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홍익대 청소ㆍ경비노동자, 기획된 노조탄압을 분쇄하다

계속되는 노조말살 시도에 맞서 지치지 말고 투쟁하자!

홍익대가 경비노동자를 상대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으나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폐기되었다. 올 1월 새롭게 홍익대에 들어오게 된 용역업체 국제공신(주)은 노무법인의 컨설팅까지 받아가며 노조 탄압을 시도했다가,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 성실교섭을 약속했다.
이 투쟁은 복수노조-창구단일화 법안 하에서, 또한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일반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노조탄압에 맞서 승리를 거뒀던 노동조합도 결코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번 국제공신의 노조 파괴 시도는 용진실업의 입찰포기 약속을 받아낸 지 불과 5개월 만에 시작되었다.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조를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말살하겠다는 사측의 치밀한 로드맵을 보여주는 문건이 발견되었다. 문건은 어용 노동조합과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세력 약화에 초점을 맞춰 노무관리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 장기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2전 2승, 그리고 3라운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홍익대 분회 조합원들은 2010년 12월 민주노조를 결성한 이후 벌어진 굵직한 투쟁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 왔다. 2011년 1월 전원해고 조치에 맞선 49일 간의 투쟁, 2012년 4월 어용노조를 앞세운 민주노조 말살 시도에 맞선 86일 간의 투쟁에서 승리하며 민주노조를 지켰다. 홍익대 노동자들을 비롯한 서경지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에 많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가 더해져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한편 홍익대 당국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탄압하는 학교로 알려지며 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노동 탄압 대표 대학’의 오명을 벗기 위한 홍익대의 선택은 노조의 인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탄압이었다. 2011년 투쟁에 대해 홍익대는 억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지만, 다시 항소하여 현재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조를 골칫거리로 여기는 홍익대 당국의 암묵적 지원을 바탕으로 용진실업은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일터를 휘저으며 노조탄압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했다. 사측은 홍경회라는 어용노조를 과반으로 조직하여 창구단일화 절차를 개시, 홍경회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하고 서둘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모든 어용노조 활동의 결과물이 그렇듯, 단체협상의 내용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것이었다. 용진실업과 홍경회 노조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금협약을 체결했고,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늘렸다. 민주노조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 계속되고, 어용노조로 인해 노동자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가중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청소·경비노동자들은 2012년 세 달여의 투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악질 업체인 용진실업을 쫓아낼 수 있었다.

컨설팅을 통한 기획 탄압

작년 12월에 새로 선정된 용역업체 국제공신은 처음부터 서경지부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빌미로 서경지부의 교섭 요청을 거부했다. 1월 18일 홍익대 분회가 국제공신 본사에 항의방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건은 국제공신이 보인 강경노선의 배경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해당 문건에는 퇴출된 용진실업이 자신들이 못 다한 노조 말살 계획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국제공신에게 인계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었다. 두 용역업체의 만남은 홍익대 관재팀에서 인수인계를 잘 해달라 부탁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문건에 따르면 용진실업은 복수노조 설립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대화 내용에는 홍경회를 대표노조로 만들기 위해 모 소장이 큰 역할을 했으며, 소장에게 급여 외에도 매월 15일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55만 원을 지급했다는 내용, 용진실업에서 계속 관리를 했다면 미화원도 분열시켜 복수노조를 만들 뻔 했는데 아쉽다는 내용 등이 언급되어 있다. 또한 노조 간부 및 조합원 성향을 언급하며 반드시 해고해야할 사람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조합 운영에 개입하고, 조합원의 해고와 노조탄압을 종용한 것은 노조법 81조 제4호 위반의 부당노동행위이다.
지난 해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관리 기업이 유성기업과 KEC 등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친 사실이 밝혀지며 이슈화 된 바 있다. 조합원 수 감소분만큼 인센티브를 받고, 노조 집행부 교체를 목적으로 한 작업부터 파업대오 와해를 위한 용역깡패 주선까지 노동탄압을 위한 풀 패키지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 노무관리 기업이다. 경비노동자 67명을 고용하는 작은 사업장까지 노무법인을 동원하여 노조 탄압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은, 기획 탄압이 대규모 사업장 뿐 아니라 소규모 용역업체와 비정규직 사업장에까지 확산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10월 창조컨설팅 문제가 이슈화되자 고용노동부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창조컨설팅 노무사 2명의 등록을 취소하고, 향후 노무사의 불법행위를 제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한 친사용자적인 현행 노동법 하에서는 적발하는 경우도 드물거니와 최대 벌금은 고작해야 2천만 원에 불과하다.
노동 통제와 임금 절약을 통해 수익을 낼 수만 있다면 노무관리 기업의뢰에 돈을 쓰든 관계기관 로비에 돈을 쓰든 자본에게 남는 장사로 여겨질만 하다. 이들이 노조라는 말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까닭은 역으로 민주노조의 위력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민주노조의 통제력과 교섭력이 약해질수록 자본은 얻는 것이 많고, 노동자들은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늘어난다. 자본이 민주노조를 빼앗은 다음 노동자들에게 내놓으라 하는 것은 임금, 동료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노동의 긍지이기도 하다.

기획 탄압에는 단결 투쟁으로! 민주노조가 답이다!

국제공신이 정리한 자료에는 사측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홍익대를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한 대학들의 동종업계 근로자들을 하나의 투쟁단위로 묶어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고”,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그 중에서도 환경미화원, 경비 등 시설관리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근로조건문제에 대해서는 여타의 근로자들의 문제들보다 이슈화되기가 쉽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우리가 어떤 힘을 통해 사측을 압박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 동안 서경지부에 속해있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자기사업장을 넘어 투쟁하고, 동종업계의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이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했던 것이 실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최근 연세대에서는 민주노조의 힘으로 악덕업체를 모두 퇴출시키는 동시에 그토록 발뺌하던 진짜 사용자, 원청인 대학 당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으며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합의서를 받아낸 바 있다. 그 결과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다시 민주노조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이 역시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총력투쟁과 지역사회단체들의 연대로 가능했다.
그 동안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최고임금으로 여겨지던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쟁취하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의 족쇄를 실력으로 넘어선 데 이어, 이번 홍익대 사례는 민주노조 파괴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또 한 번의 승리의 사례로 남았다. 그러나 투쟁으로 퇴출된 업체 뒤에 들어온 새로운 업체에 당당히 노조 탄압을 종용한 홍익대 당국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노조 파괴 시도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홍익대와 용역업체가 그 어떤 싸움을 걸어와도 민주노조는 단결과 연대로 승리할 수 있음을 앞으로도 증명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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