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l 8월 l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노동인권을 쉽게 표현하면 “일하고 쉴 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달에는 인권위 상담이 없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 중 정말 쉬고 싶은데 쉬지 못해서 발생했던 안타까운 사례들을 되짚어 보며 노동인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 정말 오늘은 야근하기 싫어요!!!
갓 노무사를 시작했을 때이다. 생산현장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직접 손가락이 절단된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노동자는 김치냉장고 외형 틀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일을 했고 그 당시 김치냉장고의 인기가 치솟던 때라 연일 야근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재해 당일 오전에 노동부에서 안전점검을 나왔는데 프레스기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았다. 물론 프레스기에는 안전제어 장치가 있었으니 문제가 지적될리 없다. 제품을 찍어낼 때 안전제어장치가 작동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 한없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장이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재해 당일 야근이 있었지만 노동자는 관리자에게 “정말 오늘은 야근하기 싫다”는 말을 하고 퇴근을 하려 했다. 그러자 “너 짤리고 싶냐?”는 압박을 행사하였고 결국 노동자는 내키지 않는 야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불과 20분도 되지 않아 프레스기는 노동자의 왼쪽 손을 찍어 눌렀다. 사고로 인해 새끼 손가락 마지막 1마디 정도만 남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잘리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중에 장해보상을 받은 노동자는 공장 인근에 해장국집을 차렸다. 다른 일 때문에 지나가던 길에 해장국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자 그 노동자는 “사고 덕분에 사장이 되었다”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 대부분은 10개의 손가락을 온전히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정말 오늘은 쉬면 안되나요?
대학을 상대로 홍보, 입시정보시스템 등을 영업하는 노동자였다. 2008년 입시를 마치고 2009년 입시를 준비하였던 2월~3월경 노동자가 담당하였던 지역이 변경되었다. 아무래도 수도권과 가까운 대학을 담당 할수록 영업실적도 좋아지고 회
사에서 인정받는 지위에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충청지역을 담당하다가 경기지역을 담당하게 되었던 노동자는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 전국 대학의 입시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입시정보시스템을 홍보하는 세미나가 3월 중순경 잡혔던 만큼 각 대학 관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사원끼리 경쟁적으로 대학을 찾아다니고 참가현황은 수시로 영업사원들에게 공지되었다.
예전에 담당해서 확실히 유치가 가능한 충청지역 대학 관계자를 만나 세미나 참가를 독려하고 밤 늦도록 술을 마셨다. 그리고 현지에서 숙박한 후 가까스로 서울에 올라왔다. 당일 수도권 지역의 대학관계자와 미팅에 합석하기로 했었지만 사실상 다른 사람의 담당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는 “정말 오늘은 쉬면 안 되나요?”라며 관리자에게 요청하였다. 그러나 “영업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다. 꼭 참석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까스로 술깨는 약을 먹는 등 몸을 추스렸지만 2일 연속으로 이어진 음주접대는 그 노동자에게 “급성심근경색(추정)”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음주접대행위를 사적 행위로 보아 유족보상 청구를 불승인 하였다. 여전히 소송을 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유족은 회사측과 일정한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불과 34세 였다.

제23조
1.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노동할 권리, 그리고 실업상태에 놓였을 때에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2.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그 가족이 인간적으로 남부끄럽지 않게 품위를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또한 이러한 보수가 부족할 경우, 필요하다면 여타 사회보호 수단으로 부족한 보수를 메울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4.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제24조
모든 사람은 휴식할 권리 그리고 여가를 즐길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에는, 너무 심한 노동을 하지 않게끔 노동시간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정기적인 유급 휴가를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세계인권선언 - 일하고 휴식할 권리>

무더운 한여름이 힘겹다. 일하고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만들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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