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우파 정권 출범…탈화석연료 정책 뒤집나

대선 승리가 유력한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Abelardo de la Espriella)는 석유·가스 개발과 광업 생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 같은 구상은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많이 목숨을 잃는 나라로 알려진 콜롬비아에서 환경단체와 활동가들의 강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6일,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오른쪽)와 러닝메이트인 호세 마누엘 레스트레포가 당선증을 받았다. 출처: 데 라 에스프리에야 페이스북

우파 성향의 기업인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의 예비 개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도널드 트럼프의 우군인 그가 논란이 많은 프래킹(fracking, 단단한 암석 속에 갇혀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꺼내기 위해 고압의 물, 모래, 화학물질을 지하에 주입해 암석을 깨뜨리는 채굴 기술)을 포함한 화석연료 개발 확대의 길을 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콜롬비아가 세계에서 가장 과감하게 추진해 온 화석연료 감축 실험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퇴임을 앞둔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은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을 금지했고, 주요 산유국 가운데 처음으로 신규 석유·가스 탐사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 이를 통해 콜롬비아는 기후 목표에 맞춰 경제정책을 조정하려는 개발도상국들의 선례로 주목받아 왔다.

선거관리당국은 월요일(22) 개표율이 99.9%에 이른 가운데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49.66%를 득표했고, 진보 성향의 국회의원이자 페트로의 정치적 동맹인 이반 세페다 카스트로(Iván Cepeda Castro)48.7%를 얻었다고 밝혔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일요일 밤 승리를 선언했다.

47세인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석유·가스 개발과 광물 채굴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콜롬비아의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콜롬비아가 "가능한 모든 프래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래킹이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도시 괴담"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미국에서는 프래킹이 10여 년 넘게 널리 시행돼 왔지만,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이 채굴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래킹은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데다 유독성 물질 유출로 지하수층과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상업 규모로 프래킹을 시행하는 중남미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정도다.

백만장자이자 형사변호사인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부동산, 명품, 주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좌파 세력을 "전염병"이라고 부르며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정치적 좌파가 오랫동안 환경 보호 의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일요일 지지자들에게 "나를 지지한 사람뿐 아니라 다른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콜롬비아 국민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열린 대선 개표일 축하 행사로 향하는 차량 행렬에서, 대선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와 러닝메이트인 호세 마누엘 레스트레포가 방탄 보호막 안에 선 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데 라 에스프리에야 페이스북

페트로 정부는 중남미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후 정책 가운데 일부를 시행하며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추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화석연료 의존 종식을 촉진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국제회의를 공동 주최했고,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도 지지했다.

그럼에도 콜롬비아 경제는 여전히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했고, 페트로 정부는 경제적 압박 때문에 환경 정책을 충분히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경운동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진전이 비록 더디고 불균등했더라도, 콜롬비아가 환경 보호와 인권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콜롬비아의 기후정책 전문가 지나 코르테스 발데라마(Gina Cortés Valderrama)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 정부가 콜롬비아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자원을 쌓아둔 창고"처럼 취급할 것이며, 그 여파는 국경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걸려 있는 것은 국내 정책만이 아니다"라며 "국제사회에서 콜롬비아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은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의무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원 개발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이른바 "희생지대"에 사는 공동체가 입게 될 피해다. 여기에는 마그달레나 메디오(Magdalena Medio)의 아프리카계 공동체, 푸투마요(Putumayo)의 원주민, 그리고 "이제는 파괴하려는 지하수층을 수십 년 동안 지켜 온 농촌 여성들"이 포함된다.

그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보내는 메시지는, 국가가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위협하는 세력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이라며 "콜롬비아에서는 그런 메시지가 실제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국제 감시단체들은 콜롬비아를 환경운동가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반복해서 지목해 왔다. 여기서 환경운동가란 생태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평화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광산 개발과 석유·가스 채굴, 그 밖의 자원 개발 사업에 맞서는 최전선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범죄조직, 무장세력이 뒤얽혀 있고 국가의 보호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 외딴 지역에서 활동한다.

