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읽고 분석한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살펴볼 책은 수마야 케인스(Soumaya Keynes)와 채드 바운(Chad Bown)이 쓴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법⟫(How to Win a Trade War)이다. 수마야 케인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후손으로, 과거에는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일하고 있다. 채드 바운은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국제무역경제학자다.

이 책은 정말 짜증스럽고 오류투성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방의 주요 자본주의 국가 정부들이 중국의 급속한 제조업 성장과 세계 무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어떻게 대응하려 하는지 말이다. 그들의 해법은 결국 제재와 관세를 앞세운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케인스는 케인스주의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과의 인터뷰에서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의 기본 설정은 독자인 당신이 정말 무역전쟁을 벌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소 괴짜 같은, 마지못해 길잡이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필요한 근거와 증거를 제공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결국 우리는(아마도 서방을 뜻할 것이다) 이미 어떤 형태로든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전쟁을 주도하는 쪽은 사실상 중국"이라고 말했다. 주류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국제무역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더 싸고 더 좋은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을 신뢰할 수도 없는 세상에서는 그런 논리가 그대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보조금 정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운은 이러한 무역전쟁에서 중국산 수출품과 중국 기업에 대한 수입 금지와 각종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특히 강하게 지지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반드시 치러야 하는 진짜 무역전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서방 자본에 이로운 것이 곧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으며, 중국을 '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장이 안고 있는 오류를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미국과 이제는 유럽에서도 나타나는 경제성장 둔화와 제조업 쇠퇴가 과연 중국 제조업의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관행이 초래한 이른바 '차이나 쇼크'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인의 85~95%는 중국과의 무역으로 혜택을 보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 경제를 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동하도록 도와왔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임금을 빼앗았다는 주장은 실제 상황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퍼먼은 또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대부분이 소비재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의 절반 이상은 제조 공정에 투입되는 중간재다." 다시 말해 중국산 수입품은 미국 제조업의 원가를 낮춰 오히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준다. 만약 중국산 수입을 모두 끊는다면 미국 제조업은 가격 경쟁력을 잃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유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럼에도 중국이 서방의 일자리와 번영을 빼앗고 있다는 인식은 이제 서방 정부와 금융 언론, 그리고 이 책의 기본 전제로 자리 잡았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른바 '차이나 쇼크'에 대응한다며 내놓은 해법도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본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국이 세계시장에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으로 과잉생산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국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그 차이를 수입으로 메우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순한 결과일 뿐일까.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극적으로 변화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왜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는 이렇게 급증했을까.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부당하게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율을 이용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덤핑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중국 수출품의 단위당 가격은 오히려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움직임도 일본과 한국의 수출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중국의 대유럽 수출 급증은 상당 부분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친환경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서 비롯됐다. 또 다른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화학제품인데, 유럽은 높은 천연가스 가격 때문에 자체 생산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다시 말해 유럽의 중국산 수입 증가는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이 아니라, 필요한 핵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산업 보조금이 유럽의 그린딜이나 조 바이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보다 특별히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독일 자동차업계도 재투자를 위한 비슷한 규모의 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 자금은 필요한 신규 투자에 쓰이기보다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중국산 전기차가 이미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던 2023년 한 해에만 독일의 자동차 3사는 EY 분석에 따르면 310억 유로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른바 '차이나 쇼크'를 둘러싼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이미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여기서는 더 길게 논하지 않겠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 책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다. 저자들은 무역전쟁이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 더 나아가 두 지역 대다수 시민에게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가브리엘 주크만(Gabriel Zucman)은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이유⟫(The Need to Tax Billionaires)라는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주크만은 전 세계 부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부가 소수의 초부유층 억만장자들에게 얼마나 집중됐는지를 충격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는 일론 머스크처럼 '1조 달러 자산가'의 등장을 논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주크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3,000가구가 개인 자산의 16%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보여준다.

