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6월 l 현장의 목소리]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측의 일방적 계약해지로 8개월째 투쟁중인 건설노조 동양광주분회 40명의 조합원

건설노조 동양광주분회 사무국장 박 태 영


동양광주분회의 싸움은 지난해 11월 사측의 노동탄압으로 시작됐다. 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시비걸기는 12월1일 운반비가 너무 높다는 이유를 들이대며 전 조합원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전면 배차정지로 나타났다. 일방적 계약해지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면서 용차(일대차량)를 이용해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합원의 레미콘차량 운반비는 1회전 33,300원, 용차 운반비는 1회전 47,500원. 더하기 빼기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대학 졸업했다는 놈들의 계산에 헛웃음이 나왔다. 동양자본의 관리직들은 아직도 운반비 계산을 못 하고 있으니 학력이 모두 뻥인가 보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투쟁은 시작됐다. 작년 겨울은 왜 그리도 추운지…. 서울 종로에 있는 동양메이저 본사 상경 집회 때는 겨울비에 눈도 많이 오고, 날씨는 영하10도는 기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조합원도 흐트러짐 없이 오히려 하나로 똘똘 뭉쳤다.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날도 춥고, 배도 고프고... 몇 명이라도 이탈한다면 그 핑계로 투쟁을 접어야 하나’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했던 어설픈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한명의 이탈자도 없이 싸웠다. 그러나 4개월을 싸우려니 살림을 꾸려가기가 힘들었다. 특히 내가 동양광주분회 사무장을 맡다보니 투쟁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일쑤였고, 답답했다. 그런데 나만 답답한 것이 아니였나보다.
3월 중순 어느 날 새벽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광교 모기업의 타워다.” 한마디 말만 전하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수신자 확인을 해보니 전화한 사람은 바로 분회장. 급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분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합원들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내고, 광교 모현장 앞으로 집결했다. 눈도 내리고, 왜 그리 춥던지. 현장에 도착해 보니, 타워에 올라가 있는 사람은 분회장과 한명의 조합원이 40M 높이의 타워에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타워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곳에서, 다시 분회장과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분회장의 절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분회장으로써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번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을 거니까, 그리 알고 있어라.” 시간은 흘러갔다. 고공농성 20일째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사회적으로 우리의 투쟁을 알리고 싶었지만 때마침 터진 ‘천안함 사건’으로 우리의 투쟁은 묻히고 있었다.
동지들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다 위에 있는 두 동지가 잘 못된다면 큰일이다.’ 긴급하게 집행부 회의를 열고, 타워에 올라간 동지들의 건강을 생각해 내려오도록 설득하기로 결정을 했다. 설득 끝에 고공농성 23일째 내려오는 그날. 날씨는 올라간 날과 어찌 그리도 똑 같은지….꽃피는 봄 4월, 왜 그리도 눈도 많이 내리고, 추운지….
내려온 두 동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분회장과 같이 올라간 동지의 얼굴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말라 있었다. 병원으로 이송하여 진찰을 받았다, 다행이도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의도했던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지만 결과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사측의 물량이 많이 감소했고, 연대동지들의 결합으로 많은 희망과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타워 고공농성 이후 너무 조용하게 지냈나 보다. 건설노조 동지들뿐만 아니라 타 업종 동지들도 동양광주분회 투쟁이 끝난 줄 알고 있으니…. 사실 처음 투쟁은 56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40명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6개월간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함께 투쟁했는데. 결국 생계문제로 떠날 수밖에 없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정말 집행부의 한사람으로써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떠난 동지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싸워주셔서. 그리고 사랑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아직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다. 40명의 동지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정든 만큼 받은 상처 승리로 돌려주마!’라는 각오로 현장투쟁을 일구고 있다.
덧붙이는 말

건설노조 동양광주분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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