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 l 8월ㅣ안전보건연구동향] 환경을 지키려면 환경미화원도 지켜라.

환경을 지키려면 환경미화원도 지켜라!
노동자를 고려하지 않는 쓰레기 재활용 정책은 옳지 않다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김 신 범

1. 자원순환 시대와 환경미화원

우리는 지금 환경문제가 심각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제 전세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대가 변한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이다. 그러기에 자원절약과 오염발생의 감소는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중요 과제이다. 그 중에서도 한 번 사용한 자원을 다시 사용하는 ‘자원순환’ 정책이 대두되었다. 이것이 바로 쓰레기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뜻한다. 그런데 쓰레기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리가 필수적이다. 가정에서 쓰레기를 분리하여 배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가정에서의 노력만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가정에서는 플라스틱을 한 군데 모으지만,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PP, PE 등으로 다시 구분해야만 한다. 가정에서의 분리수거는 철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비닐수거용기에 플라스틱이나 종이가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전문적으로 쓰레기를 선별하는 작업을 누군가 해야 한다. 일반쓰레기, 재활용쓰레기, 대형쓰레기(냉장고, 가구, 침대 등), 음식물쓰레기를 구분해 수거하고, 다시 이 중에서 재활용쓰레기를 선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바로 환경미화원이다. 자원순환시대에 없어서는 안되는 노동자들이 바로 환경미화원인 것이다.


2. 환경미화원이 위험하다! - 덴마크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서 있었던 일

그런데, 환경보호를 위한 자원순환의 역군인 환경미화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그것도 쓰레기 수거와 선별이라는 업무 그 자체 때문에 말이다. 덴마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
덴마크에서는 쓰레기 재활용 정책이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민되었다. 지역별로 쓰레기 선별장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활용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만다. 가정에서 발생된 쓰레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들이 발생된 것이다. 한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은 문을 연지 3개월 만에 첫 번째 직업병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1991년 여름까지 총 10명의 직업병 환자가 공식 인정되었다. 이 선별장에는 전체 20명의 노동자가 있었고 그 중에서 미생물 분진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15명이었는데, 그 중 10명이 병에 걸린 것이다. 초기 증상은 호흡기 관련된 증상과 함께 월요일 열(monday fever)이 있었고, 최종진단은 기관지천식이 8명, 만성기관지염 1명, 알레르기성 폐포염이 1명이었다. 이 사실이 발견되고 나서 덴마크에서는 심각한 논쟁이 발생되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가 하는 원인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부의 조사결과 원인이 밝혀졌다. 문제는 쓰레기 중의 미생물이었다.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인하여 미생물이 번식하였고, 노동자들이 손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분진과 함께 날아다니게 되었고, 그 공기를 마신 노동자들에게서 호흡기증상이 발생된 것이다. 덴마크 노동부는 다른 사업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8개의 선별장과 4개의 비료화공장을 추가 조사하였다. 그 결과, 쓰레기 재활용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으며, 피부, 호흡기, 눈, 위장 장애가 대표적 문제들로 나타났다. 덴마크 정부는 환경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에게 발생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5개년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3. 새로운 환경보호정책과 기술은 노동자를 고려하는가?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에게 위험을 가져다 준다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환경정책의 개발과정에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쓰레기 처리 관련 시설의 구조가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 쓰레기 선별장이나 음식물 처리시설이 밀폐형 공장처럼 지어짐으로써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미생물 노출이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선별장이 밀폐형 건물로 지어지고 있으며, 최근 서울에서는 지역주민의 민원 때문에 쓰레기 집하장 및 압축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는데, 이것도 역시 환경미화원들의 미생물 노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존슨(Jonsson)은 “폐기물 정책이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주로 원재료와 에너지, 온난화와 같은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적으로 가장 이득이 되는 전략이 만들어지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 최선의 전략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4. 쓰레기 산업의 민영화도 심각한 문제

