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출처: Resource Database, Unsplash+

최근 며칠간 인도 언론은 루피가 미국 달러 대비 하락한 소식으로 가득했다한 달 전인 11월 27일에는 달러 가치가 84.559루피였으나, 12월 29일에는 85.5루피로 상승했다이러한 루피 하락은 인도 중앙은행(RBI)이 루피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11월 22일 6,578억 9천만 달러였던 외환보유고는 12월 20일 6,443억 9천만 달러로 감소했지만루피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외환보유고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하락폭은 더 컸을 것이다.

사실 루피의 달러 대비 하락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현상이다계획 경제 시기에는 루피의 달러 대비 환율이 고정되어 있었으며(가끔 정부가 평가절하를 결정하기도 했음), 외환 통제를 통해 유지되었다하지만 이러한 통제가 철폐되자 루피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1통제가 철폐되고 루피가 처음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되었을 때 환율은 1달러당 22.74루피였다그러나 2014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가 집권했을 때는 1달러당 62.33루피로 상승했으며현재는 85.5루피를 넘어서고 있다.

루피의 이러한 장기적인 하락은 단순히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물론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기는 하지만이것이 루피 하락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오히려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미국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루피 가치 하락 그 자체다루피 가치 하락은 석유와 같은 필수 수입품의 비용을 상승시키며이러한 높은 비용이 경제 전반에 걸쳐 가격 상승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물론 루피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든인플레이션이 자극되면 환율에도 반작용을 미친다투기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며실제로 환율 하락을 더 악화시킨다그러나 루피 가치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도 부유층이 자산을 인도 루피 대신 미국 달러 형태로 보유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이는 루피에서 달러로의 지속적인 전환을 초래해 루피 가치를 떨어뜨린다.

달러 대비 지속적이고 꾸준한 환율 하락 현상은 인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이는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루피 환율은 자유변동환율제로 방치되지 말고계획 경제 시기처럼 달러에 연동되어 자본 통제와 외환 통제를 통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루피의 지속적인 하락은 일정하지 않고때로는 급격히때로는 완만하게 발생한다최근 몇 주간 루피가 급격히 하락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언론은 인도의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무역 적자 확대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논의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는 단지 루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주요 통화 대비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다시 말해인도와 관련된 특정 요인과는 별개로현재 달러가 루피뿐 아니라 다른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달러 강세는 지난 10년간의 어느 시기보다 강력하다블룸버그 달러 스팟 지수(Bloomberg Dollar Spot Index)는 올해 7% 상승했으며이는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는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보인다차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취임 후 미국에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우리는 IMF, 세계은행, WTO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매일 자유무역의 미덕을 설파하는 것을 듣는다따라서 트럼프의 이러한 정책은 퇴행적(repressive)으로 간주되어야 한다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면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본 이탈로 이어져 달러 가치를 하락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더 나아가많은 시장 관찰자들은 미국 보호주의 정책의 전망이 달러 강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고 있다이러한 모순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겉보기에 모순적인 현상을 간단히 설명하자면자유무역이나 자유주의적 무역의 미덕에 대한 설교는 주로 순진하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제3세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시장 자체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미국의 보호주의가 수입품을 배제함으로써 국내 생산을 대체했던 일부 수입품을 막아내고이로 인해 미국 내 총수요생산고용이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게다가 이는 미국 고용을 개선하면서도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의 희생을 대가로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것이다사실상 무역수지 개선을 통해 미국의 총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보호주의 조치는 미국의 국제수지고용생산량을 모두 개선시키며이로 인해 시장은 미국 경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이는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이다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달러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다른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보호주의는 분명 미국 내 인플레이션율을 어느 정도 상승시킬 것이다그러나 이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더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이다국제 원자재특히 석유와 같은 주요 투입재의 가격은 달러로 고정되어 있다따라서 다른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이 원자재들의 가격이 다른 통화로 환산될 때 더 높아지며이로 인해 해당 경제들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의 노동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생활 수준이 하락하게 된다첫째미국 보호주의로 인해 미국 시장을 상실하면서 고용이 감소한다둘째자국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또한이러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가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이는 실업을 증가시키고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킨다면노동자들의 빈곤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외채를 가진 제3세계 국가의 경우실업과 인플레이션 외에도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한다이는 미국 달러로 발생한 외채의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외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그 결과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고이는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세계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비합리성을 드러낸다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 소수의 투기꾼들의 변덕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미국 경제가 보호주의로 인해 총수요고용생산 증가를 경험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물질적 요인이다그러나 다른 지역의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투기적 행동에 의해 결정되며자본주의에서는 그러한 행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출처] The Strengthening of the Dollar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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