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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이 마침내 14개 조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에 합의하자 금융시장과 전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양해각서가 8월 중순까지 전면적으로 이행되면 중동 전쟁이 종식되고, 원유와 비료 및 기타 석유화학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무런 방해 없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운송될 수 있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양해각서를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두 달 반이 넘는 분쟁 끝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고 석유 수송이 재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과 이란이 추진하는 양해각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엄청난 분노’를 앞세워 이란에 대해 ‘선택한 전쟁을 개시하기 이전 상태로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핵 역량을 되돌려 놓을 뿐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났을 때 트럼프는 테헤란과의 협상은 “무조건 항복!” 외에는 있을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란의 저항과 걸프 국가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한 영향력은 그 요구를 무력화했다. 그 사이 국제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은 50% 급등했고, 전 세계 전략비축유는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 수준에 가까워졌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현재 198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만약 전쟁이 여름까지 계속됐다면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 재앙과 경제 침체를 초래했을 것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트럼프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시장만큼 똑똑한 것은 없으며, 시장은 이를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합의가 없었다면 대안은 전 세계적인 대공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 재고량
이번 휴전 합의는 1918년 베르사유에서 독일군 최고사령부가 프랑스·영국·미국 동맹과 사실상 완전한 항복과 막대한 배상금을 의미하는 휴전협정에 서명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가 이란의 항복을 전혀 의미하지 않는 합의에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세계적으로 심화한 에너지 가격 위기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해 트럼프가 이란에 상당한 양보를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휴전 계획은 결국 이란의 핵물질 비축량 감축에 대한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은 현재 9,000kg이 넘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40kg은 무기급에 근접한 농축 수준이다. 트럼프는 이전에 테헤란이 이를 미국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양해각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현장에서 비축량을 희석하는 최소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은 여러 차례 핵무기를 보유할 의도가 없다고 약속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헤란이 탄도미사일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어느 정도는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모든 무역 및 금융 제재는 해제될 예정이며, 이란은 국제 시장에서 석유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란의 외환보유액과 자금 압류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가 그들의 돈을 가져갔다. 그것은 그들의 돈이다. 우리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누구도 다시 달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우리가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빈곤이 발생할 것이고, 9,100만 명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이란의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군대는 최종 합의 이후 30일 안에 이 지역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또한 이란의 핵물질 비축량 감축이 진전을 보일 경우 미국은 이란을 위해 3,000억 달러 규모의 재건 및 개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향후 두 달 안에 최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과 8월 이후에도 영구적 합의를 유지할 가능성에는 많은 단서 조항이 존재한다. 첫째,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요구를 따르고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최종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이 합의의 서명 당사자가 아니다. 이스라엘 각료들은 이 합의가 헤즈볼라가 가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가로막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양해각서 조항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에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 결과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후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60일간의 휴전 기간에는 영구적 합의에 관한 논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0월 총선을 치를 예정이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패배할 위험에 크게 직면해 있다. 이 합의가 이란에 유리한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지속적으로 다중 전선 분쟁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영구적인 군사 거점과 완충지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저항을 계속하도록 만들 뿐이며 결국 합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이란의 핵 역량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국은 양해각서를 폐기할 것이다. 가장 논쟁적인 문제인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협상이 이제 막 시작됐으며, 양국 간 견해 차이는 여전히 크고 상황도 매우 불확실하다. 잠정 합의는 협상단에 60일 안에 핵 합의를 하도록 했지만,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한 문제에 대해 두 달 안에 합의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가 첫 임기 중 폐기한 2015년 핵합의는 협상에만 18개월 이상이 걸렸다.