현재 콜롬비아에서는 환경 보호와 인권 옹호, 반부패 활동을 이유로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는 사람이 15천 명이 넘고, 보호 대상 공동체도 318곳에 이른다. 그럼에도 해마다 수십 명의 활동가가 살해되고 있으며,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협박과 폭행 등 각종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보고타(Bogotá)에 있는 환경 비영리단체 파차마마의 삶’(Life of Pachamama)의 설립자인 후안 다비드 아마야(Juan David Amaya)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대통령에 취임할 가능성을 두고 환경운동가와 인권운동가들 사이에 두려움과 불안이 퍼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선거운동을 "강경하고 대결적인"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콜롬비아의 환경운동가 후안 다비드 아마야가 2026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에서 프래킹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유엔기후변화협약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아마야는 이렇게 말했다.

콜롬비아의 변호사이자 기후운동가인 마리아나 테란 라미레스(Mariana Terán Ramirez)는 성명을 통해,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대통령이 되면 오랫동안 화석연료 개발에 반대해 온 지역사회가 더 큰 압박을 받고 갈등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내가 걱정하는 것은 프래킹 자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목소리와 민주적 참여가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테란 라미레스와 다른 활동가들은 콜롬비아가 이미 기후변화로 심해진 가뭄과 홍수, 각종 극한기상 현상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내려질 결정은 수백만 명의 삶에 실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콜롬비아의 환경운동가와 원주민 대표, 기후정책 전문가들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정부가 프래킹을 허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콜롬비아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지역의 아르우아코(Arhuaco) 원주민 지도자 드위루네이 토레스(Dwirunney Torres)도 있었다. 그는 자원 개발의 최전선에 놓인 지역사회는 이 문제를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토레스는 "우리의 삶의 터전은 희생지대가 아니다. 프래킹은 물을 파괴하고, 땅을 파괴하며, 결국 사람까지 파괴한다"고 말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의 핵심 광물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한층 강화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기업 친화적이고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우파 지도자들이 잇따라 집권하면서 이러한 지정학적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요일 저녁 엑스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차기 콜롬비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역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억제하며, 양국의 경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집권은 최근 칠레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José Antonio Kast), 볼리비아의 로드리고 파스(Rodrigo Paz), 온두라스의 나스리 아스푸라(Nasry Asfura) 당선에 이어 중남미 전역에서 나타나는 우경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같은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을 자신의 모델로 내세웠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자원 개발 확대 정책뿐 아니라 강경한 치안 정책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환경운동을 낙인찍고 범죄시하는 흐름이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지난해 과테말라에서 광산 개발과 댐 건설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위를 벌인 원주민 지도자들이 체포돼 테러와 내란 선동 혐의로 기소된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에콰도르도 또 다른 사례로 거론된다.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 대통령 정부는 60명이 넘는 저명한 원주민 활동가와 반광산 개발 단체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이들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형사 수사도 시작했다.

대선 후보였던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범죄조직을 상대로 대대적인 군사 공세를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마약 테러 조직이 있는 모든 은신처를 폭격하라고 명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카 재배를 근절하기 위해 광범위한 지역에 제초제를 살포하고, '초대형 교도소'를 건설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이 같은 공약은 치안 악화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인권단체는 그의 군사적 접근 방식이 광산 개발과 석유·가스 개발을 둘러싼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지역사회를 더욱 소외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나 코르테스 발데라마(Gina Cortés Valderrama)"여러 극우 정부에서 보았듯이 시위를 위협하고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환경운동가들을 발전의 적으로 묘사하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고, 그들을 겨냥한 폭력이 처벌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후안 다비드 아마야(Juan David Amaya)는 환경단체들이 "정부와 대화할 통로와, 낙인찍히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는 신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환경 보호를 특정 정치 진영의 의제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콜롬비아 국민은 각기 다른 국가 비전을 지지하며 투표했고, 그중에는 자연과 기후 행동, 환경 보호를 염두에 두고 표를 던진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콜롬비아는 우리 모두의 나라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어느 한 정치 세력만의 의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A Trump Ally Vows to Bring Fracking to Colombia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케이티 서마(Katie Surma)는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에서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운동과 국제 환경정의를 취재하는 기자다. 그의 보도는 인권과 환경이 만나는 지점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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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 화석연료 프래킹 트럼프 탈화석연료 우파정부 수압파쇄법 자원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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