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7월|특집]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 1)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가는 길, 건강보험료 인상만으로 가능할까? 2)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 김 종 명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굳이 ‘시민운동’이라 표현한 것은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자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즉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이 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이 운동은 보건의료전문가나, 보건의료관련 조직들의 운동이 아니라, 건강의 당사자인 시민들이 주체로 나서는 운동이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인 것이다.
이 시민운동은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능력만큼 내고, 필요한 만큼 받는 건강보험의 특성을 주목한다. 그래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안이다.
시민회의측이 제시하고 있는 건강보험료는 국민 1인당 평균 1만 1천원 정도를 인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는 평균일 뿐이고,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건강보험료의 인상액은 더 내게 될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료는 2010년 기준 직장 가입자는 보험료율이 5.33%이다. 이를 7.13%로 올리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OECD 평균 정도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리되면 12.4조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2.4조원이 모두 국민들이 내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은 현재 국가가 20%를 재원하고 있고, 직장가입자의 경우 사업주가 50%를 부담하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들은 12.4조원의 6.2조를 부담하면 된다. 6.2조를 부담한 후 혜택은 12조가 되어 돌아온다. 보험료 대비 급여 몫은 무려 1.9배에 이른다.
반면, 민영의료보험에 국민들이 6.2조원을 내면 급여 혜택은 얼마나 될까.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민영보험의 급여률은 0.6~0.8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의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것이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과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전체 가구의 89%가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2%에 불과하여 의료비 불안을 해결해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영의료보험에 내고 있는 금액은 1인당 평균 월 12만 원 정도이고, 2008년 기준 총 보험료수입은 12조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 굳이 값비싼 민영의료보험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시민회의 운동은 건강보험의 사회연대 효과에 주목하여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강제하자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운동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측과 그것을 반대하는 측과의 한판 큰 싸움을 예고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시민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그 한편이 될 것이다. 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는 세력이 다른 한편을 구성한다. 대표적으로 부자감세와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이명박 정부이며, 건강보험 재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민영의료보험을 확대하는데 이해관계를 가진 재벌들, 민영의료보험회사들이다. 또한 이들을 대변하는 조중동을 위한 보수 언론들이다. 바로 신자유주의세력들이다. 즉, 필자는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는 운동은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 운동은 단순히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운동을 넘어선 정치운동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은 보건의료운동 진영내부에서도 일부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의료공급자 통제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의 재원 확충이 보장성 강화로 제대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우려가 그 하나이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이다. 다른 논리는 왜 국민이 더 내야 하느냐는 점이다. 국민부담 대신에 국고와 기업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첫 번째 우려에 대한 검토를 해보자. 물론 낭비적 요인을 완전히 차단한 다라면 그것이야 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사실 상당한 낭비적 요인을 안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일수는 OECD 최고수준이며, 급성기 병상수, CT, MRI 등 고가장비도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이 10%미만이고 90%이상 대다수의 의료기관들이 민간 공급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과 의료공급자에 대한 보수 상환방식이 행위별수가제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요인과 함께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와 생활 수준향상에 따른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맞물려 OECD 최고수준의 의료비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회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의료비는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비 증가를 합리적 수준으로 통제하기위해서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는 낭비적 요인들에 대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의료공급 체계에 대한 규제문제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 여부가 아니라, 보장성 강화문제와 의료공급체계 개선간의 선행여부이다. 즉, 보장성 강화 이전에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선행하는 것이 먼저이냐 혹은 보장성 강화와 함께 병행추진해야 할 문제이냐는 것이다.
진보적 보건의료 운동진영 내에서 시민회의운동을 비판하는 측은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선 개선을 주장한다. 반면 시민회의측은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원마련을 지렛대로 삼아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병행 추진해야할 과제라고 보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전자의 논리가 완전히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공급자 규제 문제는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가 어려운 여러 난관을 안고 있다. 첫 번째는 기술적 어려움이다. 예로, 주치의제도의 경우 지금 당장 시행을 한다고 결정하더라도 구체적 시행방안에 대한 연구와 이해당사자간의 이견조절, 시범사업 등에 최소 4~5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둘째, 수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보장성 확대가 동반되어야 한다. 주치의제도나 포괄수가제는 현행의 보장률로는 그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 적어도 80%이상의 보장성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여전히 남는 비급여 통제가 불가능하여 수가제도 개선 취지 달성이 어렵다. 셋째, 시민대중으로 하기가 어렵다. 공급자 규제를 먼저 하자는 운동을 시민운동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시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끼고 불안해 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문제를 고리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보장성보다 공급자 규제를 먼저 하자는 논리는 타당할 지언정 현실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반면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원마련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자 규제로 이어지는 연속적 개혁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더욱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험료 인상이라는 요구가 아래로부터 광범위하게 벌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당연히 공급자규제는 병행해야 하는 개혁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즉 이 운동이 성공했을때 국민, 국가, 기업 등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장성을 후퇴하기 보다는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한다.
