 빌보드 'Top 40' 히트곡이 되기 불과 몇 개월 전 사망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영원히 남았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비욘세(Beyoncé) 등이 이 곡을 커버했고, 2009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 취임식에서 베티 라베트(Bettye LaVette)와 존 본 조비(Jon Bon Jovi)가 함께 이 곡을 불렀다.
[출처] The 100 Best Protest Songs of All Tim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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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1967년 미국에서 창간된 음악, 문화, 정치 전문 잡지다. 원래는 록 음악과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다루었지만, 이후 정치, 사회 이슈, 영화, TV, 팝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했다.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