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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2010년2월호 일터 다시보기

어디 투쟁이 소수만의 전유물일까?

한보노연 선전위원 서 은 실

지난 달, 대우 조선소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연이은 억울한 죽음들을 보며 든 느낌은, 자본 앞에서 정말 가벼워진 노동자의 목숨값과 더불어 비정규직이 앞서 사지로 몰리고 있다는 착잡함이었다. 지역소식을 쓰며 지난 일터 기사를 검색하다가 베겨 써도 되리만큼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도 충격적이었다.

또한 사측의 방기로 중대재해가 일어났는데도 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대한 현장의 분노를 노동조합이 모으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관성적이고 형식적인 대응만 하는 것 같아 더 착잡했고, 동료의 죽음에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침묵하고 마는 것에도 답답한 마음이 일었다.

현 노동운동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가히 아킬레스건이라 할 만하다.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없이는 노동운동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수년간 노동운동을 코너로 몰아 온 것은 정규직 이데올로기였다. 정규직이 투쟁을 할라치면 정부와 보수언론은 이를 제 밥그릇만 지키려는 이기주의로 몰아세웠고, 이 때문에 근년간 노동운동은 사회적 지지, 연대로부터 고립돼왔다. 그런데 비정규직 고통을 외면하는 행태로는 이러한 반노동공세를 결코 이겨낼 수 없을뿐더러, 더군다나 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갈수록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기득권화 되는 상황에서 정규직만의 노동운동은 명분도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겉보기에는 매일 비정규직, 비정규직 외치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이고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쓴소리들이 정규직 활동가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비정규직 자신들이 안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리가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들 말대로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사실 비정규직 문제의 교착상태가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자신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투쟁은 소수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착취와 억압에 맞선 자연스러운, 너무나 인간적인 자질이다.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민주노조운동은 자신들의 사명이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건설에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정신을 다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인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을 누리고 있어 제 이익만을 지키려는 운동으로 전락해, 누구로부터 지지받지 못한 채로 완전히 외면 받을 것이다.

비정규직 연대를 실천하려해도 당장 무엇으로 시작할지, 그 계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여기서 작업장 노동안전권,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의 투쟁은 한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은 돈뿐만 아니라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문제이며, 또한 고용형태를 넘어 한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공동의 사안이기도 하다. 노동자 생명, 건강에 대한 현장에서의 사소한 위협도 간과하지 않고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소통하고 실천하려는 질긴 노력으로부터 더 다양한 활동, 계급연대가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노안활동을 고용과 임금 다음의 부차적인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니라 계급연대 복원의 고리로서, 핵심적인 투쟁으로서 기획하고 끈기 있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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