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6월ㅣ특집]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빈곤에 맞선 연대투쟁으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최 예 륜



너무 낮은 최저임금, 노동권의 현주소

2011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또다시 동결을 주장하고 나섰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노동자평균임금의 절반만큼이라도 올리자며 최저임금위원회 점거농성 등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그 적용대상인 200만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임금협상과정인 동시에,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적정한 생활수준을 규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 노-사-공익(정) 협상테이블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 수준을 국가가 기업에 강제할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높은 집값, 교육비, 사회복지기반의 미비함 등 생활비용이 엄청나게 요구되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수많은 저임금-비정규 노동자의 생존 자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을 둘러싼 투쟁은 노동자의 임금이 어떠한 사회적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폭로하고 전체 노동자의 임금 기준의 최저선을 마련하는 공동 투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너무나도 낮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2008년)은 평균임금 대비 32%로, 21개국 중 17위다. 중위임금 대비로는 39%로 21개국 중 18위에 해당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간 비교에서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한국의 경우 28.9%로 59개국 가운데 48위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대비 한국의 최저임금 상대적 비율은 한국이 39.4%로서 99개국 가운데 57위를 기록했다. 우리 실생활과 비추어보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한 시간을 뼈 빠지게 일해 시급 4,110원을 받아도 점심 한 끼조차 사먹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주 40시간 일 한다고 할 때 월급은 858,990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나가기도 힘든 지경의 저임금이다. 최저임금 국제비교에서 흔히 인용되는 것이 맥도날도 햄버거 지수이다. 4,110원 받는 노동자는 시급으로 빅맥 하나를 사고 고작 710원이 남는다. 미국,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프랑스 등이 모두 2개의 빅맥을 구매할 수 있으며, 호주는 4개 정도까지 빅맥을 구매할 수가 있다고 한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밥 한 끼 사먹을 수 없는 열악한 저임금인 것이다.


최저임금 동결 압박은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영국의 저임금위원회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최저임금(2007년 기준)은 중위임금 대비 48.5%로서 자료가 제시된 14개국 중 6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시급인 최저임금을 월 급여액으로 환산하면서, 유급 주휴임금제에 따른 추가분을 더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전체의 6퍼센트, 유급휴가나 주5일제 적용을 받는 이들은 각각 8.6퍼센트, 11.5퍼센트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는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계산이다. 최저임금을 압박하기 위한 이러한 통계조작과 더불어 사용자위원이 연이어 들고 나오는 동결주장의 근거는 그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최저임금은 평균 9.5% 인상되었고 이는 명목임금상승률(5.9%)보다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으로 영세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상된 금액으로 따진다면, 최저임금 인상액은 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3만 4천원 인상된 것으로,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인상금액과 비교하면 무려 5만 4천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매년 인상률이 평균임금 인상률을 상회하여도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현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도 정부 차원의 마땅한 감시나 처벌 등의 대응이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해 경영계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이유로 오히려 5.5% 삭감한 시급 3770원을 제시했고,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2.7% 인상되었던 1999년 이래 최저의 인상률인 2.75%, 고작 100원 인상되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명분으로 내세운 재계의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어려웠다는 지난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58%나 증가했다. LG전자는 55조 5241억의 매출과 2조 88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사장최대의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만 136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10조원을 넘었다. 매출액은 사상 최고, 영업이익은 사상 두 번째 실적이었다. 경제위기의 여파는 고스란히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신규채용을 못한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원청기업인 재벌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하도급 불공정거래에 원인이 있는 것이지, 기본 생계도 보장 못하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서가 아니다. 위기의 책임은 뼈 빠지게 일하고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현실화는 빈곤에 대항하는 노동자-사회운동의 공동의 연대투쟁


최저임금은 적극적 의미에서 노동빈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으로서 소득재분배 수단이다. 이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기업의 지불능력에 대한 고려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규정되는가와 관련된 문제이며, 사회적 평등에 대한 노동과 자본의 계급투쟁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본권과 최소한의 소득을 자본이 어느 수준까지 보호하도록 강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투쟁은 착취를 재생산하는 노동과정을 변화시켜내기 위한 일상적인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때,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제반의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과 빈곤에 대응하고자 할 때,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매개로 노동권-생활권 요구가 활성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최저임금은 적용대상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기업체 기본급을 정할 때도 기준이 되지만 재난·사고 피해자나 사회변동 희생자, 실업자, 서민, 사회적 약자 등에 정부가 돈을 지급할 때도 기준이 된다. 이렇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주요 법률은 14개, 사안별 제도는 20개로 모두 34개의 법제도에 적용된다.

