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터]2010년2월호 이러쿵 저러쿵

한노보연에서 활동가란?


한노보연 소장 김 형 렬


....외연이 확장되어야 하는 것도 맞고, 그 활동을 후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는, 그러니까 후원을 하는 외연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못하는 운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때는 내가 활동가라는 혹은 학생운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정체성에 전혀 의문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활동가인가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면 살고 있다. 그건 활동가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혹은 나만의 어떤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활동가 혹은 운동가란 무엇일까?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 주로 개인의 활동이 아닌 공동의 활동, 사회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것 같다. 환경운동가는 그린피스처럼 목숨걸고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운동의 가치를 알려낸다. 동성애 운동가나 생태주의 운동가들도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운동에 원칙을 지키고 실천하는 대표적인 활동가들이다.

과거의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듯 우리의 운동에서도 이들 못지않은 원칙과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실천과 활동이 있었다. 나는 그런 선배들을 보면 헌신, 자기희생, 이런 이미지를 항상 떠올렸다. 그걸 보고 자란 나는 항상 나를 전부 헌신하지 못하는 활동모습을 탓하고 살고 있다. 이런 느낌은 항상 부담감이고, 나의 삶이 운동이 아닌, 운동이 내 삶에서 하나의 부가적인 활동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진짜 활동가가 있고, 이들 활동을 지지해주는 넓은 지지층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게 운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 아닐까? 자신은 그 생각에 동의하지만, 그렇게 살기는 어렵거나,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때 최소한 활동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기여를 한다면... 예를 들어 후원 회비를 낸다거나. 한노보연도 그렇게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활동가는 나를 대신해 운동을 해주는 사람인가? 어쩌면 나는 후원회비를 내고 활동가를 고용하게 되는 걸까? 여러 선배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지금의 많은 사회단체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런 활동의 대리주의 문제라고 한다. 외연이 확장되어야 하는 것도 맞고, 그 활동을 후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는, 그러니까 후원을 하는 외연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못하는 운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노보연을 돌아본다. 한노보연에는 주력활동가와 비주력활동가가 있다. 그러나 비주력 활동가에게도 어떤 긴장이 있다. 그 긴장은 자신의 삶에서 운동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고, 자신의 활동을 누군가에게 대리하고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노보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지 않나, 생각한다. 상임활동가가 많아질수록 한노보연은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겠지만, 비상임활동가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것이 한노보연이 더 의미있는 활동을 해나가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원 한명 한명의 고민과 그들의 생활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운동의 과제들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자주 만나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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