두 번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검토해보자. 즉, 왜 국고지원과 기업부담률 증가를 요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가들마다 국고지원률과 기업부담률은 각기 다르다. 예로 국고지원이 전혀 없는 나라도 있고, 30%를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기업과 노동자가 각기 반씩 부담하는 나라도 있고 기업이 70%를 부담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이는 국가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계급역관계와 경로 때문이다. 필자도 기업의 부담을 증대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한다는 면에서 합당한 요구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계급역관계의 변화를 전제한다. 우리나라도 향후 계급역관계가 달라진다라면, 즉 진보정치세력이 집권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얼마든지 기업의 부담률 증가를 강제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회의가 지금의 현행 재원 마련 분담구조를 그대로 유지한채 건강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지금의 계급역관계를 뒤집지 못하는 정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국고지원과 기업부담률로도 건강보험의 사회연대효과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현행 구조를 유지하더라도 국고지원의 경우 2.7조, 기업부담은 3.3조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제 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만으로 해결하는 나라를 만들자. 이제 값비싼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재벌들 배불려 줄 것이 아니라, 민영의료보험 대신 건강보험 하나로 모두 해결하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 시민들이,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자. 직장 가입자들은 자신의 월소득의 0.9%를 더 낼 것을 결의하자. 보험료를 더 내자는 것은 실제로는 사회임금을 높이는 운동이며 의료비에 대한 가계부담을 줄여주는 운동이다. 그리고, 내가 더낸 보험료가 헛되이 쓰이지는 않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하자. 또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는 신자유주의 세력들과 적극적으로 한판 붙자.
국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은 제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적 정치세력들의 연대를 이끌어 낼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를 더 내겠다는 운동이 제대로 성과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될 필요가 있다. 이 글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이 동참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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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가는 길, 건강보험료 인상만으로 가능할까?"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송 홍 석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7월 17일 발족한다. 6·2 지자체 선거 이후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더욱 더 강력하게 추진될 하반기에 건강보험 재정의 획기적 확충을 통해 의료민영화에 맞서려는 보건의료 진보진영의 한 축이다.
의료민영화의 중요한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민간보험자본의 세력 확장에 맞서 취약한 보장성을 지닌 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민간보험이 치고 들어설 자리를 무력화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 운동은 국고지원과 같은 당위적인 요구로만 그쳤기 때문에 10년동안 보장성 60% 언저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운동의 한계가 뚜렷했으며, 이제는 종래와는 다른 실천 운동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적 원리에 착목하여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마련을 ‘보험료 인상’이라는 선제적 공세에 의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운동을 주도해 나가며, 이러한 국민 참여적 힘을 지렛대로 삼아 낭비적 건강보험 지출구조에 대한 개혁도 순차적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간보험자본은 의료를 자본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힘입어 실손형 보험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팽창 중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러한 민간보험자본의 세력 확장에 맞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의료민영화를 저지하는 강력한 대응방안 중의 하나이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을 빠른 시일 내에 확충해야 한다는 시민회의의 인식에 같이 한다. 그리고 의료민영화 저지 싸움에 국민들이 보장성 강화의 실천적 참여 주체로 나서는 운동방식도 새로운 운동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민영화를 결사코 저지하려는 같은 보건의료운동진영으로서 ‘11,000원의 기적’이라 불리는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운동이 그 내용과 방식에 있어서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11,000원의 기적’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건강보험료 만 천원만 더 내면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도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나는 ‘건강보험료의 인상만’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90%가 되고, 아무리 중병에 걸려도 1년에 100만원 이상이 안 드는 건강보험의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한다. 또, ‘시민회의’의 국민 참여적 운동이 곧 낭비적 의료비 지출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결정적 기반이 되리라는 ‘시민회의’의 추단도 너무나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 판단한다. 또 건강보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포함하여 정부부담 확대나 사회복지세 도입, 사업주 부담분 확대도 필요함을 국민들에게 얘기하고 정부나 기업에 요구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 천원의 기적’,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의 변화가 동시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영리추구적 의료공급시스템에 대한 개혁 없이 건강보험 재정확충만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90%가 지속가능할까? 현재 영리 추구적 속성이 강한 민간의료기관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공급시스템에서, 그리고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보수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 속에서 ‘시민회의’의 생각대로 설령 그해에 보장성이 90%에 이른다 하더라도 의료공급자가 진료행위량(각종 불필요한 검사, 치료, 수술, 약물처방) 자체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든지, 아니면 새로운 비보험 의료서비스를 끊임없이 창출한다면 보험재정을 비롯한 국민의료비는 통제되지 않고 고장난 브레이크 마냥 계속 올라갈 것이다.
또 향후 의료서비스를 보험, 병원, 제약자본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자 하는 의료산업화 체제가 가속화되면 의료비 지출은 그만큼 급증할 것이다. 대형병원들과 제약자본이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쏟아내는 신의료기술들과 고가의 최신의료장비들, 고가의 신약들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국민들은 보장성 90%를 지속시켜나가기 위해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거나, 보장성 90%는 순간 반짝하다 말 수도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자료를 보아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출하는 의료비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난 10년간 GDP대비 국민의료비는 해마다 5.2%씩 늘어왔는데, 이는 같은 기간 OECD 국가 평균인 1.55%보다 3배 이상 빠른 수치이다. 그리고 이 추세대로 간다면 영리병원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2015년엔 10.2%로 OECD 평균인 10.1%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보건복지부의 2007년 국민의료비추계결과와 2008년 OECD Health data를 토대로 ‘건강연대’가 분석한 자료에서).
