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이후 국제 질서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그 변화가 한국 사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사회운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참세상연구소와 체제전환연구모임이 지난 19일 함께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는 선지현 체제전환연구모임 활동가의 사회로,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여협 미국 덴버대 경제학과 교수,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활동가가 참여하여 국제 정치와 경제,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트럼프 2.0 시대를 마주하는 고민들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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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집권, 주목하고 있는 흐름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회교학과 교수는 국제 정치 질서가 기존의 미국 단일 패권 시대에서 강대국 간 세력 경쟁이 펼쳐지는 다극 체제로 전환되는 “탈단극 시대로의 돌입”에 주목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 다극 체제에서 ‘역외 균형 전략’을 추구한다. 미국이 전 세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머물면서 세력 균형만을 유지하고 자국의 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차 교수는 트럼프가 꿈꾸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강대국들의 세계로, 이후 미국·중국·러시아라는 세 강대국이 각자의 세력권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강대국 중심의 타협과 협상이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구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세력권들 사이에서 경계선을 이루는 지역 국가들이 등이 터져나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다극 세계의 단층선에 놓인 중견국과 약소국들이 겪을 위험들도 우려했다.
윤여협 미국 덴버대 교수는 트럼프 2기가 지난 1기의 기조를 유지하며 “법인세와 재산세를 최소한 유지하거나 더 낮추고, 매일같이 금융 규제를 푸는 정책들이 나오는 등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규제를 줄이는 방식의 정책이 계속 강화될 것”이라 보았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이고 미국이 경제적 하위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베트남, 동남아시아 국가들, 남아시아(인도 포함)가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윤 교수는 서로 의존하는 세계 경제의 구조를 고려했을 때,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도 미국과 같이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하는 흐름이 확대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하향 평준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활동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빠르게 내각을 구성하고 연방정부 공무원 해고와 노동 규제 완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정책 폐기, 공적 서비스 접근권 제한 등의 조치를 쏟아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회운동의 조직적인 저항은 아직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김선철 활동가는 그러나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무역 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문제 등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도 타격을 입히는 정책들로, 곳곳에 대규모의 사회적 저항이 조직될 수 있는 ‘뇌관’들이 깔려 있다고도 보았다. 한편, 과거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에 정책적 기회의 공간을 제공해 왔던 민주당이 지금 국면에서는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운동이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탈단극 시대의 도래, 현실주의적 역외 균형 전략
차태서 교수는 “탈단극 시대”에서 트럼프 진영이 추구하는 현실주의적 역외 균형 전략은 쉽게 말하면 “미국은 힘이 떨어졌고, 이제 전 세계를 관리하거나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아주 좁은 의미에서의 국익만을 챙기려 한다. 지정학적 차원에서는 주요 지역에서 대부분 철수하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에 대응하는 국력을 집중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차 교수는 이러한 전략 변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 분쟁, 한반도 문제 등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누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한국전쟁과 비교하며, “미국은 처음에 이를 이념 전쟁으로 받아들였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인 타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전쟁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규정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취한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행정부가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전쟁으로 규정했지만, 결국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현실주의적 타협을 통해 정전을 이끌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동결시키는 방향으로 정리하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은 개입하지 않되, 유럽이 일정 부분 우크라이나에 안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차 교수는 트럼프가 “역 키신저 전략” 을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닉슨 정부가 1970년대 소련 견제를 위해 중국과 손잡았던 것처럼,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가 푸틴 독재국가이든 권위주의 국가이든 상관없이, 미러 관계를 리셋하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트럼프의 중동 정책의 핵심 역시 역외 균형”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지역 강대국 간의 세력 균형을 통해 미국의 개입 필요성을 낮추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손을 잡고, 그 힘으로 이란을 견제하게 만드는 것이 트럼프 1기 때 추진한 아브라함 협정의 핵심이었다”며, 이러한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한 후 미국이 중동에서 빠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차 교수는 “북한 문제의 성격이 완전히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더 이상 북한을 “자유 세계 질서를 위반하는 깡패 국가”로 규정하는 접근법이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냉전 시기처럼 미중러 간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북한이 하위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북한이 이러한 국제 질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까지 하며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전통적인 비확산 체제의 틀에서 바라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 교수는 “트럼프는 1기 때도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 번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거론한 적이 없다”며, 이는 미국이 북한을 핵 비확산 위반국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협상 대상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실험을 중단한다면, 일정한 관계 개선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타협”을 추구하면서, 중국의 사실상 유일한 동맹인 북한과의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 약탈적인 금융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경제 정책
