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터]2010년2월호 현장의 목소리

철도파업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전국철도노동조합 선전국장 백 남 희


철도노조의 최장기 파업이 끝났다. 벌써부터 보수언론에서는 법과 원칙의 승리라느니, 얻은 게 없다느니 하면서 여론공세가 드세다. 파업 중에 그들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면서 조속한 파업종료를 보도했었다. 그러나 철도노동자가 파업을 끝내자 이제는 ‘백기투항했다’는 자극적인 글들을 올리고 있다.

철도노조는 교섭 중 자행된 철도공사의 기습적 단협해지에 맞서 9일 동안 파업을 했다. 2009년 11월26일부터 시작된 파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12월3일까지 계속되었다.

철도공사는 파업참여 조합원에 대해 직위해제와 고소, 경고장 남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탄압에 나섰지만 철도노동자의 파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공사의 탄압은 오히려 조합원의 분노를 일으켰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의 발걸음을 파업현장으로 되돌리는 촉매제가 되었다. 특히 파업 6일째를 맞아 정부의 총체적 탄압이 있었지만 조합원들은 스스로 단결하며 파업대오를 유지했다. 이날만 500여명의 조합원이 새롭게 파업투쟁에 합류했다. 철도노동자의 저력이 다시한번 각인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철도노조 조직실에 따르면 초기 1만1천여명으로 시작한 파업대오는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증가해 5일째가 되는 날에는 1만4천여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철도조합원이 2만 5천여명이고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따라 근무한 조합원이 1만여명이고 보면 90%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참여율이었다.

,b>최장기 파업에 철도노조의 요구는 없다
철도노조가 최장기 파업을 했지만 요구내용을 보면 참으로 보잘것없다. 파업기간 내내 진보언론은 물론 보수언론까지 ‘무슨 요구안이 이러냐!’할 정도였다. 사실 이번 파업의 경우 철도노조의 요구는 ‘현안유지’가 전부다. 그래서 일부에선 철도공사의 지나친 요구에 맞선 ‘방어적 투쟁’이라고도 말한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하면서도 ‘공사가 임단협 개악안을 철회하면 파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먼저 철도노조는 공사가 추진하려는 성과성연봉제 도입과 무늬뿐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했다. 특히 관리자에게 임금을 더욱 많이 주자는 취지의 수당 신설및 임금구조를 성과급제로 바꿔 철도현장을 경쟁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철도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철도공사는 희망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임금피크제도 악용했다. 철도공사는 정년을 3년 앞둔 시점부터 정년 때까지 최고 30%의 임금을 삭감하고 남는 재원으로 희망퇴직에 필요한 기금으로 사용하자고까지 했다.
철도공사가 개악하려는 단체협약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사는 178개에 달하는 단체협약 조항중 120개에 대해 삭제하거나 내용축소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수십 년간 노사합의로 만들어온 단체협약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놓겠다는 심산이었다. 공사는 비연고지 전출 허용을 비롯해 정치활동, 근무형태 변경시 협의, 조합교육시간, 전임자 등 노동조건과 조합 활동 및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 대부분을 개악하고자 했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노동조합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는 비판이 일정도로 공사의 개악시도는 파격적(?)이었다.

철도공사의 본심은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막가파식 개악안을 들이민 이유는 딴 곳에 있었다. 허준영 사장은 2009년 3월 취임하자마자 5115명의 정원을 감축했다. 당시 허준영 사장은 철도직원의 반발을 경찰력과 물대포를 동원해 막았다.
정작 정원을 줄이긴 했는데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철도는 성장산업이다. 철도에는 2009년 7월 경의선 복선계통을 비롯해 2010년 KTX 2단계 개통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신규 사업들이 매년 생기고 있다. 신규 사업의 증가는 운영에 필요한 인원을 요구한다. 지금당장 부족한 인원만 3천6백여명이다. 내년까지 필요한 인원만 2천여명이 넘는다. 문제는 철도운영에 필요한 인원이 절대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작정 줄이긴 했는데 믿었던 정부에서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원증원을 허용해주지 않는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허준영 사장의 선택은 단체협약의 전면 개악을 통한 직원 전면 재배치와 외주화를 통한 대국민업무 축소 카드였다.

