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5년|12월|현장의목소리] 청년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아름다운 청년 김영 씨 인터뷰

올해 언론을 통해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보도되면서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기야 호텔,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야구구단, 극장 등을 비롯해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 스낵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경영권의 의미는 평범한 노동자, 시민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한편, 지금 여기 거대재벌 롯데그룹에 맞서 싸우는 아름다운 청년이 있다. 올해 24살인 김영 씨는 2013년 12월부터 3개월여 롯데호텔 뷔페에 있는 라세느 매장에서 일용직 계약직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 부당한 일을 겪기는 했지만, 알바니까 다른곳에서 일해도 그만일 수 있지만 김영 씨는 부당함에 맞서기로 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이기도 한 김영 씨는 또래의 청년들이 자신이 경험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 씨는 2년 전 고향 전북 전주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고시원에서 사는 김영 씨는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형편이라 알바를 해야했다. 그러다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장기간 일할 수 있고, 하루 2끼 식사를 지원하는 롯데호텔 알바에 지원했다.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했는데 롯데 호텔에서는 일용직 계약으로 일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구인 게시물에서 분명 장기간, 상시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근로계약서를 쓰려고 보니 하루 단위로 계약하는 일용직이더라고요. 앞선 게시물이랑 내 눈앞에 있는 근로계약서가 다르니까 처음엔 의아했는데 그 자리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의 인사과 직원에게 왜 일일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지 물어볼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계약서 쓰고 만일 일용직으로 일하는 거면 바로 나오자 생각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계약서가 다분히 형식적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형식적이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일일 근로 계약을 맺었지만, 정규직 직원이랑 마찬가지로 직고용이었고 근무 스케줄은 물론 휴무 스케줄도 정규직 직원이랑 같이 조율해서 정했어요. 매일 아침 출근 도장 찍듯이 사무실에 수백 장 복사해져 있는 계약서에 두 장씩 사인해서 하나는 회사에 제출하고 하나는 제가 갖는 것 말고는 다를게 없었죠. 저처럼 일하는 사람들도 수십 명이었고요. 그래서 계약서는 다분히 형식적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일하고 싶은 만큼 오래 일할 수 있겠다 기대를 했어요."

현장에서 어떤 일을 했나?

"12시 출근해서 밤 10시에 마감했어요. 오픈 뷔페라서 점심,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달라고 하는 베이커리, 디저트 챙겨 드리고 그 외 시간에는 베이커리 만드는 곳에서 정규직 직원들 보조 역할을 했어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체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나?

"2013년 12월부터 3개월가량 일했는데 크리스마스, 신정 연휴 등 공휴일에 다 나와서 일했어요. 지각도 한번 안 하고 근무태도가 나쁘냐고 지적받은 적도 없고요. 그런데 하루는 일하면서 정규직들은 노동조합에서 단체협약으로 얻어내서 휴일에 근무했을 때 수당을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저처럼 일용직 알바들한테는 왜 적용이 안 되는지 궁금해서 근로계약서를 확인했죠. 보니까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사항은 취업규칙과 근로기준법에 따른다는 조항이 있어서 그 뒤로 인사과에 찾아가서 취업규칙을 보여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인사과 직원이 인턴인지 알바생인지 물어보더라고요. 알바생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불쾌하다는 투로, 알바한테는 보여드릴 수 없으니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돌아가는데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더라고요. 너무 모욕적이어서요."

김영 씨는 다음날 휴무여서 현장을 비웠다. 이때 롯데호텔은 김영 씨와 함께 일하는 인턴에게 찾아와 김영 씨가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취업규칙을 왜 보여달라고 했는지 아는지 등을 캐물었다.

"다음날 출근하니까 주임님이 어제 상황을 말씀하면서 농담으로 너 잘리는 거 아니냐고 다 같이 웃고 그랬는데, 마감 한 시간 전에 전화가 왔어요. 알바 지원할 때 구인 소개업체 분이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제 업무에 여성 직원이 필요해서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잘린 거죠. 처음 해고를 당한 건데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구나, 일할 때는 항상 가족이라고 했는데 눈엣가시가 되면 몇 마디 말로 쫓겨난다는 생각에 씁쓸했어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인데, 거대재벌 롯데에 맞서 싸울 생각을 했나?