▲ “최저임금 현실화! 생활임금 쟁취!” <사진:참세상>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이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이 포괄하는 상당수 노동자들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해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자기 과제로 사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산별최저임금 투쟁과정에서 중앙교섭 합의는 가능할지라도 이를 통해 포괄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최저임금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경쟁적 노동시장과 가혹한 노동을 은폐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묶어 놓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현실을 폭로하고 문제 해결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그 포괄범위가 넓은, 임단협의 확장된 형태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가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의 문제는 직접적인 적용 대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의 문제이자 단위사업장으로 갇힌 임금투쟁을 넘어서는 문제다. 지역연대 투쟁을 활성화시킴에 있어서도 공동임금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최저임금 투쟁은 유력한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업장 내부로만 집중되었던 역량을 의식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고 간부수준의 투쟁을 조합원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착취와 저임금 노동,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 여성노동 문제, 노동자 연대 등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고령, 장애인, 감시단속노동자 등 적용제외, 감액 대상에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하며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재조명하는 유의미한 계기로 만들어가야 한다. 저임금은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매개로 확산된다. 간접고용, 외주 용역 노동자의 경우, 파견 용역업체의 최저가 낙찰 방식 등이 노동자들의 임금 부분을 경쟁적으로 줄이도록 부추기고 있어 사실상 법정 최저임금이 간접고용 노동자 임금의 상한선이 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용역,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사내하청, 외주하청, 소사장제 등 거의 모든 비정규직 고용형태에서 저임금과 극심한 고용불안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투쟁과 긴밀히 연관된 저임금 철폐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활의 권리가 전면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2011년 최저임금 요구는 노동자평균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시급 5,180원/ 월급 108만원(주40시간 기준)이다. 올해에 비추어보면 26% 인상된 수치이다. 몇 년째 민주노총은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는 달성되기 어려운 측면을 차치하고서라도 노동자 내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운 요구라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 노동자평균임금의 절반이라도 달성하자는 것은 의미가 있는 요구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동자 내부의 임극격차를 해소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공동의 요구,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이 함께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한 취지에서 구성되었던 생활임금운동기획단은 최저생계비 등 빈곤선과 연계된 최저임금 결정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주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은 최저생계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지만 빈곤선 자체가 턱없이 낮다.(2010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504,344 / 2인 가구 858,747 / 3인 가구 1,110,919 / 4인 가구 1,363,09원) 조사자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복지예산에 따라 편성되는 방식으로 최저생계비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소득 등을 기준으로 하는 치저생계비 상대적 빈곤선 도입이 절실하다. 상대적 비교가 가능할 때, 빈곤의 실상과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생활권리행동‘ 이 구성되어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상대빈곤선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생활임금운동기획단‘과 빈곤사회연대는 2007-8년 '적정생계비 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생계비 기준선이 마련되어야 하며,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이 기준이 작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저생계비-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을 활성화하면서, 저임금-빈곤을 폭로하고 저임금빈곤 철폐를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 급여 기준으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되고 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시민으로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소득기준을 현실화한다는 의미이다.
임금의 최저선을 규정하는 법정 최저임금의 고유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의 권리를 위한 적정한 수준의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근거로 한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광범위한 투쟁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에 의해 매겨지는 최저수준의 생활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생활수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또 노동하는 데 있어 제약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우리 스스로 조직하고 쟁취하기 위한 연대와 투쟁을 시작하자. 서울지역 노동조합운동, 사회운동이 함께 결합하여 “최저임금 현실화! 생활임금 쟁취! 서울실천단”을 구성하였다. 실천단은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계기로 최저임금을 실질적으로 인상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울지역에서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는 공동연대투쟁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2011년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이 땅 노동자의 노동권을 새롭게 써나가고, 연대의 맹아를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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