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터]2010년2월호 유노무사 상담일기

2009년 연구소 송년회 때 한 잔의 술에 취해 스스로 제안하고 말았던 일을 실행합니다. 작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 상담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월 1회씩 인권위에서 직접 내담자들을 상담합니다. 상담을 통해 법률대응이나 명확한 해결책을 찾아가기 이전에 우선 상담 내용에 귀 기울이는 것 자체에 흡족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권위의 인권상담센터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최소한의 인권마저 존중받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입니다. 매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더불어 與’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 의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경기도에서 오셨다는 할아버지는 두툼한 서류뭉치부터 펼치셨다.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강제수용되는데 제대로 측량도 하지 않아 보상액이 턱없이 부족하시다는 사연이다.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어서 어딜 알려드려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여기 오면 의장님께서 다 해결해 준다고 하던데요?”
“의장님이라니... 누구를... 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말씀인가요......?”
“네! 이의장님이 훌륭한 분이셔서.....”

언제부터인가 경찰청 버스정류장은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앞 입니다.’로 방송되고 있다. 그리고 TV에서 권익위원회 광고도 한다. 9시 뉴스에는 지난 몇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이동상담을 통해 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해결하였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내담자가 인권위와 권익위를 착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인권위까지 찾아오신 분이 이재오 의장을 찾다니... 씁씁함이 밀려왔다.

# 촛불의 영향일까? 2008년 거리를 가득 메웠던 촛불의 행렬들!!! 그 후 대검찰청은 획기적인 방침을 내렸다.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엄중 처벌하라는 것이었다.
내담자는 08년12월경 무단횡단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500만원을 냈다고 한다. 당시 경찰들은 사소한 일이라도 공권력에 대해 불손한 행동을 하면 무조건 공무집행방해죄를 거론했던 때이다.
새벽녘 차량통행과 인적이 드문 사이 무단횡단을 했다. 의경이 범칙금 부과를 위해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고 고성이 오가며 욕설이 나오자 ‘모욕죄’를 운운하고 인근의 지구대 경찰들이

◒ 경찰의 기자회견 방해 - 인권상담사례집 08-09 인권상담 사례집(국가인권위원회) 인용
Q) 상담: 정치적 발언이니 기자회견이 아니라 불법집회라고요?
2009년5월4일 11시55분부터 00앞에서 ‘경찰폭력 규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경찰이 기자회견을 막고 “정치적 발언이니 기자회견이 아니라 불법집회로 간주하겠다”며 해산명령을 내리더군요. 3차 방송 때까지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돌아가려는데 경찰이 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 1명과 강제연행을 항의하던 남자 시민5명을 00경찰서로 연행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으므로 진정합니다.
A) 답변: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면 진정 후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경찰로부터 언론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에 대해 위원회에 진정 후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 1인 시위 방해 - 인권상담사례집
Q) 상담: 1인 시위하는 이들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00동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한 강제철거에 불만을 가진 철거민들의 대표 5명이 번갈아 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00시청 직원들이 1인 시위를 방해하였습니다. 총무과 직원들이 날마다 1인 시위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항의해도 계속 사진을 찍어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인권위에서 초상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바랍니다.
A) 답변: 초상권 침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해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00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데 시청 직원들이 시위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시위를 방해했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인권위에 진정하여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몰려오면서 실랑이가 계속되어 결국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로 호송되었다. 그 후 벌금500만원이 부과되었고 검찰은 구속되어야 한다며 항소해 최종적으로 벌금500만원이 확정되었다. 내담자에게는 지울 수 없는 공포가 자리 잡게 되었다.
공권력에 대한 그 어떤 불손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검찰청의 방침으로 인해 결국 전과자를 만들어냈다. 경찰관은 체포, 구속할 때 상대방의 신체와 명예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장소, 시간, 방법 등을 선택해야 한다. 내담자는 벌금은 둘째 치고 경찰서 호송과정에서 눈 부위에 상처를 입었던 부분이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하더라도 병원진료기록, 사진, 동영상 등 공무집행 과정에서 신체적 침해를 당하였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권위 진정기간은 1년이다. 비록 기간이 넘었다고 하더라고 조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내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엿보였다. 내담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 왔다며 얕은 미소를 보이고 돌아갔다. 분명 무리한 공권력 행사가 전과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말 이 놈의 세상 “미친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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