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전에는 달랐나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행위를 금한다.”

2024년 12월 3일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에 담긴 내용이다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으며’, ‘처단한다고도 했다.

포고령이 오싹하지만사실 윤석열은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시종일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향해 이미 포고령을 실천해 왔다. 2024년 12월 3일 이전에도 그랬다는 말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여성노동자 2명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지난 2024년 4월 17일 평택공장 앞 집회에서 경찰은 참가자 17명을 연행했다. 출처: 뉴스민

노동자 고임금 비난한 대통령 연봉은 2억 6

윤석열은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19일에 페이스북에 민노총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닙니다자영업자와 청년심지어 동료 노동자마저 약탈하는 기득권 세력이라며 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영업자와 청년그리고 미래를 희생시키는 노조 카르텔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2022년 11월 29일 국무회의에서도 윤석열은 민노총 산하의 철도지하철 노조들은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절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약자가 누구일까.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와 쟁의행위 범위 확대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윤석열은 2023년 11월 9(21대 국회)과 2024년 8월 16(22대 국회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2년 당시 대우조선(현 한화오션사내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는 이유로 손해액 460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했다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의 높은 소득을 비난하던 윤석열의 연봉은 2억 6천여만 원으로 알려졌으며직무 정지 중에도 월급은 지급된다고 한다.

파업은 북핵과 같지만 계엄 위해선 무인기도 날린다

2022년 12월 4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윤석열은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등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고건설사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불법 채용을 강요하는 등 불법과 폭력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이어 12월 13일 국무회의에서 폭력갈취고용 강요공사 방해와 같이 산업 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행위 또한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2023년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는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의 지시에 따라 경찰은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8월 14일까지 건폭 특별단속으로 4,829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이 가운데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만 2천여 명을 수사하고 노조 사무실과 조합원 주거지 수십 곳을 압수수색해 40여 명을 구속했다모욕감을 견딜 수 없었던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2022년 12월 초 윤석열은 참모들과 비공개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고 말했다안전운임제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윤석열은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강제노동에 몰아넣었다정작 윤석열은 그로부터 2년 뒤계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날리고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하는 등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북핵도 그닥 무섭지 않았나 보다.

주 120시간 일하라며 자신은 상습 지각

게다가 윤석열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지 못해서 안달이었다그는 정치참여 선언 직후 <매일경제>와 인터뷰(2021.7.19.)에서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주 120시간이면, 5일 동안 24시간 연속 일하거나, 7일 동안 하루에 17시간씩 일해야 한다그렇게 일하면 죽는다윤석열 정부는 2023년 3월 6일에도 주 69시간 일하고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노동자들에게 매일 장시간 일하라고 한 윤석열이지만그는 정작 대통령이 되자 지각을 일삼았다근태 불량을 숨기려고 도로 통제까지 해가며 가짜 출근 차량을 운행했다.

장시간 노동사회를 꿈꾸는 윤석열의 망령은 아직까지 국회를 떠돈다. 2월 10일부터 시작한 임시국회에서 지난해 국민의힘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다룬다는데, ‘연구개발직군 주52시간 근로 제한 예외’ 규정을 담고 있다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반도체특별법이 장시간노동 허용세금 지원기후 부정의 등으로 점철된 재벌 퍼주기법이라며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마음이 대선 콩밭에 가 있는 이재명은 표 계산이 복잡한지 성장을 외치며 오락가락한다.

부정선거 망상’ 같은 노동조합 혐오

윤석열은 유독 노동조합에 집착했다. 2023년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그 가운데 노동개혁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개혁 대상은 노동조합이었다.

2022년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될 3대 부패의 하나로서…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된다고 했다. 2023년 4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노동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분야가 노사 법치 확립인 만큼회계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서는 법적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고 했다.

이쯤 되면 윤석열에게 노동조합 혐오는 부정선거 망상만큼이나 뿌리 깊어 보인다. ‘엄격한 법 집행을 주장했던 윤석열은 지금 모든 사법기관과 헌법기관을 깡그리 부정하며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만큼 노동3권 보장도 상식의 영역

문재인 정부 시절대선과 총선 공약이었지만 거대 의석을 차지하고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다집권 기간 내내 외면할 때는 언제고뒤늦게 노란봉투법을 추켜들고 친노동’ 시늉을 하는 민주당이 마뜩잖다지금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보수정당들이야 말해 뭐하겠는가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다며 민주주의 수호자 행세를 하는 안철수는 CEO 시절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에 회사 접어야죠라고 답했고,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강성 귀족노조 혁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혼란한 정세를 틈타 극우 아님을 내세우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자들 역시 노동관은 대동소이하다.

윤석열 탄핵을 둘러싼 대립은 이념이나 판단의 영역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옳음과 그름의 영역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마찬가지로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 보장 역시 상식의 영역이다.

계엄을 통한 내란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이념이나 노선의 잣대로 평가받는 현실이다그런데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내란 이전에도 이러했다한국 사회 지배 세력은 내내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 보장을 멋대로 훼손하고 짓밟으며 포고령과 같은 행위를 벌여왔다정치권에서 지금 윤석열 탄핵을 두고 갈라져 싸우고 있는 이들이 바로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는 한목소리로 달려들어 온갖 비난과 혐의를 씌우고 처벌하라 악쓰던 자들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품기 어려운 이유다한국 노동자들 참정치지도자 복이 없어도 너무 없다.

덧붙이는 말

이황미는 오랜 노동운동의 길 위에 있는 활동가로서 현재는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기획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칼럼은 노동자역사 한내와 참세상이 공동 게재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