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채굴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 광산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새 보고서는 실제 수요의 상당 부분은 기존 산업과 AI, 국방 분야가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출처: Unsplash+, Dominik Vanyi
구리, 리튬, 코발트 등 이른바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적인 채굴 경쟁에 대해 광산업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7월 14일 발표된 한 보고서는 오늘날 광산 개발 붐을 떠받치는 수요의 상당 부분은 다른 분야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오클랜드 연구소’가 발표한 이 보고서는 현재 핵심 광물 수요의 70% 이상이 기존 산업, 재생에너지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전력망 확충, 소비재 산업, 그리고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AI 및 국방 산업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개발업체들이 다른 산업과 한정된 광물 공급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광산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연구소 정책국장이자 보고서 공동 저자인 프레데릭 무소(Frédéric Mousseau)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수요에 더해 새로운 채굴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군사화를 완화하고 모든 산업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채굴 경쟁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광물 채굴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오클랜드 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토지 분쟁을 추적해 왔으며, 최근에는 광산 개발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서식스대학교 산하 연구기관인 개발연구소의 분석을 인용하며,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4,293개 지역에서 3만 6천 건이 넘는 광산 관련 분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쟁은 막대한 물 사용에서부터 광산 폐기물 저장시설 붕괴 사고에 이르기까지 광산 개발이 초래하는 환경적 피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환경 감시단체들은 광산업을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공격과 가장 자주 연관되는 산업으로 꾸준히 지목해 왔다.
이번 보고서를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광업금속협의회(ICMM)는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전 세계 광산업의 약 3분의 1을 대표하는 26개 회원사가 "인권, 원주민의 권리, 수자원 관리, 광산 폐기물 저장시설의 안전, 자연환경 보호에 관한 기준을 독립적인 평가를 통해 준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ICMM는 이어 "최종 용도가 무엇이든, 세계는 더 많은 광산 개발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더 나은 방식의 광산 개발도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클랜드 연구소 보고서의 분석은 전 세계적으로 광산 개발을 확대해야 한다는 핵심 논거에 의문을 제기한다. 즉, 기후목표를 달성하려면 광물 채굴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ICMM는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세계는 더 많은 금속과 광물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기후목표도, 개발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광산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자사의 산업을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분야로 규정해 왔다. 영국·호주계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는 2025년 연례보고서에서 "우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저탄소 미래에 필수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고 밝혔다.
리오틴토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보고서를 검토하지 않은 미국 워싱턴 D.C. 소재 전미광업협회는 서면 답변에서 "지금은 역사상 가장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광물은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안전·노동 기준에 따라 채굴될 수 있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UN 자료를 인용하며, 광물과 목재를 비롯해 지구에서 채취하는 모든 자원의 총 채굴량이 1970년대 이후 세 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리는 이러한 증가 규모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1세기 첫 26년 동안 채굴된 구리의 양은 그 이전 인류 역사 전체에서 채굴된 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광산업의 기업가치도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초 기준 세계 50대 광산기업의 시가총액은 2조 4천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보다 1조 달러 이상 증가한 규모다.
프레데릭 무소와 공동 저자는 에너지 전환이 광물 수요를 이끄는 주된 요인이라는 통념을 검증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핵심 광물 관련 자료를 정부 및 업계 자료와 함께 분석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그 밖의 모든 수요를 구분할 수 있었다. IEA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광물로 코발트, 구리, 흑연, 리튬, 니켈, 희토류 원소 등 여섯 가지를 꼽고 있다.
저자들은 풍력, 태양광, 대규모 전력망용 배터리가 핵심 광물의 예상 수요 가운데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면, 대부분의 광물은 전력 생산과 무관한 산업에서 소비된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는 전기자동차도 포함된다. 저자들은 정부가 대중교통을 우선시한다면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수단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정책, 핵심 광물의 재활용 확대, 군사비의 대폭 삭감,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산업 다변화와 같은 '전략적 정책 선택'이 광물 수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광물 채굴 경쟁이 아무런 제약 없이 계속된다면, 광물 채굴이 초래하는 파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무너지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며,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이다."
기술·군사·채굴 산업 복합체의 부상
보고서는 국방비 지출과 AI 인프라의 확대를 핵심 광물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두 분야로 지목했다. 이러한 분석은 군사 장비와 AI 기술에 사용되는 광물에 대한 수요 전망, 각국 정부의 국방 지출, IEA 자료, 그리고 업계 전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구리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고성능 반도체에 사용되는 갈륨, 게르마늄, 탄탈럼 등의 광물도 대량으로 소비한다. 군사 분야에서는 항공기, 통신 및 유도 시스템, 탄약 등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구리, 티타늄, 니켈 등 다양한 핵심 광물이 필수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는 400킬로그램(882파운드)이 넘는 희토류 광물이 들어가며, 알레이 버크급 DDG-51 구축함 한 척에는 2.2톤이 넘는 희토류 광물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콜로라도 광산대학 자료를 인용하며, 군사 분야에서 사용되는 10대 핵심 광물의 수요는 향후 10년 동안 이전 10년에 비해 135%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3월 10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USS 알레이 버크 함상에서 수병들이 작업하고 있다. 출처: 알마기셀 슈링(Almagissel Schuring)/미 해군
지난 1월 S&P 글로벌)이 발표한 보고서도 구리에 대해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는 군사 분야와 A가 앞으로 구리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두 분야의 구리 수요는 2040년까지 각각 현재의 약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S&P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추가로 약 400만 톤의 구리 수요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연간 구리 생산량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건설, 제조업, 소비자 전자제품 등 기존 산업은 여전히 구리 수요의 가장 큰 원천으로 남아 있다.