"일하면서 매우 많은 또래 청년들을 만났어요. 인턴, 실습생, 알바 이렇게 나뉘는데 솔직히 일용직 알바인 저보다 인턴, 실습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있었어요. 인턴의 경우엔 최저시급 받고 딱 1년 10개월 일하고 끝나요. 인턴 끝나고 정규직 전환하는 사람들은 극소수고요. 그리고 나면 새로운 인턴 뽑아서 일을 시켜요. 실습생들은 주로 전문대 학생들인데 월 30만 원 받으면서 정규직이랑 똑같이 일해요.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 업무를 도맡아 해요. 그래도 실습생들 입장에선 대기업에서 실습했다는 이력 한 줄이 필요하니까 참는 거죠. 이런 친구들이 저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싸움을 결심했어요."

김영 씨는 2014년 6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12월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롯데호텔은 사태를 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김영 씨를 만나 돈으로 회유했다.

"중노위 판결이 있고 판정서가 송달되기 전에 회사에서 일할 땐 한번 본 적도 없는 인사과장이란 사람에게 직접 연락이 왔어요. 개별적으로 만나자고요. 그래서 3차례 봤는데 회사에서는 중노위 소송 취하하고,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복직을 포기하면 3,000만 원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김영 씨는 회사의 회유의 흔들리지 않았다. 다급해진 롯데호텔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를 이겼기 때문에 재판에서도 유리했을 것 같은데 법원의 판단은 뭐였나?

"중노위를 이겼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심 판결에서 납득하기 힘든 논리로 지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내심 2심 가면 번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패소하니까 마음이 꿀꿀해요. 2심 때는 알바가 있어서 제가 직접 공판장에 가지 못해서 결과를 전해 들었는데 뭐랄까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2015년 6월 1심 재판부는 김영 씨의 부당해고에 대해 “평소 수행한 업무가 특별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한 보조업무에 불과하므로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르바이트 직원 상당수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으로 복학 하거나 더 좋은 직장이 있으면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어 소송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롯데호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후 지난달 열렸던 항소심에서는 김영 씨와 롯데호텔이 매일 계약서를 새로 쓴 일이 기간제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며 김영 씨에게 롯데호텔이 계약 갱신을 기대할 권리가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거대그룹과 힘든 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고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로 언론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다뤄지는 것이 힘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제가 처음 싸움 시작할 때 큰 벽으로 느꼈던 건 20대 청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알바에 대한 인식이었어요. 해고당하던 날 저와 알바를 하던 친구가 알바인데 다른 데 가면 되지 않느냐, 대기업이랑 어떻게 싸우느냐고 말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언론을 통해 제 싸움이 다뤄지면서 이런 문제에 별 관심 없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주변 친구들이 기사보고 메시지를 보내요. 권리 의식, 사회문제에 목소리 내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요. 한편, 개인이 내부 고발자로서 문제를 터뜨리고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안에서 조직된 사람들의 집단적인 힘이 필요하구나, 그게 있어야 싸울수 있겠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이번 싸움에 목표가 있다면?

"신동빈 회장에게 걸림돌이 되고 싶어요 (웃음) 우선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하는 거예요. 비록 알바지만 대기업과 싸워서 권리를 보장받고 당당하게 다시 복직한다면 이런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또래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당당히 걸어 들어가서 다시 일하고 싶어요. 복직하면 롯데호텔 노동조합에서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김영 씨는 학교 기말고사 공부를 위해 책을 펼쳤다. 또, 지금 사는 고시원이 여름에는 에어컨 한번 안 틀어주는 곳이라 내년엔 매달 5만 원씩 월세를 더 내고 창문 있는 방으로 옮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롯데라는 거대한 자본에 맞서 싸우는 청년이자 소박한 꿈을 꾸는 아름다운 청년 김영 씨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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