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네타리움 강연자부터 스트립 클럽과 탈출 게임 퍼포머까지, 배우 노조(Actors’ Equity)는 전통적인 뮤지컬을 넘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이 전략은 노동조합이 반노동 정부 가능성에 대비하는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술 취한 셰익스피어>(Drunk Shakespeare) 출처: 공식 홈페이지
지난 3년간 배우 노조(Actors’ Equity)는 극장계를 넘어 라이브 퍼포머들을 조직하며 회원 기반을 강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탈출 게임 퍼포머, 스트립 클럽 댄서, 디즈니랜드 출연진에게도 문을 열었다. 이러한 조직화 캠페인은 점차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최근 노조는 이번 확장의 물결 속에서 첫 두 개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첫 번째는 배우와 프런트 직원들을 위한 계약이었고, 두 번째는 로스앤젤레스의 플라네타리움 강연자들을 위한 계약이었다. 반노동 성향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조는 공격적인 동원 노력이 필요한 균형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월, 배우 노조는 미국 내 네 도시에서 <술 취한 셰익스피어>(Drunk Shakespeare) 출연진을 위한 첫 번째 노조 계약을 체결했다. <술 취한 셰익스피어>의 퍼포머와 프런트 직원들은 독특한 안전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일부 출연진이 공연 중 약 다섯 잔의 술을 마셔야 하는 업무 조건이 있었고, 공연 내내 바텐더들이 관객에게 술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코올 관련 규정을 다루는 것은 배우 노조로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배우 노조는 전통적으로 브로드웨이와 전국의 대형 극장에서 활동하는 배우 및 무대 관리자들을 대표해 왔다. 전통적인 배우 노조 회원인 로렌스 칼(Lawrence Karl)은 <술 취한 셰익스피어> 조직화 캠페인의 선두에 있었다. 칼은 피츠버그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노조 카드를 얻은 후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거의 2년간 <술 취한 셰익스피어>에서 바텐더로 일해왔다. 노조에서의 과거 경험은 그가 노조화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이유였다.
칼은 알코올 관련 규정을 확립하는 것 외에도 더 나은 임금과 복지 혜택 접근이 <술 취한 셰익스피어> 조직화 캠페인의 우선 과제였다고 말한다. 칼은 “극장 환경에서는 노조 계약이 없으면 종종 경계가 흐릿해진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브라스 자 프로덕션(Brass Jar Productions)과의 계약에 따라 <술 취한 셰익스피어> 직원들은 더 일관된 안전 규정을 보장받았으며, 특히 공연 중 술을 마셔야 하는 날에는 배우들에게 극장까지 오가며 교통편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숏 글라스에서 스타 쇼까지
12월 초, 노조는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천문대의 플라네타리움 강연자 그룹을 위한 계약에도 합의했다. 새로운 공연 그룹들을 지속적으로 모집하는 가운데, 조직화 및 동원 책임자인 스테파니 프레이(Stefanie Frey)는 새로운 회원들이 공통적인 직업적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이는 “브로드웨이, 디즈니랜드, 또는 스트립 클럽 어디에서든 안전 문제는 매우 유사하다. 환경과 고객층이 약간 다를지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몰입형 극장의 부상으로 이러한 일터들 간의 경계는 어느 때보다 더 흐릿해지고 있다. 노조의 새로운 작업장은 각기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술 취한 셰익스피어>의 알코올에서부터, 사우스파크 창작자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이 소유한 멕시코 레스토랑 겸 엔터테인먼트 단지인 카사 보니타(Casa Bonita)에서 10월 국제극장무대노동자동맹(IATSE)과 함께 시작한 클리프 다이빙(Cliff Diving, 높은 절벽에서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활동)까지 다양하다. 프레이는 “몇 년 후 브로드웨이 쇼에 다이빙 요소가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많은 공연자가 프레이의 의견에 동의한다. 수잔 포드(Suzanne Ford)는 프렌즈(Friends), 미들(The Middle), 그레이스 앤 프랭키(Grace and Frankie)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이지만, 동시에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강연자로 활동하며 290석 규모의 플라네타리움에서 교육 영상을 내레이션하고 있다. 1971년부터 배우 노조의 회원이었던 포드는 강연이 특히 자신에게 익숙해지면서 배우 경력의 직접적인 연장선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너무 형식적이었다”라며 “TV나 영화, 연극을 할 때처럼 느슨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포드는 말한다.
