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ㅣ1월ㅣ현장의 목소리]노동법대로 하자는 자본

노동법대로 하자는 자본
- 금속노조 경기지부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금속노조 경기지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손 영 활


노조 인정 못한다면서 직장폐쇄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해당한다며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20여 차례의 단체교섭도 거부하던 인지컨트롤스 사측이 2010년 1월 12일 08시 30분을 기해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시화공단 안에 1, 2공장으로 나뉜 상태에서 1공장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부분 직장폐쇄다. 현행 노조법과 직장폐쇄 관련 노동부 행적해석에 따르면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 사업 유지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때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인지컨트롤스 사측은 금속노조 경기지부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이하 지회)가 적극적인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또한 지회의 쟁의행위를 이유로 직장폐쇄를 한 것은 그 동안 적법한 노조가 아니라며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즉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직장폐쇄를 할 때는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꼴이다.

법대로 하자더니?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본사를 둔 인지컨트롤스(주)는 2005년 법인분리한 옥천, 경주공장과 함께 3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도,
중국 등에도 4개 해외공장이 있다.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와 부품을 생산, 현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와 해외 자동차업체로 수출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 기준, 2200억 원 매출에 70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중견업체다.
2008년 10월 경주공장에서 120여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지회를 설립하자 사측은 노조가 없는 시화, 옥천공장과 계열사로 물량 반출과 이원화, 노조 탈퇴공작과 직장폐쇄로 맞섰다. 초대 지회장의 의문사, 전면파업과 직장폐쇄, 시화 본사 상경투쟁, 금속노조 경주지부 총파업 결의 등 전면적인 투쟁으로 6개월여 만에 첫 임단협을 체결했다. 임금을 동결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조합원 1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자연감소 인원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교섭위원 4명의 징계 해고를 철회시켰다. 노조 결성의 주된 이유 중 하나였던 근무평가 등급에 따른 임금 차별적용도 없앴다.
자본은 시화, 옥천 공장의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떡고물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협박했다. 경주에서 체결한 임단협 수준에서 임금인상과 쥐꼬리만한 복지개선을 적선하듯이 던졌다. 전 사원을 모아놓은 월례회의에 회장이 직접 나와 ‘민주노총이 있는 경주공장에는 신규아이템을 주지 않겠다. 시화, 옥천 공장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노동자는 더 크게 뭉칠수록 힘이 커진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고 있다. 2009년 10월 31일, 1년의 시간을 두고 이번에는 본사인 시화공단에서 금속노조 지회를 설립했다. 이틀 만에 생산직 노동자 150여명 중 90%가 넘는 137명이 가입했다.

자본과 권력의 연대 - 노조를 파괴하라
예상은 했지만 자본은 철저하게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주공장 노조 설립 두 달 후인 2008년 12월, 시화공장에서 조합원 3명으로 유령노조를 만들어놓았다. 공장 주변으로 집회신고를 내고 옥천공장과 계열사까지 달려가 노동조합을 만들어주는 해프닝도 벌였다. 안산지역에서 악명 높은 노무사를 채용했다. 노동부 행정해석을 이유로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09년 11월 30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뜻밖의 쟁의조정 결과를 내렸다. “산별노조의 경우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여 성실 교섭할 것”을 주문하여 조정을 중지했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뒤엎고 합법적인 쟁의권을 준 것이다.
사측은 지노위 결정 이후 무차별적인 탄압공세를 퍼붓고 있다. 10년을 근속해도 통상임금 100만원. 잔업특근과 주야맞교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조합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주간근무만 명령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한 적 없는 안전교육과 직무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강제교육명령을 내렸다.

공장은 용역깡패가 접수, 노동자는 길거리로
강제교육 명령을 거부하고 현장근무투쟁을 진행하자 12월 21일 사측은 용역깡패 100여명을 현장에 불러들였다. 설비반출과 조합원 회유 협박을 감시하기 위해 현장 휴게실에서 철야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새벽 4시경 집단폭행하며 끌어냈다. 같은 날, 노예문서와 다를 바 없는 사규를 들이대며 지회 임원 전체를 포함 10명 해고, 10명 정직, 3명 감봉이라는 무차별 대량 징계를 날렸다. 경기지부 결의대회 참가를 이유로 22명에 대해 고소했다.
이후 직장폐쇄를 단행하기까지 사측은 사외 강제 직무교육, 조합활동 중단과 사규 준수를 강요하는 서명 요구 등 부당노동행위와 인권 침해 행위를 지속했다.
자본이 막나가는 데는 나름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 회장이 가지고 있는 시흥상공회의소 회장 직함을 이용하여 시청, 경찰, 노동부가 사측의 노조 탄압과 불법행위를 방조하고 있다. 가장 큰 뒷배경은 바로 노동 3권을 전면 부정하는 노조법과 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자본이 노동법을 믿고 법대로 하자는 씁쓸한 모습을 본다.

악법에는 투쟁으로!
지회 조합원들은 사측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단결과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독 살을 에는 추위와 폭설을 동지애로 이겨가고 있다. 금속노조와 경기지부, 지회는 1월 19일 심리를 앞두고 있는 단체교섭응락가처분 소송과 부당노동행위 고소 등 법적 행정적 대응과 함께 원청사 노조의 연대, 경주지부와의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관련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되었다. 과정에서 자본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유령노조, 어용노조를 더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복수노조 문제는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를 비롯한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를 비롯한 해당 사업장만의 투쟁이 아니다.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금속노조 나아가 민주노조 진영의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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