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독교 극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유대교 극단주의자들과 종교가 아니라 공통된 파시즘으로 결속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반을 형성하는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AP통신의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 선거에서 80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백악관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합병을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에는 랠프 리드, 토니 퍼킨스, 마리오 브람닉을 포함한 저명한 지도자들의 이스라엘 방문, 백악관에 대한 청원, 의회 로비 활동, 기독교 회의에서의 합병 촉구가 포함되며, 최근에 ‘보수정치행동회의’(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서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채택하기도 했다. 3월에 댈러스에서 열린 ‘전국종교방송인협회’(NRB) 총회에서는 미국 전역의 목사들과 우파 종교 지도자 200명 이상이 서명한 서한이 발표되었으며, 이들은 서안지구의 성서적 명칭으로 알려진 "유대와 사마리아"의 합병을 요구하며, 두 국가 해법을 "실패한 실험"이라고 선언했다.
전국종교방송인협회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3,000명 이상의 조직 지도자"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을 위한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NRB 결의안을 지지하고 이를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연방 하원의원 클라우디아 테니를 비롯한 '유대와 사마리아 의원 친선모임’ 소속 하원의원 5명은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해 주권을 선언할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청하며, 이는 "우리 국가의 기초가 된 유대-기독교적 유산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민들을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한 행정명령을 철회했으며, 2월 4일, 서안지구 합병과 관련해 "앞으로 4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가자지구의 인종 청소를 요구하고,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죽음을 경고한 그의 발언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약 150만 명의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전체를 그냥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다"라고 가자지구에 대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전반에 걸쳐 고위직을 차지한 시오니스트 극단주의자들과 기독교 파시스트들의 의제는 오랫동안 하나로 수렴되어 왔다. 기독교와 유대교 파시스트들이 사용하는 언어, 도상, 상징은 성서적이지만, 이들의 결속은 종교적이 아니라 정치적이다.
온유한 자를 죽여라 - by Mr. Fish
나는 ⟪지상의 위험한 천국⟫(American Fascists: The Christian Right and the War on America)에서 우리의 토착적 파시즘의 역사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것이 유대교 파시즘과 맺는 친연성을 상세히 다뤘다.
아칸소 주지사를 지냈으며 침례교 목사이기도 한 마이크 허커비는 트럼프에 의해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지명되었다. 허커비는 "팔레스타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팔레스타인 정체성은 "이스라엘로부터 땅을 빼앗기 위한 정치적 도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이스라엘이 아닌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과 같은 주변국에서 건설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을 "비합리적이고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나는 성경을 믿는다. 창세기 12장: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는 축복을 받을 것이고,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나는 저주의 편이 아니라 축복의 편에 서고 싶다." 허커비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임명한 존 랫클리프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목을 밟는 접근 방식"(foot-on-their-throat)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시오니즘과 미국주의는 오늘날 서구 문명과 자유의 최전선"이라고 주장하며, 4,000년 전에 쓰인 히브리 성경을 현대의 국가 경계를 설정하는 근거로 삼는 황당한 논리를 펼친다.
그는 지난해 11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경을 펼쳐 보라. 신이 아브라함에게 이 땅을 주셨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는 기원전 1000년에 입헌 군주제를 세웠다. 다윗 왕이 그들의 두 번째 왕이 되었으며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했다. 유대인들은 수 세기 동안 외세의 점령군과 싸우면서도 결국 그곳에 존재해 왔다. 그런데 지금, 팔레스타인인들, 아랍인들, 무슬림들이 유대인들의 예루살렘과의 연관성을 지우려 하고 있다. 나는 여러 번 그곳에 가보았다. 그들은 마치 유대인들이 거기에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제 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 국가에 주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단지 존재하기 위해 방어전을 거듭 치러야 했고, 주변 모든 국가들이 이를 짓밟으려 해왔다.“
TV전도사이자 강경 기독교 시오니스트인 폴라 화이트-케인은 트럼프를 거스르는 것은 "신의 손에 대항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며, 새로 창설된 백악관 신앙 사무소에서 수석 고문을 맡고 있다.
시오니스트들은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직후, 캠퍼스 시위가 시작되기도 몇 주 전에 미국 대학들을 하마스의 동조자로 비방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비판과 학생들의 캠프 설치에 대응하여 시위를 금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했다. 대학들은 학생 운동가들을 징계하고, 정학 또는 퇴학시켰다. 또한, 대학들은 학살에 반대 발언을 한 교수진과 행정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정직 조치했다.
이 마녀사냥은 하버드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MIT 총장들이 하원의원 엘리스 스터파닉이 주도한 의회 청문회에서 매카시주의적 심문을 당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총장은 충분히 굴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국 사임해야 했다.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들의 해임을 환영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스터파닉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가장 '권위 있는' 고등 교육 기관들에 만연한 부패를 폭로하고, 미국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일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터파닉은 트럼프의 유엔 대사 지명자다. 그는 "이스라엘은 성경적으로 서안지구 전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컬럼비아 대학교는 캠퍼스 내 시위 캠프가 설치되기 네 달 전부터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위한 학생들‘과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의 교내 지부를 금지했다. 이후 캠퍼스 중앙에 캠프가 세워지자, 학교는 세 차례의 경찰 급습을 허가했고, 학생 1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지난주에는 바너드 칼리지 소속 학생 세 명과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 한 명을 퇴학 조치했다. 교수진과 행정직원들도 쫓겨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 대학교 측이 내린 가혹한 조치에도 이 대학이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약 4억 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취소했다.
