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6월 l 새세상열기ㅣ 장애] 네번째 이야기, 장애인 이제는 자립생활이다!

네 번째 이야기


장애인, 이제는 자립생활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육국장 남 병 준 namtoosa@naver.com

글 싣는 순서
❶ 장애의 사회학적 이해
❷ 장애인의 현실과 장애인 운동
❸ 활동보조는 장애인의 생존권
► ❹ 장애인자립생활운동
❺ 탈시설운동
❻ 장애인 교육권, 노동권과 소득보장

※ 글 싣는 순서는 필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운동의 모든 이념과 내용을 관통하는 말은 단연 ‘자립생활’이다. 10여년전 어느 학술대회에서 일본과 미국의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 처음 한국에 소개되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이념은 장애인운동의 주체들은 물론, 학계와 정부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행처럼 확산되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혹은 자립생활운동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말하는 사람이나 쓰이는 목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립생활’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아직 공식화된 용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장애인운동의 고유한 내용을 모른다 하더라도, ‘자립’이란 말과 ‘생활’이란 말의 뜻을 합쳐 다른 사람에 의해 구속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살아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위키피디아(Wikipedia) 백과사전에 'IL(independent living)'은 아래와 같이 미국의 자립생활운동이 정의되어 있고, 보다 상세한 설명도 되어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 백과사전]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은, 철학이자 장애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이며, 장애인들의 자기결정, 자기존중, 그리고 평등한 기회를 요구하는 전세계적인 장애인운동이다.


사실, ‘자립생활’은 역사를 가진 장애인 인권운동이다. 자립생활은 1960년대 미국에서, 장애인의 열악한 현실과 전쟁반대운동, 흑인의 공민권운동, 대학생들의 학원민주화운동 등 사회운동의 고양된 분위기가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중증장애인 에드로버츠가 버클리대학에 입학하고 교육비를 지원받게 되는 과정 자체가 투쟁이었고, 그와 동료들은 졸업 이후 1972년에는 버클리에 최초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CIL)를 설립하였고, 이것이 원형이 되어 일본과 한국에 전파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서 자립생활운동을 처음 이끌었던 선구자들은 이렇게 믿고 주장했다.
① 장애인의 생활 영역은 수용시설이 아니고 지역사회이다.
② 장애인은 치료받는 환자나 보호받는 어린이, 숭배할 하나님도 아니다.
③ 장애인은 복지 서비스의 관리자이다.
④ 장애인은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차별 받고 희생되어져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변화의 흐름은 미국과 일본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유일한 흐름은 아니었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정상화, 탈시설화, 탈의료화, 통합 등 자립생활의 주요 이념은 유럽에서도 장애인당사자, 장애인부모,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발전하여왔다.
이들 국가들에서 그동안 장애인복지의 주류는 장애인복지시설로서,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보호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일정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로의 완전한 복귀를 추구한다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복지의 이념과 방식이 장애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이며, 교육의 효과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현실에서는 오직 수용기능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과도한 비용부담까지 안고 있다는 지적들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이 장애인당사자들의 운동이었다는 점이 미국 자립생활운동의 특징이자 의의라 하겠다.
자립생활은 하나의 이론이나 하나의 시스템이 아니라, 그 속에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자립생활을 가장 넓게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인식의 전환과 복지의 이념과 방향, 전달체계와 방식의 전환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고전적 의료나 재활중심의 장애인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자립생활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차별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정상적 신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손상’의 크기를 척도로 장애와 비장애를 분류하고 낙인찍는 고전적 장애패러다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장애가 원인이 아니라, 사회가 힘없는 혹은 소수의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차별하고 억압했기 때문이다.

* 장애인 복지의 시대상에 따른 세가지 패러다임의 비교 (Neumann, 1994) : 표는 일터 책 참고.

장애인권운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의 장벽을 제거하는 운동에서 출발하였다. 거리의 장벽을 허무는 장애인이동권투쟁, 대표적 그리고 결정적 사회의 장벽인 교육의 장벽을 허무는 장애인교육권투쟁, 보편적 시민권 보장을 요구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투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수년간의 투쟁으로 사회적 차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제정, 2007년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제정,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등. 이러한 운동의 과정과 법제도와 같은 결과물들은 또한 장애인 자립생활의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립생활은 가장 단순하게 ‘탈시설운동’으로 대표되기도 한다. 시설중심의 복지패러다임을 바꾸고, 한 사람의 인간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설에 감금되고 격리되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생활시설은 격리성, 집단성으로 인해 인권의 측면에서도, 교육의 측면에서도 부정적 기능을 해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1950~60년대부터 방향전환을 하여 대형시설이 폐지되어왔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대형시설중심의 복지정책이며, 생활시설에서의 비리와 인권유린이 만연한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것은 결국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버려졌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에 많은 장벽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혹은 불쌍하게 여기는 시선, 장애인에 대한 편견, 부족한 사회서비스, 교육과 직업의 문턱,…. 장애인에 대한 온갖 차별을 없애고,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한 사람의 권리가 온전히 지켜지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한 집단이나 기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전부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자립생활이 사회운동인 이유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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