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최상목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같은 날 법원은 ‘내란 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은 극우세력을 선동하며 체포에 저항하고 있다. 2일 밤 이후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아스팔트 극우를 선동하며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저들의 ‘헌정질서’가 윤석열 잔당들을 되살린다
광장의 힘으로 탄핵심판과 윤석열 처벌을 향한 한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12월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부와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광장’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한덕수는 특검법을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단죄를 가로막았다. 국무위원들은 한덕수 탄핵이 국무위원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며 국회를 비난했다. ‘내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아야 할 이들에게 권력을 돌려준 건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한 민주당이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과정에서 모두 ‘헌정질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 내각은 특검법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거부했고, 국민의힘은 최상목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헌법적 토론과 숙의 과정’이 없었다고 비난한다. 심지어 윤석열조차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히고, 체포영장에 대해 헌재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민주당은 ‘국헌 문란 세력’ 윤석열에 맞선 ‘헌정질서 회복’을 시종일관 외쳐왔고,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이후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최종결정권자를 자임하고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은 국회에 모인 시민들이 온 몸으로 막아냈다. 그 이후 한 달여 동안 광장으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더 많은 민주주의를, 더 많은 권리를 외쳤다. 하지만 그 사이 뉴스를 장식한 것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논란’, ‘권한대행 승계순위’, ‘헌재 탄핵심리 정족수’, ‘조기대선 일정’ 등이었다. 윤석열만 날리고 조기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은 ‘헌정질서’가 인정한 계엄내각과 국민의힘을 ‘국정안정’의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헌정질서’는 오직 한 가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힌 헌법 1조다. 우리는 이를 ‘민주주의’라 부른다. ‘일체의 정치적 활동과 집회 시위’, ‘언론 출판의 자유’, ‘파업과 태업’을 금지했던 비상계엄은 바로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한 행위였다. 광장의 목소리는 윤석열만 없는 ‘헌정질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다시 쓰는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 없는 윤석열 체제, ‘여야정 국정협의체’
민주당은 특검법을 거부한 최상목에 대한 탄핵을 유보하고 국민의힘, 계엄내각과 함께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민생법안은 대부분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들이다. 이미 12월 10일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유예법’을, 26일에는 산업계 규제가 누락된 ‘인공지능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소위 여야 무쟁점 법안이라고 거론되는 법들은 ‘반도체 특별법’, ‘국가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 등이다. 모두 재벌과 투기자본들의 이윤을 위한 에너지민영화와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하는 법들이다.
윤석열이 체포된다고 하더라도, ‘헌정질서 회복과 민생’을 내세운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윤석열 없는 윤석열 체제’를 가동하려는 것이다. 광장의 목소리는 더 단단하고 날카로워져야 한다. 민주주의 파괴세력인 윤석열-계엄내각-국민의힘을 단죄하고, 민주주의를 더 평등하고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 ‘차별금지법’ 제정, ‘양곡관리법’, ‘노조법 2, 3조’ 개정, ‘탈핵, 탈석탄,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 등 자본의 이윤이 아닌 모두의 평등과 존엄, 안전을 위해 지금 국회가 나서서 만들어야 할 법제도들이 한가득이다. 자본과 권력의 ‘헌정질서’가 아닌 광장이 열어내는 ‘민주주의’를 쟁취하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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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록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