대학과 대학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캠페인은 반유대주의와 싸우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컬럼비아와 다른 대학들은 결코 비판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반대 의견을 범죄화하고, 교육 기관들이 극우 및 기독교 파시스트들의 이념적 명령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반유대주의는 단지 구실일 뿐이다.
기독교 파시스트들은 기독교를 왜곡하여 백인 우월주의, 미국 제국주의, 자본주의를 신성화하며, 그들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사탄적인 존재로 낙인찍는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나는 단언한다. 이들은 복음을 뒤틀고 있으며, 유대교 파시스트들이 토라(유대교에서 가장 신성한 경전으로, 보통 모세오경을 의미)를 왜곡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기독교 파시스트들의 종말론에 따르면, "종말의 때"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멸절당해야 한다. 이는 그들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적 본질과, 카를 슈미트와 루사스 존 러쉬두니 같은 나치 이론가 및 동조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외교적, 윤리적 규범을 일상적으로 위반한다. 이스라엘은 인도주의법과 국제법을 무시하며, 유엔의 1948년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하여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라는 개념을 조롱하며, 유럽계 혈통이 주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구축하여 시민들을 차별한다. 이스라엘은 무차별적인 치명적 폭력을 사용해 사회에서 '인간 오염물' 또는 '인간 동물'로 낙인찍힌 이들을 '청소'하고 있다.
유대인 우월주의는 기독교 파시스트들의 우월주의와 마찬가지로 신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이 광신자들은 주장한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성서 속 아말렉 족속에 비유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악의 화신이며, 학살당해 마땅하다는 것이다. 유럽계 미국인들은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같은 성서 구절을 이용해 원주민 대학살을 정당화했다. 폭력과 폭력의 위협만이 유대 민족주의 또는 기독교 민족주의 내부의 마법적 경계를 공유하는 자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언어다.
기독교 파시스트들은 유대 파시즘을 모방하고자 한다. 그들 또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민족 청소하는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서 '인간 오염물'을 제거하길 열망한다. 이스라엘의 2018년 기본법 '유대 민족국가법'은 이스라엘 내에서 자기결정권이 "유대 민족에게만 배타적으로 주어진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파시스트들도 이를 본떠 백인 기독교인을 위한 법적 차별을 제도화하려 한다. 언론인, 인권운동가, 유색인종, 미등록 이민자, 무슬림, 지식인, 예술가, 페미니스트, 자유주의자, 좌파, 평화주의자, 빈곤층 등 파시즘이 늘 공격하는 적들이, 이스라엘에서처럼 미국에서도 표적이 될 것이다.
사법부는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부유층을 보호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공적 토론은 사라질 것이다. 시민 사회와 법치주의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충성스럽지 않다"고 낙인찍힌 이들은 박해받을 것이다. 이미 국무부는 AI를 이용한 "추적 및 취소(Catch and Revoke)" 프로그램을 가동해, "하마스나 기타 지정된 테러 단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외국 국적자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있다.
3월 8일, 연방 이민 당국은 팔레스타인계 컬럼비아 대학교 활동가 마흐무드 칼릴을 구금했다. 그는 합법적인 영주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체포되었다. 국토안보부 대변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칼릴의 체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유대주의 금지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조치"라고 발표했다.
법적 영주권자의 구금과 강제 추방 가능성은 심각한 경고 신호다.
파시즘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핵심 속성은 동일하다. 기독교 파시스트들이 이스라엘을 위해 그토록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시즘은 피해의식에서 힘을 얻는다. 메시아적 구원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악으로 규정되고 추방될 때 이스라엘에서 이루어진다. 메시아적 구원은 미국이 절대 권력을 백인 기독교 민족국가로 돌려놓을 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민권 법안—대법원이 이미 1965년 투표권 법을 무력화했다—은 철회되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유색인종을 "응석받이로 키운다"고 여겨지는 사회 복지 제도도 철폐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기존의 동맹들은 해체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나렌드라 모디의 인도, 빅토르 오르반의 헝가리 모두 법과 군사화된 경찰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 언론인, 학생, 교수들을 침묵시키고 있으며,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같은 최고 명문 대학에서도 이러한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극우는 유럽 전역,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서 부상하고 있다. 급진 좌파와 노동운동은 붕괴했다. 우리는 방어 수단이 거의 없다.
파시즘은 오직 맞서는 투쟁을 통해서만 패배할 수 있다. 1930년대 공산주의자,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들이 보여준 전투적 저항처럼, 굴복하지 않고 독재적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대안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의 가혹한 탄압과 자기희생의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회유나 유화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시민 불복종—파업을 포함하여—을 통해 이 독재적 세력과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예속된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출처] Trump’s Christian Fascists and the War on Palestin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