그리피스 천문대. 출처: Unsplash, Pedro Marroquin
포드는 2014년부터 그리피스에서 일해왔으며, 대부분의 동료가 배우라고 말한다. 조직화를 고려하기 시작했을 때, 강연자들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관리자와 이를 논의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라이브 퍼포머를 대표하는 조직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배우 노조에 연락했는데, 예상외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포드는 “우리는 노조가 관심을 가질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고작 열두 명이니까, 디즈니랜드를 조직하는 것과는 다르잖아”라고 덧붙였다.
강연자들에게 배우 노조가 함께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업무가 인정받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을 받는 공공 천문대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강연자들은 10년 넘게 처음으로 정기적인 임금 인상을 협상할 수 있었고, 일정 및 안전과 같은 직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기 회의 절차를 마련했다. 새로운 단체협약(CBA)에는 포드가 가장 걱정했던 문제 중 하나도 포함되었다. 강연 중간에 완전히 어두운 플라네타리움에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안전 문제에 대해 그리피스는 추가 조명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브로드웨이를 넘어 권력 구축하기
이러한 조직화는 프레이가 배우 노조로 돌아오게 만든 바로 그 이유다. 프레이는 스테이지 매니저와 배우 노조 회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조직 노동 경력도 배우 노조에서 계약 관련 보조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뉴욕 뉴길드’(NewGuild of New York)에서 인력 동원을 담당한 후, 3년 전 배우 노조로 돌아와 아래로부터의 조직화를 향한 새로운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알 빈센트 주니어(Al Vincent, Jr) 집행이사도 같은 헌신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프레이와 함께 새로운 작업장을 조직하는 데 앞장섰으며, 극장이 노조 회원을 고용하고자 연락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프레이는 새로운 조직화 캠페인이 노조를 강화하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여파로 감소했던 회원 수를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한다. 회원 수는 반등했으며, 신규 회원의 월별 유입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최근 노조의 동원 노력은 <술 취한 셰익스피어>와 그리피스와 같은 작업장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곳에서는 노동자들이 더 안정적인 고용계약과 더 높은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노력은 라이브 퍼포머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강력한 노조 대표성을 결합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성공한 뮤지컬 외에는 과거 배우 노조 회원들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았던 것이다. 프레이는 회원 수가 댄서와 라이브 음악가(이들은 자신들만의 노조를 가지고 있음)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공연자를 포함하도록 계속 확장되기를 희망한다. 프레이는 “우리가 모든 라이브 엔터테이너를 거의 예외 없이 대표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술 취한 셰익스피어>의 노동자들과 그리피스 플라네타리움 강연자들은 배우 노조 확장의 일환으로 새 계약을 체결한 첫 두 그룹이다. 두 그룹 모두 고용주로부터 자발적 승인을 받았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더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스타 가든(Star Garden)과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매직 태번(Magic Tavern)에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조직화된 스트립댄서들이 폐업과 노동시간 단축에 직면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개입하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치펜데일스(Chippendales, 주로 남성 댄서들이 출연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룹)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배우 노조가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지만, 다음 4년 동안 법적 장애물의 위험을 고려하여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트럼프 하의 NLRB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행정부가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를 폐지하고 직장 보호를 철회하려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인들이 계속 조직화를 모색하길 바란다. NLRB가 약화되더라도, 프레이는 배우 노조가 새로운 회원을 계속 조직하기 위해 “맹렬히 싸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출처] Live Performance’s New Union Wave Goes Way Beyond Broadwa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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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코진(Douglas Corzine)은 뉴욕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