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6월 l 이러쿵저러쿵] 낯선 제주에서의 적응기


'낯선
제주에서의
적응기'


한노보연 회원 성 명 애

주에는, 대학 때 동기 2명이 제주가 고향이어서 그들과 함께 방학에 두 번, 신혼여행 때 한 번, 민주노총 법률원 수련회 때 한 번, 이렇게 총 4번, 여행만 하러 왔었습니다. 신혼여행 때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감탄하며 '여기에 직장만 있다면 살고 싶은 곳이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7여년 만에 정말로 제주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
38년간 지내온 서울, 경기를 벗어나 3월 25일 제주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민주노총 제주본부 동지들과 이웃들이 너무 잘 챙겨줘서(살짝 부담이 될 정도로요^^;) 저뿐만 아니라 함께 내려 온 가족 모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지금 7살인데 평소 밥, 고기, 과일 등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많이 마른 편이었습니다. 시부모님 뵈러 가는 날엔 시댁에 있는 내내 '잘 좀 먹여라'라는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정도로요. 그런데, 아들이 제주에서 며칠 지내더니 싱싱한 생선의 맛(아직 회는 안 먹여 봤고요, 구이나 조림, 찌개 등으로)을 본 이후 어른 분량의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기도 하고, 요즘에는 세 끼를 모두 먹었는데도 가끔 밤 10시가 되어 "엄마, 배고파. 밥 줘."하면서 저를 놀래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직장만 있다면 살고 싶은 곳이다'
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7년 만에 정말로 제주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동네나 어린이집의 친구들도 낯선 육지 아이를 따돌리지 않고(제주 텃새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아들도 오히려 육지에서 보다 더 아이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까무잡잡해지고 몸도 단단해진 아이를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간혹 서울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이사 가자고 해서 당혹스럽기는 하지만요.
저 또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밤새거나 주말에도 나가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두 번은 주말에 근처 바닷가에 나가 바람을 쐬기도 하고, 동네 분들과 고사리를 캐러 가기도 합니다. 일이 없거나 한가해서 그런 건 아니구요, 여기서는 차만 있다면, 많이는 반나절, 적게는 2~3시간만 짬을 내도 가능한 일입니다.
시내를 벗어나면 교통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집 근처에는 1시간마다 한 대씩 버스가 있어요) 대부분 집집마다 차가 한 대 이상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관광도시 이미지와는 달리 원주민들의 차량은 대부분 아주 오래된 구형이예요. 수도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티코를 여기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요, 다른 경차나 소형차들도 10년 전 모델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의 역사적으로 몸에 밴 절약정신 때문이라고 동료가 그러더군요. 저도 절약정신을 배워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얼마 전 처마 밑에 제비가 집을 짓더니 지금은 새끼도 낳아 저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의 가족을 반기는 제주의 선물이 아닐까 하면서 제비가 놀라지 않게 현관문을 열 때는 조심조심하면서 신기해하며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잊고 싶지 않은 풍경의 기억들과 민주노총 제주본부 활동 소식도 종종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제주에 오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고 아쉬워하고 도와준 육변, 강놈, 최동지, 금속노조 경기지부 동지들, 쌍용자동차지부 동지들 그리고 많은 동지들에게 고맙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

한노보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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