셋째, 설령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고 8월 이후에도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분쟁이 재발할 압력은 매우 높다. 트럼프의 양보에 분노한 쪽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미국의 이른바 ‘딥스테이트’에 속하는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안보기관과 의회의 상당수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은 전쟁을 재개해 “이란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이러한 압박 때문에 합의를 자랑하다가도 추가 폭격과 심지어 현재 이란 협상 대표들에 대한 암살까지 위협하는 발언을 반복하며 입장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미국 의회 중간선거가 끝난 뒤 트럼프가 합의를 폐기하고 2028년 퇴장하기 전에 이란에 ‘복수’를 가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유조선들이 마침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고, 원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위기 당시 배럴당 100달러에서 현재 약 7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배럴당 60달러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 추세는 분명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실제로는 공급이 막혀 있던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원유 부족보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불안정하고 물류망이 얽혀 있으며 기반시설도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상 속도를 회복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공급 흐름이 제대로 재개되면 시장에는 실제로 상당한 추가 원유가 유입될 것이다.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분석에 따르면 중동의 생산 확대는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세계 시장에 더해질 전망이다. 브라질, 미국, 가이아나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들이 2027년에 하루 280만 배럴의 생산량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원유 홍수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이번 에너지 충격에서 충격이 발생한 속도만큼 빠르게 회복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부족 현상이 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어쩌면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란이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해협 주변에 발이 묶인 선박들도 곧바로 정상 운항을 재개하지 못할 것이다. 전쟁 중 손상된 기반시설을 복구하는 일 역시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이란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와 민간 기반시설의 손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 3,500명의 이란인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추가로 부상했으며 학교와 수자원 시설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작전 역시 수천 명의 사망자를 냈고 전체 인구의 거의 5분의 1에 달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점은 이번 전쟁의 장기적 영향이 소비자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라는 형태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경제가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추세를 더욱 가속할 뿐이다. 유럽, 미국, 아시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상승률은 미국 4.2%, 유로존 3.2%, 인도 3.9% 수준이다. 미국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현재 1년 전보다 갤런당 1달러 더 비싼 가격에 휘발유를 구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인플레이션이 좋다”라고 말하며 반겼다.
미국 물가상승률(%)
트럼프가 새로 지명한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는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발탁됐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동안 워시는 오히려 차입 비용을 높이라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컨설팅업체 TS 롬바드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다리오 퍼킨스는 주요 중앙은행들을 언급하며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가장 크게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말까지 최대 네 차례 인상해 금리를 4.5~5% 범위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이미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내가 이전에도 설명했듯이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은 특히 공급 측 에너지 부족이 주도하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금리 상승은 금융시장 붕괴를 촉발하고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유럽과 일본은 이미 사실상 정체 상태에 들어서 있다.
미국 경제는 다소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이윤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익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이 금융시장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상승하고, 연준이 연속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주식 공모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초기 신호를 제공한다. 지난주 진행된 대규모 기업공개(IPO)에서 스페이스X 주식은 주당 135달러에 상장됐다. 주가는 몇 시간 만에 175달러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어제 주가는 16% 이상 폭락해 154달러로 떨어졌다. 이유는 무엇인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며, 국채 수익률에 반영된 차입 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와 기타 핵심 상품의 공급 압박은 앞으로도 주요 경제권의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6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매우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2.5%로 둔화할 전망이며, 이는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보고서는 “202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진국 성장률은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고공행진 영향으로 2025년 1.8%에서 올해 1.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EMDEs)은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1인당 소득 증가율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2028년 이후에야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득 격차 축소 과정에서 거의 10년에 가까운 후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차단되고 이란의 폭격 대상이 된 걸프 국가들은 현재 침체 국면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이후 가장 복합적인 세계적 충격 가운데 하나가 발생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 두 곳 중 한 곳은 2019년 이후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 축소에 실패했다. 보고서는 “터널 끝의 빛을 보려면 2030년대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단기 전쟁은 중동 지역의 세력 균형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현재 두 개의 대립 진영으로 결집하고 있다. 한쪽에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미국과 긴밀히 연계된 아브라함 연합(Abrahamic coalition)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 그리고 점차 이집트까지 포함하는 수니파 중심의 이슬람 연합(Islamic coalition)이 있다. 이들 지역 강국은 여전히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고 있지만, 이란뿐 아니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넘어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 인식 때문에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쟁의 지정학적 결과 가운데 하나는 경쟁하는 진영들이 더욱 공고해지는 한편, 중동이 더욱 양극화되고 분열하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와 글로벌리스트들은 다시 자신들의 주요 지정학적 전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은 중국의 경제와 세계적 영향력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출처] Iran and the US: a ceasefire that lasts?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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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