윤여협 교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금융자본주의에서 더 약탈적인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형성된 거대 금융 자본가와 빅테크 기업가들의 지대 추구 행위를 더 눈치 보지 않고 확산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의 공통점은 국가 개입을 통한 산업정책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으로 보다 생산적이고 형평성에 맞는 경제를 만들자는 방향은 양쪽에서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알루미늄·세탁기 등 영역에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다른 국가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큰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군사·첨단기술 관련 산업에 대한 국가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전기차 산업을 촉진하고 노동 기준을 높이는 방식의 산업 정책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진영의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산업적 기반과 노동 시장을 지키려면 시장 근본주의자들과 세계화주의자들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와 산업화 정책의 중심은 반중국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결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금융정책은 철저한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윤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 규제 정책들이 철저하게 탈규제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신흥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확대, 금융기관의 자본 규제 등 세 가지 주요 금융 안정화 조치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으며, 금융시장 감독 기관의 지도부가 친기업적 인사들로 교체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 역시 해체 수준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도입된 감세 정책은 2025년에 만료될 예정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려 하고 있다. 윤 교수는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고, 재산세 면세 기준을 1,100만 달러에서 2,200만 달러로 상향해 부자 계층이 더 많은 자산을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문제는 기업들이 감세 혜택을 투자와 고용 확대가 아니라 금융투자에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정책에서는 전통적인 가족 부양 모델을 강조하는 신우파 경제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윤 교수는 “전통적인 가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식의 친노동자 정책”이 핵심이라며,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미국 남성 노동자가 가족을 책임지며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25% 수입 관세를 노동자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상징적인 공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고용·승진·유지에서 명시적인 다양성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는 민주당식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는 지지층의 이해관계와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주류 노동자들도 너무 살기 힘든데, 민주당은 왜 여성·인종·다양성만 강조하느냐는 정서가 트럼프 지지층에 설득력 있게 먹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제조업의 전체 산업 내 고용 비율이 1980년대 20%에서 현재 7~8%로 추락한 상황”이라며, “중·단기적으로 제조업 성장만으로 노동자 계층의 생활 개선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라고 분석하고 보호무역과 제조업 육성 기조는 “정치적 레토릭 수준에서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금융 자본과 대형 기업의 이익을 더욱 보호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금융자본주의가 더욱 적나라한 형태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우 운동의 성장, 대의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질서 유통기한 다했다는 신호
트럼프 재집권의 동력이 된 극우 운동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한 고민들도 제기되었다.
김선철 활동가는 “기독교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 네오나치, 음모론을 퍼뜨리는 큐어넌 같은 집단들이 있으며, 한국에서도 백골단이나 순국결사대 같은 극우 단체들이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동시대성을 짚었다.
그는 “한국의 극우는 2000년대부터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제도 정치 안에서 관리가 되거나 통제가 되는 형태였다”고 봤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국면에서는 국가가 극우 세력에 대한 관리나 통제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 상황”이라 파악했다. 김선철 활동가는 미국의 극우 운동은 새롭게 정치의 문법을 쓰기 시작하고 집권 정부로 자리하면서 정치적 주류화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짚었다. 그런데 “한국의 극우 세력은 미국 극우 운동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헌법과 법적 질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김 활동가는 미국 사회에서 극우 운동이 정치적 주류로 성장한 배경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찾았다. 그는 “2008년 경제 위기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당시 오바마 정부가 금융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좌우 모두에서 반발이 커졌다”고 환기했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극우 운동이 성장하는 토양이 되었고, 미국에서는 이를 계기로 티파티 운동이 부상했다. 