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서 집회를 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25일 차제연과 무지개행동, 평등세상이 국가인권위원회 옆에서 첫번째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를 했었죠. 그리고 오늘 주관하시는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이 1월 1일에 두번째, 그리고 새해의 첫 집회를 열어주시려 했습니다. 그런데 12월 29일, 우리는 여객기 추락이라는 비보로 일요일을 맞이했습니다. 거대한 참사의 소식에, 기적적인 생존자가 더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일 뉴스를 지켜보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처럼요.
이 집회는 그렇게 179명을 잃은 참사, 결국 상경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거리에 농성장을 펼친 금속노조 거통고지회의 상황, 헌법을 짓밟고 법과 원칙을 무시한채 극우집단을 선동하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횡포를 거쳐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저는 이 두번째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내 삶을 바꾸는 광장, 평등을 여는 2025년" 집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사회,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 혐오를 먹고 힘을 키우는 극우정치, 무너진 헌법의 자리와 평등하지 못한 공론장. 모든 것이 한국사회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 그리고 빠른 파면입니다. 여기에 이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너무나 절실합니다. 모든 시민들의 일상이 윤씨에게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무너져내린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하루빨리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은 비상행동 주관으로 진행되는 퇴진 집회에서도 모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1주일에 하루는 이 무너진 정치를 탄핵시키고 우리가 다시 지어나갈 그 "평범한" "일상"을 그려보는 시간도 이렇게 마련하여 평등의 광장을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다들 겪어보셔서 기억하시겠지만 헌재의 시간이 지나면 광장은 빠르게 닫히고 우리 각자 품어왔던 이야기를 펼쳐놓을 짬이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한편, 오늘 이 집회장소로 오기까지의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주관단체인 3당과 집회준비팀이 실무와 기획으로 많이 고생하셨는데요. 오늘 한남동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를 전해듣고, 이 장소를 결정하는데는 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한 차례는 취소되었고, 일시와 장소를 변경하였는데 다시 변경하는 자리가 가깝지도 않아서 많은 논쟁이 있을법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야할 자리였고 이미 너르게 공감하는 "모두의" 투쟁현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성탄절 집회와 행진에 오셨던 분들은 마지막 발언을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계엄선포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러 서울까지 온 동지들이 거제도로 가야했던 그 날을 떠올리며 눈물지었던 네트워크 김혜진 동지의 발언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기도 하였음을 기억합니다.
거통고지회의 2년전 이제 햇수로 3년이 되었네요. 당시 파업때도 인권활동가들이 긴급행동으로 결합하였고 성소수자 활동가들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거통고지회 사무실에 걸린 무지개깃발도 널리 알려져있고 지난 1박2일 투쟁당시 성중립 숙소 운영에 대해사도 잘 알려진 상황입니다. 좁게는 저희 네트워크에 함께 하는 단위들 조금 더 넓게는 이 자리에 오신 다양한 배경의 연대자들 더 넓게는 이 사회의 시민들이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대는 이미 전제된 우리의 투쟁 방식입니다.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우리가 늘 함께 하고 있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거통고지회 동지들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이고, 하청노동자의 투쟁의 승리가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으로 나아가는 시작입니다. 우리는 연결된 힘으로 윤석열을 앞세운 극우정치를 파면하고 이전보다 나은 세상, 더 평등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연대의 힘입니다. 함께 승리로 나아갑시다. 투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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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