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에너지 조사(DES, Dark Energy Survey)의 심우주 관측(Field Deep)의 이미지다. 이미지에 보이는 대부분의 천체는 멀리 있는 은하들이다. 출처: DES 협력단/NOIRLab/NSF/AURA/M. Zamani, CC BY-NC
약 25년 전, 우주에 대한 지식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특정 유형의 초신성, 즉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는 거대한 현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두 과학 팀이 우주 공간이 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큰 업적이었다.
이는 과학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였다. 기존에는 우주의 팽창이 은하 간의 중력에 의해 점점 느려질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가속 팽창이라는 현상은 이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원인은 바로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특이한 존재, 즉 "암흑 에너지"였다. 이 암흑 에너지는 반중력을 만들어 은하를 서로 밀어내며 점점 더 빠르게 멀어지도록 만든다.
그림 01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이 포함된 우주(왼쪽)와 암흑 에너지가 없는 우주(오른쪽)의 물질 분포를 비교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해당 시뮬레이션은 독일 그라칭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계산 센터와 영국 에든버러 병렬 컴퓨팅 센터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버고(Virgo) 슈퍼컴퓨팅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이 데이터는 공개적으로 제공되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mpa-garching.mpg.de/galform/virgo/int_sims. 출처: 버고 슈퍼컴퓨팅 컨소시엄.
암흑 에너지의 발견은 우주의 구성 성분을 밝히기 위한 국제적 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촉진했다. 이 연구는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나온 결과는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알고는 있지만, 그 정체는 여전히 미지수
현대 물질에 대한 성공적인 이론들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우주 구성 성분의 약 5%만 설명할 수 있다. 나머지 95%는 물리적 특성이 여전히 불명확하고 실험실에서 재현하지 못한 두 가지 특이한 존재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우주 구성의 25%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과 70%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다.
지난 25년 동안 우주론 표준모형, 즉 빅뱅 이론의 현대적 버전으로 알려진 ΛCDM 모델이 발전해왔다. 이 이론은 지금까지의 모든 관측을 설명하며, 암흑 에너지를 우주 상수(Λ)로 간주한다.
이 이론의 이름은 우주 구성 성분 중 지배적인 두 가지, 즉 암흑 물질(CDM, Cold Dark Matter)과 우주 상수 형태의 암흑 에너지(Λ)를 나타낸다.
아주 작은 양, 그리고 과학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
우주 상수는 진공 상태 공간의 고유 에너지다. 현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에너지는 매우 미미한 양으로, 1세제곱미터 공간마다 약 3개의 양성자 질량에 해당한다. 이 값이 너무 작기 때문에 1998년 이전에는 이를 감지할 수 없었다. 기존의 측정 장비는 이처럼 극도로 미세한 값을 탐지할 민감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그 양이 작더라도, 우주 상수는 과학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이 값의 크기를 설명하지 못하며, 이 불일치의 근본적인 원인도 여전히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우주 상수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물리 이론이 필요하며, 암흑 에너지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더 특이한 존재일 가능성도 있다.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DESI, LSST, 유클리드(Euclid)와 같은 대규모 우주 관측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들은 향후 몇 년간 새로운 데이터와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우주의 운명
암흑 에너지가 어떤 물리적 본질을 지니고 있든, 그것은 우주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 이유는 암흑 에너지의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우주의 팽창에 따라 다른 모든 성분은 밀도가 감소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같은 양의 물질이 더 큰 부피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흑 에너지는 이와 달리 매우 이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 상수라면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며, 그렇지 않더라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우주가 팽창하더라도 암흑 에너지의 밀도는 줄어들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감소한다.
이로 인해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전체 밀도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흑 에너지가 우주를 지배하는 성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미래에는 그 지배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열적 죽음
이 시점에서, 우주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예측은 매우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예측이 크게 수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현재의 데이터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가 우주 상수라는 가정 하에서 우주는 "열적 죽음"으로 알려진 미래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는 영원히 팽창하며 점점 더 빠르게 확장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우주는 점점 더 텅 비게 된다. 가속 팽창은 은하들이 우주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도록 만들어 결국 우리에게는 우주적 이웃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측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종말의 단계별 시나리오
약 50억 년 후, 태양은 핵에 있는 연료를 모두 소진하며 적색거성으로 변할 것이다. 그로부터 수억 년 뒤, 태양은 붕괴하여 백색왜성으로 변하며, 이는 태양과 같은 중간 크기 별의 마지막 단계다. 이 과정에서 태양은 내행성들을 증발시킬 것이며, 지구도 포함된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은하인 은하수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해 하나의 거대한 타원 은하로 합쳐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주의 가속 팽창으로 인해 다른 은하들은 우주적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하늘에서 더 이상 관측되지 않게 된다.
합쳐진 거대 은하 역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은하 내 별들이 하나씩 소멸하면서 그 구조도 점차 희미해진다.
상상조차 어려운 긴 시간이 흐른 뒤, 우주에는 모든 물체가 사라지고 에너지가 매우 낮은 광자로 이루어진 희박한 가스만 남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언급한 열적 죽음이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상수로 설명될 가능성이 있지만, 더 특이한 존재일 수도 있다. 반면, 암흑 물질의 본질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다.
따라서 우주의 미래에 대한 이 시나리오는 우리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물리적 속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매우 매혹적인 탐구의 여정이며, 혁신적인 발견을 약속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놀라운 여정을 계속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출처] El destino del universo está en manos de la energía oscura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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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비오 산체스 알바로(Eusebio Sánchez Álvaro)는 우주론 및 입자 물리학을 전공했다. 에너지-환경-기술 연구센터(CIEMAT)의 연구원으로 우주론 그룹 책임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