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바겐크네히트 동맹은 좌파의 나쁜 예

독일에서 새로운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new Sahra Wagenknecht Alliancem, BSW)은 첫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계급 정치와 이민 문제에서 우파의 입장을 모방한 이 당의 부상은 좌파에게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 출처: 공식 페이스북 

최근 독일 지방 선거에서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은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제적으로 좌파의 주목을 받았다바겐크네히트가 이끄는 이 동맹은 작센(Saxony), 튀링겐(Thuringia),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고이 세 동부 지역에서 정부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칭 '좌파 보수주의자'로 정의된 이 새로운 정당이 이전에 좌파당(Die Linke)의 동지들을 제치고 선거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면다른 좌파 정당들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한 마디로 '아니오'이다. BSW는 특히 이민뿐만 아니라 경제기후언론의 자유 등의 문제에서도 극우와 우파의 정치적 틀과 핵심 정책 제안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유권자 수는 증가했지만극우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선거의 진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6월에 열린 유럽 선거에서 첫 번째로 출마한 BSW는 6.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좌파당과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가장 작은 정당인 신자유주의 자유민주당(FDP)보다 더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BSW의 지도자인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한때 좌파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였지만당 지도부를 자주 비판했다특히 당의 친환경 정책 전환, 2015-2016년 앙겔라 메르켈의 개방적 이민 정책 지지그리고 팬데믹에 대한 당의 입장을 비난했다그는 백신에 대한 회의론을 표명하기도 했다. 2018년 바겐크네히트가 주도한 짧은 '아우프슈테헨(Aufstehen,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이민 정책의 재검토가 목표)' 운동이 실패한 후그는 좌파당을 떠나 지도부와 의원 상당수를 이끌고 나왔다.

BSW의 출범은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의 큰 기대를 받았다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실현되지 않았다실제로 AfD는 튀링겐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고작센과 브란덴부르크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BSW의 유권자는 주로 다른 진영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선거 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튀링겐과 작센에서 BSW의 주요 표는 좌파당에서 나왔으며이 당은 바겐크네히트가 탈당하기 훨씬 전부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좌파당은 2007년 사회민주당(SPD)의 신자유주의 전환에 반발해 창당되었지만, 2021년 선거에서 침몰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내 분열을 심화시켰고지도부는 정부의 친우크라이나 입장을 지지한 반면바겐크네히트파는 이에 반대했다.

BSW가 가장 유권자에게 매력적이었던 요소 중 하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베를린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비판이다바겐크네히트는 독일 경제가 러시아 가스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정부의 친우크라이나 입장이 재앙적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했다이 점에서 바겐크네히트는 AfD를 성공적으로 모방했으며이는 특히 구 동독 지역에서 극우 세력의 선거 성장을 촉진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바겐크네히트는 9월 지역 선거에서 많은 AfD 유권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BSW는 극우 유권자보다 주로 기독교민주당(CDU), 자유민주당(FDP), 사회민주당(SPD), 기권자 출신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이는 BSW가 AfD의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좌파 유권자의 재편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좌파 신자유주의

좌파가 BSW를 비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이민에 대한 입장이다하지만 급진 좌파에게 이 정당이 기회라기보다는 위협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경제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바겐크네히트는 좌파 경제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신자유주의적 요소들을 받아들였다그는 유럽연합(EU)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비판하면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담론을 지지하고 있다이러한 경제적 입장은 독일 전통의 사회적 시장 경제를 이상화한 것이며대기업에 맞서는 중소기업 블록을 중요시한다그러나 이는 노동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중산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 정치에 있어서도 BSW는 좌파와 거리가 멀다. BSW의 프로그램은 "혁신적 기술"을 통해 기후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주장하면서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폐기하는 EU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이는 바겐크네히트가 녹색당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바겐크네히트는 최근 <뉴 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중소기업 블록인 미텔슈탄트(Mittelstan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이 기업들은 분기별 이익보다는 장기적이고 다음 세대에 집중하며지역 사회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또한미텔슈탄트가 대기업과의 대립을 통해 독일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자본과 노동 간의 갈등만큼이나 이 대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견해는 좌파당의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사회적수사와는 확연히 다르다그러나 BSW의 입장은 전후 서독에서 중산층을 민주주의와 사회 시장 경제의 중심으로 삼았던 전통과 일치한다노동자 운동이 약한 상황에서중소기업 중심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이상화된 시각은 일부 노동 계층특히 전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당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BSW는 이러한 계급 간 이데올로기에 도전하기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기후 정치에서도 BSW는 좌파와 거리가 멀다. BSW의 프로그램은 혁신적인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유럽 선거 플랫폼에서는 "기후 중립 연료개발을 주장했다그러나 바겐크네히트의 환경 공약의 약점은 EU가 계획한 2035년 내연기관 폐지에 반대하는 당의 입장에서 드러난다.