그는 “티파티 운동은 세금과 국가 개입을 반대하며, 기독교 세력과 음모론자들까지 결합해 지역 정치부터 점진적으로 영향력을 키웠고, 공화당 내부로 들어가 극우화를 가속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흐름이 쌓이면서 2016년 트럼프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이 승리하자 대규모 음모론과 선거 조작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트럼프 집권기와 비교해 바이든 시기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2020년 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는 서사가 퍼졌다”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극우 세력이 정치권과 연계되며, 유튜버와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극우적 서사가 주류화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철 활동가는 이러한 극우 운동의 성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대공황 이후 뉴딜 정책이나 복지 국가 모델 등 자본의 축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일종의 타협책들이 만들어져 왔는데, 70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자연과 사람을 더 쥐어짜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 왔고, 2008년의 금융위기는 하나의 폭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불안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극우 운동을 강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극우 운동은 단순한 정치적 현상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와 기존 자본주의 질서가 유통기한이 다했다는 신호”라며 그 구조적 뿌리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태서 교수는 이런 일종의 급진 포퓰리즘, 우익 포퓰리즘이 2010년대부터 확산된 이유에 대해 정치학에서는 경제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결합된 것으로 본다고 소개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불러온 양극화와 백인 노동계급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하락의 원인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면서 경제적 불안과 문화적 불안이 교차하는 공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차 교수는 한편, “티파티 운동과 트럼프의 마가(MAGA) 운동으로 외부의 사회운동 집단이 공화당을 점령해 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면서 미국의 경우 극우 정당이 새롭게 등장한 유럽과 달리, 기존 공화당이 점점 극우화되는 방식으로 변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또한 “공화당은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것이 백인 노동 계급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장벽을 세우고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내놓으며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반면, “민주당은 신자유주의 문제를 계속 비껴가면서 민주당의 진보성은 문화와 전쟁 이슈에서만 부각이 되고, 경제적 부분에 있어서는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이 원하는 만큼의 체제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러한 배경에서 성장해온 극우 포퓰리즘이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로의 회귀” 를 제시하며, 기존 민주주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강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어떻게 돌파한 것인가가 지금 중요한 화두라고 짚었다.
트럼프 2.0 시대, 사회운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윤여협 교수는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가 30~40년간 지속되면서, 한때 금융 팽창이 민중의 삶을 보호할 것이라는 환상이 존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그 환상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극우 운동이 성장한 기반은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민중의 삶이 붕괴되고 피폐해진 현실과 연결된다”면서 사회운동이 “민중의 삶을 복원하고, 신뢰를 잃은 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한 강력한 대안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열쇳말로는 ‘혁신’과 ‘돌봄’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극우 운동과 진보 운동의 사회적 대중 기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환기하면서, “한국적 상황에 맞는 다양성과 포용성, 형평성의 기준을 마련하고 노동자 혹은 노동운동의 강화에 기반한 사회 공동체 재건이 가능한 방식을 구상하는 것과 함께 연대적 차원에서의 실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차태서 교수는 “사회운동이라는 것도 특정한 역사 국면에서 그 국면이 요구하는 사항을 목표로 삼는 것”이라며, 과거 진보 진영에서 주요한 어젠다로 삼았던 “주한미군 철수”나 “자주국방”이 이제는 워싱턴 D.C.의 의제가 된 상황에서 여전히 한국 사회운동의 진보적 의제라 할 수 있는가 질문했다.
그는 “햇볕정책이나 남북 화해·통일이라는 의제도 김정은이 나와서 깨버린 것”이라며, “한국의 통일운동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를 북한이 부정했을 때” 우리는 어떤 의제와 목표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우리가 최대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었던 긴 여름이 가고 긴 겨울이 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지금 진입하는 신냉전 시기”에서는 “국제 정치적으로 번역하면, 전쟁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기존의 남북 교류나 통일 논의보다는 “두 개의 코리아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 말했다. 또한 “비핵화 같은 것도 일단 옆으로 미뤄두고, 남북 간 또는 북미 간 군비 통제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가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불만족스럽고 좌절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시대가 사회운동에 던지는 질문은 과거의 목표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변화된 국제 질서 속에서 새로운 전략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선철 활동가는 미국 사회운동의 경우 “민주당이라는 큰 우산 안에서 함께 활동해 온 흐름이 있는데, 지금 민주당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사회운동도 길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과거 위성정당에 참여했던 정당들이 모여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퇴진 광장을 이끌었던 시민사회 안에서도 극우에 저항하는 대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사회운동이 독립적인 힘을 갖는 정치적 뿌리를 형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기존 정치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전 세계적으로 군사화·무장화 경쟁이 더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미 한국 사회도 무기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 운동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참세상연구소에서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주례 토론회를 열어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한국사회의 현실을 톺아보고, 사회운동의 과제를 함께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