존슨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존슨은 쓰레기의 수집과 재활용에 있어서 네 가지 큰 트렌드가 있다고 주장한다. 쓰레기의 처리과정에 있어서 복잡성의 증가, 민영화의 증가, 처리 비용의 증가, 그리고 국제화의 증가추세이다. 이 중에서 복잡성의 증가란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중간처리와 선별과정이 늘어나는 것을 뜻하며, 민영화의 증가란 생산자책임제(Product Responsibility)에 따른 민간기업의 역할 증대는 물론, 공공서비스를 민간으로 사유화하는 경향이 증가함을 뜻한다. 국제화 증가란 재활용기술의 발전이 대용량 처리시설의 등장을 이끌 것이고 쓰레기의 국제간 이동도 증가할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Jonsson, P. O. : Trends in waste management in relation to increased recycling. Annals of Agricultur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4, 3-6, 1997.)

우리나라에서도 IMF 이후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청소업무가 급속도로 민간위탁되었다. 물론, 이것은 환경미화원들의 노동과 삶을 고통의 나락으로 떠미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민간회사들이 지자체로부터 정해진 금액으로 쓰레기 처리를 위탁받은 다음, 환경미화원의 임금을 깎고, 화장실이나 샤워실, 휴게실 등 기본적 복지시설에 들어갈 투자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윤을 남기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환경미화원 중에서 퇴근할 때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는 비율이 14%에 불과한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대다수의 환경미화원들은 씻지도 못하고 작업복 그대로 집으로 퇴근함으로써, 가족들에 대한 미생물 오염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놀랍게도 환경미화원의 얼굴은 버스터미널 화장실 변기보다도 미생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김신범 : 환경미화원 안전보건 실태 조사 결과보고 및 환경미화원의 씻을 권리를 위한 제안, 환경미화원 씻을 권리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10.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들을 잘 알고, 미생물 노출로부터 환경미화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작업복과 출퇴근 복을 구분할 수 있는 락카시설을 갖추고, 작업종료 후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작업복과 신발을 집에 가져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Lavoie J., Dunkerley C. J. : Assessing waste collectors’' exposure to bioaerosols, Aerobiologia, 18, 277–285, 2002.)

민간위탁의 논리적 근거는 지자체에서 쓰레기처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민간위탁의 긍정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사례는 없으며, 오히려 청소비용증가, 청소업체의 부정과 자치단체와의 유착의혹, 종사자의 희생과 노사관계의 악화 등 부정적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5. 지역주민과 노동자의 연대가 필요

어떻게 해야 환경미화원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까? 우선, 환경미화원의 업무를 하찮고 더러운 일로 보는 시각을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순환시대에 환경미화원의 업무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고, 그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시각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청소업무는 공공의 업무이므로 민간위탁을 철회하고 지자체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미화원의 고용이 안정되도록 하고, 그들의 임금이 적절하게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환경미화원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정부가 그런 일을 할 리 없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당이 집권한들 이러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공공부문 사유화는 김대중정권부터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주민과 노동자의 연대를 통해 지자체를 압박하는 것이 정답이다. 노동자와 지역주민간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자치지역별로 환경미화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거부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 이러한 운동은 시작되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는 민주노총의 “환경미화원의 씻을 권리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함과 동시에, 지역을 조직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송파구에서 지역연대를 이뤄내었다. 2010년 7월, 송파구 환경미화원들과 송파시민연대, 송파촛불은 환경미화원의 근무조건 개선과 민간위탁 폐지를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었다. 그들이 송파구청을 향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민간위탁을 통해 청소비용을 감소시켜서 세금을 아끼겠다고 하는데, 그게 민간위탁 환경미화원의 임금을 깎고 복지를 축소한 것이라면 우리는 거부하겠습니다. 민간위탁을 통해 더 나은 청소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적은 인력으로 무지막지한 노동강도를 강요해서 얻은 결과라면 우리는 거부하겠습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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