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 평택공장에서 지난 7월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 씨가 설비에 끼여 숨진 가운데, 최근 6년 동안 만도의 평택·원주·익산공장에서 최소 21건의 끼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상당수가 설비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정비하거나 위험구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회사가 사고 원인을 작업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나 불안전한 행동 등으로 판단하고 교육과 경고표지 설치를 재발방지 대책으로 반복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12일,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HL만도의 산업재해조사표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6년까지 평택·원주·익산공장에서 끼임사고 21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료는 만도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산업재해조사표를 토대로 한 것으로, 회사가 기록한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도 포함돼 있다.
산업재해조사표에 기록된 사고 원인을 보면 설비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접근해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반복됐다. '위험구간 접근 시 설비 미정지', '자동상태에서 설비 조작', '설비 동작 중 트러블 조치', '컨베이어 미정지 상태에서 위험구간 접근 및 정비작업 시도', '설비 자동운전 중 위험구간 접근', '비상정지장치 미가동' 등이 사고 원인으로 기록됐다. 설비 이상을 조치하면서 기계를 정지시키지 않거나 잔류에너지를 차단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기록한 사고 원인에는 '안전수칙 미준수', '불안전한 행동', '작업자 부주의', '위험요인 미인지' 등 노동자의 행동을 원인으로 지목한 표현도 반복됐다. 대책위는 위험한 작업이 개별 노동자의 돌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져 온 작업 관행이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7월 22일 평택공장에서 김승모 씨가 숨진 뒤 현장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와도 연결된다. 대책위에 따르면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은 인터록이 설치된 설비에서도 이를 케이블타이 등으로 묶어 기능을 무력화하고, 설비를 가동한 채 칩을 제거하거나 점검·정비하는 작업이 이뤄져왔다고 증언했다. 대책위는 회사가 이 같은 작업 관행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설비 가동 중 작업 금지' 등의 표지를 설치하는 수준에서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회사가 산업재해조사표에 제출한 재발방지 대책에서도 작업자 교육과 경고표지 설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안전표지 부착 및 동종재해 예방교육', '안전경고 표지 확대 게시', '트러블 조치 시 설비 정지 및 수동전환 후 작업교육', '해당 부서 안전의식 강화 교육', '사고사례 전파 및 교육', '작업 안전수칙 준수', '정비 작업 시 안전작업 절차 재교육' 등이다.
물론 설비 개선 조치도 있었다. 안전펜스와 안전커버를 설치하거나 설비 출입구에 안전센서를 부착해 신체가 접근하면 전원을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 부품 끼임이 발생하면 설비를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대책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대책위는 21건의 사고가 반복된 점을 들어 노동자 교육이나 주의 환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구조적인 위험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책위는 김 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3월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끼임사고에 주목했다. 당시 만도는 산업재해조사표에서 사고 원인을 '인터록 기능 무효화 및 LOTO 미준수'와 기종 전환에 따른 잦은 오류 발생으로 기록했다. 재발방지 대책으로는 '근로자 인터록 무효화 방지 대책 수립'과 재발방지대책회의, 관리감독자 특별교육을 제시했다.
인터록은 사람이 위험구역에 접근하면 설비 작동을 막거나 정지시키는 장치다. LOTO(잠금·표지)는 정비나 청소 과정에서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도록 에너지원을 차단하고 잠근 뒤 작업 중임을 표시하는 절차다. 대책위는 3월 사고 기록을 근거로 만도가 적어도 당시에는 인터록을 무력화하는 작업과 LOTO 절차 미준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3월 사고 이후 회사가 실제 어떤 재발방지 조치를 취했는지가 김승모 씨 사망사고의 책임을 규명하는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책위는 당시 LOTO 절차와 인터록 무효화 방지대책이 실제 현장에 마련되고 작동했는지를 노동부가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와 함께 만도가 지난 6월 중순께 LOTO 절차 마련 등을 다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록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 노조 측 서명을 받은 뒤 노동부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반복되는 끼임사고의 배경에는 생산량을 우선하는 작업 방식이 있다는 게 대책위의 분석이다. 대책위는 회사가 시간 단위 목표 생산량을 정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잔업과 특근 등을 통해 당일 생산목표를 맞추도록 하는 방식이 설비를 완전히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정비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만도의 '가동률 88%' 역시 이런 생산 중심 작업방식과 분리해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현재 평택공장에 한정해 진행되는 노동부의 일반감독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6년간 끼임사고가 평택뿐 아니라 원주와 익산공장에서도 반복된 만큼 개별 공장의 문제가 아니라 만도 전체의 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만도 전체 공장을 포함한 본사 차원의 특별근로감독과 종합안전진단이 필요하다"며 반복된 사고에서 회사가 어떤 재발방지 대책을 세웠고 실제 현장에서 이를 이행했는지, 생산목표와 설비 가동률이 안전한 작업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는지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덧붙이는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