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인더스강을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전략적이고 실존적인 문제이며, 인도가 파키스탄과의 소모전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인더스강을 둘러싼 새로운 전선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갈등은 이제 미사일이나 카슈미르 국경 충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인더스강 수계의 통제권은 남아시아 권력 투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었다.
2025년 4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26명이 사망하자, 인도 정부는 ‘인더스강 수자원 조약’ 참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정부에 체납강(Chenab), 젤럼강(Jhelum), 인더스강에 대한 댐 건설을 가속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들 강은 파키스탄의 농업과 경제에 필수적인 수자원이다. 모디는 "인도에 속한 물 한 방울도 파키스탄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수사(修辭)가 아닌 실제 정책이었다.
비록 5월 10일 정전이 발효되었지만,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이 국경을 넘는 무장세력에 단호히 대응하기 전까지 조약에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인도는 분쟁 지역인 잠무-카슈미르에서 대규모 수자원 인프라 건설을 가속화했고, 파키스탄 측에 필수적인 수문학 자료의 교환도 중단했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 영토에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할 위험이 급증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은 조약의 중단을 “전쟁 행위”라고 규정했다.
강물이 무기가 되는 순간
이번 인도의 조치는 천연자원의 무기화가 본격화되는 전환점이었다.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수자원 외교의 기반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핵무장 국가 간 새로운 충돌 양식을 예고한다.
남아시아에서 물의 정치화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우리(Uri, 인도령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자 군사 전략 요충지) 공격 이후, 모디는 “피와 물은 함께 흐를 수 없다”는 발언을 했고, 이번에도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2019년 풀와마(Pulwama) 공격 후, 인도 수자원부 장관은 파키스탄으로 흘러가는 동부 강물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2025년 조약 종료 계획은 처음으로 수사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행된 전례 없는 수위다.
1960년 세계은행 중재 하에 체결된 인더스강 조약은, 6개 강을 상류의 인도와 하류의 파키스탄 간에 나누어 통제하도록 했다. 라비(Ravi), 베아스(Beas), 수틀레즈(Sutlej)는 인도에, 인더스, 젤럼, 체납은 파키스탄에 할당되었다. 수십 년 동안 전쟁과 쿠데타, 정권 교체 속에서도 이 조약은 핵무장 적대국 간 최소한의 협력 상징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 균형은 2000년대 초 인도의 서부 강 유역 수력발전 프로젝트 착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바글리하르(Baglihar) 댐, 2018년 키샨강가(Kishanganga) 프로젝트는 국제 중재를 촉발했지만, 인도의 댐 개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바글리하르의 불법 저수는 파키스탄의 극심한 수자원 부족을 초래했고, 키샨강가는 인도의 공격적 수자원 외교의 상징이 되었다.
체납강을 란비르 운하(Ranbir Canal)를 통해 우회시키려는 시도도 또 다른 경고였다. 인도는 이를 잠무, 카슈미르, 히마찰프라데시 지역의 수요 충족을 위한 국내 필요라고 주장했지만, 파키스탄은 이를 실존적 위협으로 본다. 이슬라마바드의 시각에서, 인도는 조약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재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도의 수자원 정책은 단순한 조약 위반이 아닌, 파키스탄의 주권과 식량 안보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 되었다.
한계점에 도달한 체계
파키스탄 농지의 80% 이상이 서부 강에 의존한다. 인더스강 하나만으로도 국내총생산의 20% 이상을 지탱하며, 농촌 인구 68%의 생계를 유지시킨다. 수량이 줄어들면 수확량이 무너지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며, 농촌 고용이 붕괴된다.
가장 취약한 지역은 파키스탄의 곡창지대인 펀자브(Punjab)다. 조약 중단 이후, 일부 수문 관측소에서는 최대 90%에 달하는 하강을 기록했다. 이러한 충격은 경제 전반과 사회 통합을 위협한다.
농촌 생계의 붕괴는 경제 의존성과 사회 분열을 심화시켜, 불안정의 토양을 만들게 된다.
이 영향은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이 말라가면서, 농촌 인구는 대규모로 과밀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이미 과도한 압박을 받고 있는 도시 인프라는 이러한 이재민과 자원 부족을 견디지 못한다.
기후 위기는 정치적 위기를 가속한다. 히말라야 빙하의 융해는 물 부족과 과잉을 번갈아 유발하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강우와 홍수는 가뭄과 교차한다. 과거의 안정성을 전제로 설계된 저장 시스템은 현재의 변동성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제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도화선이다.
기후의 불확실성은 인도에 더 큰 지렛대를 제공한다. 댐 하나, 저수지 하나가 충돌의 기점이 될 수 있다.
인도의 “압박 교리(Doctrine of Pressure)”
인도의 변화는 단순한 토목 공학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전환이다. 라제시 라자고팔란(Rajesh Rajagopalan)은 2016년 분석에서 이를 “대규모 보복”에서 “점진적 억지”로의 전환으로 설명했다. 즉, 비군사적 압박을 통한 지속적 억지 전략이다. 인도의 수자원 전술은 이 교리에 정확히 부합한다. 직접 전면전 없이도, 수자원 통제를 통해 파키스탄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 점진적 전략은 기존의 억지 체계를 우회한다. 1998년 핵실험 이후 양국은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한 군사적 억제를 유지해왔지만, 수압 전술은 경고음을 울리지 않고도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 댐의 수문이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폭탄이 아니라 출혈을 유도하는 국가 전략이다. 전차도, 미사일도 없이, 수문 하나로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이 문제는 인도-파키스탄의 양자 이슈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인도 북동부로 흐르는 브라마푸트라강(Brahmaputra)의 수원을 통제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 역시 이를 이용해 인도에 대한 수압 전술을 펼칠 수 있다.
이처럼 다방향 수압 억지 체계가 등장함에 따라, 다음 남아시아 전쟁은 총성이 아닌, 수문 하나의 폐쇄로 시작될 수도 있다.
수문을 통한 수문학적 전쟁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인도의 전례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 이미 국경 분쟁과 경제 불평등으로 불안정한 남아시아에서, 물의 무기화는 새로운 위험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한때 불가능한 협력의 상징이었던 인더스강 유역은 이제 남아시아 차기 대규모 분쟁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출처] The hidden battle: India’s water war against Pakista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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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Abbas)는 레바논 출신의 정치 평론가로, 알마야딘 미디어 네트워크(Al-Mayadeen Media Network)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