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9ㅣ12월ㅣ성명]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 불승인 결정을 한 근로복지공단 심사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절망드림’ 근로복지공단을 노동자의 이름으로 심판하자!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 불승인 결정을 한
근로복지공단 심사위원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위원회가 보여주었던 태도는 이미 불승인을 예고하고 있었다. 산재심사위원회는 삼성이 주는 자료로만 증거조사를 했고, 법에 따라 공개하여야 하는 심사위원회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또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진 삼성반도체 공장의 1급 발암물질 벤젠 검출 사실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조사할 수 없다’면서 외면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더니 끝내 근로복지공단본부 산재심사위원회는 지난 2009년 11월 24일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신청 사건에 대하여 전원 불승인 결정을 통보해왔다. 이유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백혈병 유발물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과학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산재심사위원회에서는 소수의견으로서, “2019년까지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한 역학조사를 계속하고 있고 또 그동안의 역학조사 방법에 대한 의문이 들고, 그리고 동일 작업 공정에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희귀암인 백혈병이 다발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산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의 눈치살피기에 급급한 근로복지공단의 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이런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어찌 이것이 과학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황유미, 故이숙영씨가 일했던 현장은 이미 모두 바뀌었는데, 3년이 흐른 뒤 작업환경측정에서 발암물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시에도 발암물질이 없다고 결론내리는 것이 과학적인가? 2004년 백혈병에 걸린 설비 엔지니어 故황민웅씨가 밤을 새워가며 신규 설비를 점검하고 생산 장비를 세척하는 동안 고농도 화학물질에 폭로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과학적인가? 1990년대에 근무했던 김옥이씨의 작업환경을 십년이 훨씬 지난 뒤에 평가하는 것이 과학적인가? 박지연씨가 제기한 방사선 노출 가능성에 대해 검증 한번 하지 않은 채, 작업현장에 가본 적도 없는 전문가의 의견서를 통해 노출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는 것이 과학적인가? 더욱이 삼성이 제공하는 자료만을 가지고, 삼성이 준비해놓은 작업 환경을 측정한 결과만을 근거로, 그 모든 조사 과정에 피해 노동자들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한 채 판단하는 것이 과연 과학적이고 공정한가?
최초 불승인 결정 과정에서 피해 노동자들이 제기했던 수많은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똑같은 결정 과정을 반복하기만 하는 근로복지공단 산재심사위원회의 기능은 도대체 무엇인가.
삼성이 돈과 물질적 조건들을 내세워 산재신청 포기 압력을 가하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2년 넘게 산재가 승인되기만을 고대하던 유가족이나 투병중인 노동자들에게는 공단의 불승인 결정은 백혈병 판정을 두 번 받는 것과 같은 고통이다. 또한 이는 수많은 잠재되어 있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절망을 주는 결정이다. 젊은 20-30대가 청춘을 다 바쳐 일하다가 죽음을 맞이한 대가가 산재 불승인이라니, 이러고도 반도체 강국, 반도체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할 수 있단 말인가? 최소 수천만원에서 평균 억대에 이르는 치료비를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니, 이러고도 산재보험을 사회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은 모두 백혈병 발병 원인이 되는 방사선 발생장치가 있는 현장에서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면서 3교대로 일하였고, 막대한 생산물량으로 만성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더욱이 “개인질병이라는 명백한 반증이 없으면 산재”로 보고 신속하게 보상하는 것이 산재보험의 취지이다. 과거의 현장에 대한 조사자체가 현재시점에서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회사(자본)의 방해로 작업환경의 실제수준이 은폐될 수 있는 점, 질병과 업무와의 의학적, 과학적 인과관계를 노동자가 직접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원칙을 두 번씩이나 외면하고 회사 측 주장과 엉터리 현장조사를 앞세워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린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편들기, 삼성 눈치보기, 노동자 권리 짓밟기를 실천하는 자본복지공단일 뿐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공단의 불승인 결정에 결코 굴하지 않고 산재승인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의 친자본적 실체를 폭로하고,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을 통해 바꾸어낼 때까지 싸울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삼성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산업 전체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을 바꾸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는데 더욱 매진할 것이다.


2009. 11. 27.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 올 림’


건강한노동세상, 경기비정규노동센터, 경기연대(준),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민주노총 경기본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회당 경기도당, 사회주의노동자당 경기 준비모임,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삼성일반노조,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원진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인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진보신당 수원오산화성추진위원회,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삼성백혈병충남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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