주크만은 억만장자들이 교사나 간호사보다도 실효소득세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부는 대부분 기업 지분이나 각종 자산 형태로 보유돼 있어, 이를 매각하기 전까지는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억만장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산 상당 부분을 세계 곳곳의 조세피난처에 숨겨 둔다. 주크만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조세 회피는 전 세계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정부 부채가 늘어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다. 또한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많은 사람들에게서 앗아갔고, 오늘날 세력을 넓혀 가는 반동적 정치운동이 성장하는 토양을 제공했다.”
주크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조하는 글로벌 최저 자산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자산이 1억 달러를 넘는 개인에게는 매년 보유 자산의 최소 2%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각국 정부가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활용할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계층이 보다 공정한 세금 부담을 나누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크만은 정부가 자산세를 도입하면 억만장자들이 모두 해외로 떠나 결국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반론을 일축한다. 그는 "프랑스의 모든 억만장자가 내일 케이맨제도(Cayman Islands)로 이주한다고 해도 프랑스가 잃게 될 세수는 약 0.03%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주크만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우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민주주의의 중요한 진전이었던 소득세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했던 일을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사실상 소득세의 적용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억만장자들도 마침내 그 제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에 따라 살아가려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이 혁명을 완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내가 주크만의 책에 대해 제기하는 가장 큰 비판은, 그가 조세를 통한 부와 소득의 재분배만을 해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질문은 왜 이처럼 극심한 불평등이 발생하는가이다. 애초에 왜 억만장자가 존재하는가. 그 이유는 주로 조세 회피나 낮은 세율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에 있다. 근본적인 불평등은 전 세계 기업 자산이 극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스위스의 한 연구팀이 최근 갱신한 분석에 따르면 1,318개의 다국적기업만이 세계 경제의 자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초연결 기업은 빨간색, 연결성이 매우 높은 기업은 노란색으로 표시됐으며, 점의 크기는 각 기업의 매출 규모를 나타낸다.)

“사실상 전체 기업의 1%도 되지 않는 기업들이 전 세계 기업 네트워크의 40%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주요 주주들이 억만장자가 된다. 문제는 주크만이 제안하듯 억만장자들에게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는 데만 있지 않다. 오히려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들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렇게 해야 억만장자의 시대를 끝낼 수 있고, 정부도 투자와 생산을 억만장자 주주의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에 맞춰 계획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기업들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자고?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정부들과 그 정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기업들을 생각하면, 그것은 완전히 공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체제에서 정부들이 억만장자에게 2%의 자산세를 부과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역시, 규모만 조금 더 작을 뿐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기후변화와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는 이제 말 그대로 불타는 현안이 됐다. 올해 여름에는 북반구의 선진국들조차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전 세계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후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 경은 최근 ⟪21세기 성장의 새로운 이야기: 기후행동의 경제학과 기회⟫(The Growth Story of the 21st Century: The Economics and Opportunity of Climate Action)를 출간했다.

스턴은 지구온난화 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또한 기후행동과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라 양립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해법은 무엇일까.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력해 대규모 친환경 투자를 선제적으로 집행하고, 국제 기후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탄소가격제와 환경세,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오염을 유발하는 주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모두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2.0℃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제시돼 온 주류 경제학의 정책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실패했다. 화석연료 생산은 단계적으로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기후행동을 위한 자금 지원도 사실상 사라졌다. 브렛 크리스토퍼스(Brett Christophers)가 자신의 저서에서 지적했듯이, 자본의 수익성이야말로 실질적인 기후 대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스턴이 주장하듯 거대 에너지 기업과 세계적인 은행, 대형 산업기업들이 스스로 상황을 깨닫고 기후 대응에 투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경제학자 폴 콕숏(Paul Cockshott), 앨린 코트렐(Allin Cottrell), 얀 필리프 다프리히(Jan Philip Dapprich)가 오래전에 출간한 저서에서 설명했듯이, 공공 소유와 계획경제적 접근에 있다.
[출처] Summer books: trade wars, billionaires and global warming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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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