지금도 대국민 서비스업무가 축소되고 있다
그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분당선에서 시작한 1인 승무가 중앙선과 경의선, 광명서틀로 확대되었고 전국 철도역의 매표창구가 폐쇄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 전철역의 경우 매표창구가 문을 닫았다. 하루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철도역에서 정작 철도직원은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이동약자의 철도이용은 더욱더 어려워 졌다.

특히 올 초 폭설로 인한 열차지연운행이 속출한 내면에는 정비인원의 대폭적인 축소와 정비시간의 단축이 한 몫을 했다. 당시 MBC의 보도에 따르면 철도공사의 정비인력은 서울지하철공사의 1/3수준에 불과하다. 또 서울지하철공사는 매일 운행열차를 정비하는 데 비해 철도공사는 3일에 한번씩 정비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철도공사는 임단협 교섭을 하면서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새마을, 무궁화 열
차의 정비업무를 반으로 줄이고 정비업무를 현 수준의 1/2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에게 열차안전과 시민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노조말살위해 파업유도까지
파업이 끝난 1월13일 경향신문은 철도파업이 철도공사에 의해 유도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공사가 사전에 공모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단협해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등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경향신문은 ‘이번 철도공사의 행위는 노조의 파업을 끌어내 대대적인 탄압으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지난 1999년 6월 파장을 일으킨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야 4당 국회의원 94명 전원이 국정조사를 발의한 상태다.

파업이후 철도공사의 대응은 문건에 적시된 그대로다. 170여명을 해고하고 파업참여 조합원 전원을 징계하고 있으며 조합원 탈퇴를 협박하고 있다. 특히 철도공사는 징계를 하면서 징계위원회 운영세칙조차 지키지 않는 등 불법적 행위조차 서슴지 않았다. 철도공사는 징계를 하면서 소명기회는 물론 증인신청까지 원천봉쇄했다. 심지어 1월14일에는 공사측 징계위원장이 폭력을 행사에 현장에서 연행되기까지 했다. 이외에 신혼 여행중 직위해제를 당하거나 파업불참 조합원에게까지 손해배상이 청구되는 등 철도공사는 노조탄압을 위해 비상식적 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100억대의 조합비를 압류한데 이어 9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특히 철도공사는 일반 조합원이 포함된 개인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하는 악랄함을 보이고 있다.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계속 된다
파업이 끝나자마자 보수여론이 백기투항이라며 호들갑을 떤 이유 중 하나는 철도노동자가 이대로 주저앉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철도노동자의 반격은 현장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 투쟁에 나서자마자 철도노동자들은 현장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1인시위에 나섰다. 처음 제천에서 시작된 1인 시위는 영주와 서울, 대전을 거쳐 목포, 부산, 익산 등으로 확산되었다. 또 1월 14일에는 2천여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장조합원동지들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였을까! 철도공사 관계자는 현장을 돌며 ‘이해할 수 없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정도의 탄압이면 벌써 무뎌졌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철도노동자의 다가올 투쟁을 의심하지 않는다.

철도노조는 당분간 파업유도 및 노조탄압 기획관련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 국회투쟁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정조사 발동의 열쇄를 지고 있는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투쟁과 아울러 시민 여론전도 예정되어 있다.
이어 5월 24일 단체협약 만료시점을 두고 다시 한 번 철도노동자의 저력이 확인될 수 있는 다양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작년 11월5일, 11월 26일을 넘어서는 더욱 강고한 투쟁으로 저들의 민주노조 말살 정책에 맞설 것이다.

" 철도조합원은 당당히 말한다.
‘이 정도의 탄압에 멈춰 설 거라면 시작조차 안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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