바겐크네히트의 이 입장은 그가 싸우고자 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주요 대표자인 녹색당에 대한 강한 반감과 관련이 있다녹색당의 신자유주의적군사주의적 표류는 오래 전부터 좌파와 멀어졌지만기후 정의에 대한 요구가 단지 소비자 중심의 개인주의적 녹색 의제로만 국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그러나 BSW는 사회주의적 환경주의를 발전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다.

"기괴한 소수"?

BSW의 프로그램 중 하나는 좌파의 전통적 요구인 언론의 자유그러나 BSW의 주장에 따르면가장 큰 위협은 좌파의 '캔슬 컬처'당의 선거 프로그램은 "허용된 표현 범위의 점진적 축소"를 비판하며바겐크네히트는 그의 저서 <Die Selbstgerechten(자의식이 강한 자들)>에서 점점 더 "작고 기괴한 소수"에 대해 염려하는 진보주의자들을 비난하고, "정상성"을 지지하고 있다.

BSW의 프로그램은 "새로운 정치적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하면서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언어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비판한다바겐크네히트는 책에서 우파의 수사를 인용해 "좌파 자유주의 성 이론"을 공격하며 페미니즘과 퀴어 운동을 경멸하는 입장을 취한다이민 문제에 있어서는 AfD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며이민자들이 독일 노동자와 직접 경쟁해 임금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한다이러한 반이민 입장은 우파의 경제적 틀을 그대로 따른다.

바겐크네히트는 소수자 보호와 민중 보호를 대립시키면서좌파가 역사적으로 이 두 가지를 결합해 왔다는 사실을 무시한다최근 좌파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예를 들어 버니 샌더스제레미 코빈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그러나 바겐크네히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을 실제 검열 정책이 아닌극우와 구별되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BSW가 이민 문제에서 AfD와 가까운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바겐크네히트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을 주요 사회 문제로 지적하며이민자들이 독일 노동자와 경쟁하여 임금을 낮추고 임대료를 올린다고 주장한다이는 임금 인상이나 임대료 통제를 위한 강력한 공공정책을 주장하는 대신자유 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며, BSW의 유럽 프로그램은 "EU로의 통제되지 않은 이민 종식"을 주장한다이는 AfD와 거의 동일한 입장으로망명 신청 절차를 유럽 국경 밖으로 이동시키자는 제안을 포함하고 있다.

바겐크네히트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선언하지만때때로 외국인 혐오적인 발언을 한다그는 "독일은 더 이상 수용할 공간이 없다"고 주장하며, BSW의 EU 선거 프로그램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에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평행 사회"가 존재한다고 경고하는데이는 마린 르펜의 수사와 유사한 경고이다.

AfD 유권자를 끌어들이려는 바겐크네히트의 의도는 그가 반파시스트 시위에 참여를 거부하고, AfD를 극우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2022그는 보수적인 잡지 <컴팩트(Compact)>의 표지에 등장했고튀링겐에서 AfD 지도자인 비외른 회케(Björn Höcke)로부터 당에 합류하라는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극우 프레임은 극우에게 이익이 된다

극우의 정치 프레임을 모방한 바겐크네히트의 제안과 연설을 보면그의 '좌파 보수주의'가 자본과 노동 간의 모순을 은폐하고사회적 다양성을 위협으로 제시하며외국 출신 인구를 주로 이민자로 규정해 노동 계급을 분열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이를 통해 BSW는 독일 정치에서 극우 사상의 부상을 저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촉진할 것이다.

BSW는 EU의 신자유주의 구조에 대한 중요한 비판을 제기하고나토와 유럽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다하지만 극우의 분열 노선을 채택하면서 다른 나라 좌파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이는 외국인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르펜과 마크롱의 외국인 혐오 정책에 도전한 장 뤽 멜랑숑의 프랑스 인수미즈와는 대조적이다.

[출처Sahra Wagenknecht’s Party Is a Bad Example for the Lef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파블로 카스타뇨(Pablo Castaño)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학자로,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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