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의 주간지 사회와노동

세월호 특별법, 타협이 아닌 진실만을 원한다!

8월 15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로 모이자



정치권은 진실 규명의 의지가 있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궤변이 끊이질 않는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그 진원지다. 시작은 ‘유가족들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대학 특례입학, 의사자 지정 등 유가족대책위가 요구하지 않은 내용을 문제 삼아 특별법의 취지를 흐리게 하는 동시에 유가족들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했다. 보상 문제를 제외한 특별법을 논의하자고 하니, 이제는 ‘수사권·기소권 부여는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적 구제는 위헌’이라 답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들에게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이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법학자들의 입장 발표도, 독립적인 특별 기구를 만드는 것이니 사적 구제가 아니라는 반박도, 이미 만들어진 프레임 속에선 무력했다. 저들은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국민들이 쉽게 혹할 만한 궤변으로 여론을 호도한다.
국민을 우롱하기로는 새정치민주연합도 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하겠다던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 대표는 7.30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너무나 쉽게 여당의 손을 잡았다. 선거 결과가 어디에서 기인하였는지 반성하기는커녕, ‘적당한 수준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데에 합의하고 만 것이다. 유가족대책위와는 어떤 상의도 없는 결정이었다. 합의안에는 요구안의 핵심이었던 수사권·기소권 모두 빠졌을 뿐만 아니라 특검 임명권도 최종적으론 대통령 권한 하에 두도록 되어 있다.
급작스러운 여야 합의안의 발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이 모아 온 마음과 유가족들의 눈물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었다. 유가족들의 새정치연합 당사 점거 농성, 각계 인사들의 성명 발표, 야당 내 반발 등으로 인해 새정치연합 입장이 며칠 만에 ‘재협상’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미 불신은 커질 대로 커졌다. 지금까지 보여준 바에 의하면 여야 정치인들과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다가가려는 의지가 없는 듯하다.

하나마나한 조사, 이번엔 달라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활동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과거사정리위원회 등 지금까지 있던 각종 진상조사위원회들은 독립적 수사권이 없어 활동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권력기관의 힘 앞에 굴복하지 않고 폭넓은 조사를 벌이기 어려웠다. 경찰청 등의 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사된 증거조차도 신뢰도 문제로 특검에서 뒤집어지기 일쑤였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진상조사였다.
당장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만 해도 그렇다. 90일 간의 여정이 끝나가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증인 채택 문제로 구성 초부터 난항을 겪은 데다 확보 가능한 자료도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단적으로, 청와대는 국정조사 특위가 요청한 205건의 자료 중 7건 만을 제출했다. 그것도 인터넷 상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자료들뿐이었다.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곧 흐지부지되고 마는 진상규명을 이번에도 반복할 수는 없다. 세월호의 침몰은 그런 무기력이 하나하나 쌓여서 만들어진 참사이기 때문이다. 진상조사 과정에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건 이번만은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서 나온 것이다. 이는 몰상식한 요구가 아니라,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적폐를 넘어서기 위해 꼭 필요한 요구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이 달라야 한다면, 진상조사 과정과 이 문제를 다루는 특별법부터 이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유가족과 국민이 동의하는 특별법이 아니면 안 된다

전례 없는 참사인 세월호의 침몰, 아직 밝혀야 할 진실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 세월호가 왜 침몰했으며 왜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했는지에 관한 폭넓은 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은 공식 언론에서 다뤄진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를 포함한 성역 없는 조사로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안전점검 및 구조 시스템, 기관의 운영, 개인의 역할 등 모든 영역을 다루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파헤쳐야 한다.
진상규명은 또한 4월 16일 당일에 벌어진 일들의 구체 경과를 밝히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떤 시스템이, 어떤 권력이 이런 참담한 상황을 만들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안전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되었는지, 그래서 누가 이익을 보아 왔는지, 알면서도 눈감아준 이들은 누구인지, 그 실체를 낱낱이 밝히기 전까지 우리는 결코 세월호를 잊을 수 없다.
지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침몰하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세월호 특별법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법’이다. 이른바 ‘416특별법’이라 불리는 가족 측 특별법은 94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당시 수사 검사였던 김희수 변호사가 초안을 작성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 350만 시민의 서명을 통해 청원한 법이다. 시간과 정치싸움에 쫓겨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법이 아니다. 정부는 유가족과 국민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만 한다.
‘세월호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8월 1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여해 박근혜 정권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바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유가족들의 싸움에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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