이 두 보고서는 세계 각국 정부가 군사력과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올해 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1조 5천억 달러를 제안했다. 이는 2023년 수준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이며, 국방부가 미국 내 광산 개발 사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제안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추진되어 온 친(親)광산 정책을 한층 강화하는 흐름의 일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생에너지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대하고 중국의 광물 정제 분야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부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촉진했다.
미국 법률에서는 연방정부가 국가의 경제 또는 안보에 필수적이며 공급 차질 위험이 큰 광물이라고 판단한 경우 이를 '핵심 광물'로 지정한다.
2023년 이후 미국 국방부는 미국 내 흑연, 리튬, 망간 광산에 1억 5천9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세 광물은 모두 미국 법에 따라 핵심 광물로 지정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핵심 광물 비축을 확대하는 한편,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저소득 국가들과 광산 개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물 시장을 연구하는 콜로라도 광산대학의 경제학자 이언 랭(Ian Lange)은 현재 군은 핵심 광물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수요를 이끄는 요인은 전력망 확충,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건설, 전반적인 경제성장 등 전기화와 인프라 확대이며, 여기에 구리 같은 주요 산업용 금속에 대한 기존 수요가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랭은 "희토류에 대한 군의 수요는 미국 전체 희토류 수요의 약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연구소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광물 확보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보다는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더 강하며, 그 과정에서 공격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부패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2026년 3월 유출된 미국 국무부 내부 문건에서 미국이 잠비아 정부에 핵심 광물에 대한 우선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협정에 서명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생명을 구하는 HIV 지원을 보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 여러 언론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뉴욕에 본사를 둔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성사시킨 16억 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텅스텐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리고 미국 정부가 광산 투자에 따른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Kush Desai)는 서면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고 이를 미국으로 다시 이전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데사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을 이끄는 유일한 이해관계는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보고서 저자들은 AI의 확산을 국방비 증가와 분리해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군사 시스템에 점점 더 깊숙이 통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엔비디아, 오픈A, 구글, 엔스로픽, xAI 등 기술기업들이 AI 모델을 군사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체결한 계약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2020년 이후 미국 국방부로부터 9억 달러가 넘는 방위 계약을 수주했으며, 여기에는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의 주계약자 역할도 포함된다. 이 AI 시스템은 위성, 드론 등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표적을 식별하고 적합한 무기체계를 추천한다.
보고서는 또 독립 감시단체인 ‘택스페이어스 포 커먼 센스’가 2024년에 발표한 분석도 인용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2023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방위산업은 로비 활동에 약 13억 달러를 지출했다.
또한 ‘오픈시크릿’ 자료를 인용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방위산업은 민주·공화 양당의 선거운동과 정치위원회에 3,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치르는 대가
보고서는 광물 채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광물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의 2022년 연구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광물 개발 사업의 약 69%가 원주민이나 농촌 공동체의 토지 또는 그 인근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의 경우 이 비율은 85%까지 높아진다. 저자들은 전기자동차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수단이며, 대중교통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프레데릭 무소는 지난해 잠비아에서 중국 국영 구리광산의 광산 폐기물 저장시설이 붕괴한 사건을 대규모 광산 개발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적·인도적 피해의 사례로 제시했다. 이 사고로 수백만 갤런의 독성 폐기물이 주변 하천으로 유출되면서 농경지가 훼손됐고, 그 땅에 생계를 의존하던 지역사회도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광산에서는 광물을 추출한 뒤 남는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데, 이 폐기물에는 방사성 물질과 납 같은 중금속이 포함될 수 있다.
무소는 잠비아에서 발생한 유출 사고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남겼으며, 그 영향은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는 앞서 이 사고를 보도하면서, 현지 농촌 공동체가 오염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책임 규명과 배상을 요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태를 전했다. 광산 회사는 정부가 지급하도록 한 17달러에서 2천 달러의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가난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설득했다.
이 주민들은 현재 광산 개발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묻고 새로운 광산 개발 사업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이 늘어나는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보고서는 국제 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의 자료를 인용해, 2021년 이후 광산 개발과 관련된 환경운동가에 대한 폭력 사건이 연평균 111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무소는 이번 보고서가 하나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나라에서 광산 개발이 얼마나 큰 파괴를 초래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들이 추진하는 계획과 전망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그 파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것이다."
[출처] AI, Defense Spending Fuel the Rush to Mine Minerals, Report Say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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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서마(Katie Surma)는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nside Climate News)에서 자연의 권리(rights of nature) 운동과 국제 환경정의를 취재하는 기자다. 그의 보도는 인권과 환경이 만나는 지점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