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공적 의료보장제도인 의료급여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수급자 본인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수급 당사자들과 시민사회는 이번 개편안이 "가난한 이들의 건강권을 공격하는 폭거"라며, "윤석열은 의료급여 개악 말고, 퇴진이나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철회, 윤석열 퇴진 촉구 결의대회' 참여자들. 참세상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반민주주의의 정형"
10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철회, 윤석열 퇴진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건강연구소가 주최한 이번 결의대회에는 홈리스, 장애인 등 의료급여 수급 당사자들과 함께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들도 참여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안은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을 기존 1,000원~2,000원에서, 총진료비의 4%~8%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의료급여는 올해 1인가구 기준 월 소득이 89만1378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의료급여 개악은 수급권자로서 정당한 몫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시민의 권리를 부정하는 반민주주의의 정형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 연구원은 "누구도 대통령에게 자신의 불법을 감추고 사욕을 챙기기 위해 계엄을 해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듯,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건강권을 함부로 약화시켜도 된다고 허락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가난해서 아프고, 아프니까 가난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2023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 가구 중 아파도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27.8%이며, 이중 진료비 부담이 포기 사유인 경우가 87.1%에 달한다.
의료급여 수급 당사자들은 아파서 "매일 약을 먹어야 하고, 수 군데의 병원에 다니고 있다"면서, "약값과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정률제가 시행되는 내년을 걱정했다. 이들은 "병원은 재미 삼아 구경하는 놀이동산이나 백화점이 아니고, 아파서 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며, "우리의 삶의 질을, 의료권을 박탈하는" 개편안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애경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현장발언 영상. 참세상
박용수 홈리스행동회원 현장발언과 구호 영상. 참세상
윤석열 정부가 의료급여 제도 뿐만 아니라 의료 공공성 전반을 훼손하고 있다는 보건의료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의료비 상승의 주된 원인에는 의료체계의 권력자들과, 공급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면서,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그 부담을 증가하는 정률제 개편안은 반드시 폐기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한 경쟁과 이윤 중심의 의료체계를 극복하고, 국민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의료 개혁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무상의료"라고 짚었다.
최성덕 의료연대본부 부본부장도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 수괴"라면서 의료 급여 개악말고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정의당, 녹색당, 진보당. 참세상
진보정당들도 함께했다. 상현 녹색당 대표는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박탈하려는 윤석열을 우리가 끌어내자"고 주장했다.
변현준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가난해서 아프고 아프니까 가난해진다"면서, "의료급여는 제도이기에 앞서 가난한 시민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상이자 체제로, 정률제 개악은 이를 무참히 뒤집는 사회적 내란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급여 개악, 완전 철회하라!". 참세상
결의문 낭독하는 사랑방마을협동 차재설 이사, 두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 임현정. 참세상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윤석열의 즉각 퇴진을
결의대회 참여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 권력과 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병풍 삼는 일에 골몰해왔다"면서 이제는 "최후의 의료 안전망인 의료급여에 대한 개악안까지 발표하여 수급자들에게 '아파 죽거나, 굶어 죽으라'는 선택지를 내밀었다"고 분노했다.
참여자들은 "이 땅에 가난한 사람들, 의료급여 수급자의 이름으로 윤석열의 즉각 퇴진을 명령"하고,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실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