최근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개인당 월 건강보험료도 17,900원에서 27,600원으로 대략 10,000원 올랐지만(이 시기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2004년 22조 5천 억원에서 2009년 39조 3천 억원으로 매해 12% 가까이 증가), 보장성은 5년째 62% 내외에서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는 현실도 이를 반증한다.
표면적으로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의료비의 급증과 보장성의 확대가 이 같은 의료비의 급증을 설명한다고 하지만, 그 근저에는 절대적 우위에 있는 영리 추구적 민간공급체계(민간병원)과 제약자본, 그리고 그들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제어할 수 없는 시스템(행위별수가제, 비효율적 의료전달체계, 병상과잉의 문제 등)에 문제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의 확충 외에 이러한 낭비적 지출구조, 영리추구적 의료공급시스템의 변화, 혹은 통제도 같이 수반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성 90%는 모래위에 쌓은 누각처럼 곧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낭비적 의료비 지출 구조의 문제는 차후로 미룰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해 ‘시민회의’측은 공급자 규제는 획기적 보장성강화 이후에 실현해야 할 차후의 과제로 넘기고 있다. ‘시민회의’운동이 많은 국민들의 지지로 재정이 획기적으로 확충되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그 대중적 에너지로 의료공급시스템의 통제와 구조변화도 순차적으로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너무 안이하고, 낙관적인 전망이다.
의료서비스 공급자 구조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보장성만 강화되면, 진료행위량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지 보험의 영역으로만 들어왔을 뿐, 불필요한 과잉검사와 치료는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는 통제되지 않고 고장난 브레이크 마냥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공급자 통제를 필수 조건으로 내걸지 않고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확충 운동에만 몰두할 경우, ‘시민회의’의 비젼에 희망과 기대를 걸었던 많은 시민들에게 오히려 절망과 진보적 보건의료운동진영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불신만을 남겨 주게 될 수도 있다.
의료공급자의 구조변화 및 통제의 문제는 그리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회의’는 자신의 운동의 성과에 순차적으로 뒤따라 올 수 있는 문제처럼 보는데, 너무 안이하다는 판단이다. 지금껏 10년 넘게 보건의료진보진영에서 보장성 강화운동을 벌여왔지만, 그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보험금융자본, 병원자본, 제약자본, 신자유주의 정권 등 소위 의료산업화 정치세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민중들의 분노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진보운동이 처한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회의’의 ‘보험료인상운동’이 국민 참여적 실천운동으로써, 그리고 민영보험에 타격을 가하는 의료민영화저지투쟁으로써 일정정도 의미가 있지만, ‘시민회의’의 생각처럼 대국민 캠페인과 서명운동 등의 방식만으로, 그리고 의료공급시스템의 문제를 우회하는 선전선동 방식으로 그 추진력이 얻어질 것 같지 않다. 의료공급자 통제의 문제를 국민들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서, 그리고 병원자본과의 정면 싸움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만들어가서는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활성화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신자유주의세력과의 쉽지 않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보장성 강화 위한 재원마련에 있어서
신자유주의 정권과 그 자본가에게 책임부담을 먼저!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마련에 있어서도 국가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화하여야 함을 국민에게 이야기하여야 한다. 국가에게는 국고지원의 확대와 기업에게는 사회적 책임의 확대를 이야기해야 한다.
비즈니스프렌들리 이명박 정부가 각종 감세정책이니 4대강 사업이니 하면서 기업과 부자들에게 감세하고 혈세 퍼주고, 또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 서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어 정리해고, 비정규직 증가, 실질임금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복지 재원마련에 있어서 국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먼저 주장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화된 양극화로 강화되어야 할 사회복지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해외환자 유치와 보건산업 육성 예산은 대폭 증액된 반면,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 아동,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봐도 11%수준으로 OECD 평균인 23.7%의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하면 맨 꼴찌인 사회복지 후진국인 셈이다.
사회복지 재원마련에 있어서 국민과 기업, 정부에 동등한 사회연대의 책임을 주장하기보다, 복지 축소와 사회복지 비용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그 책임성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건강보험재정에 있어서 정부 부담을 현행 20%에서 30%, 40%로 늘리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장대로 노인의료비의 50%를 정부가 부담케 하든 신자유주의 정권에 복지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은 물론 신자유주의 자본가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건강보험료에 있어서 현행 50%:50%인 기업주와 노동자 비율을 60%:40% 비율로 바꾸든, 아니면 대기업과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들에게 사회보장목적세를 부과하든 의료산업화 추진세력에게도 사회보장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만들어가는 동지적 입장에서 ‘시민회의’의 운동 내용과 운동 방식에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건강보험재정을 강화하는데 있어서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정부부담 확대나 사회복지세 도입, 사용자부담분 확대도 필요함을 주장하고 요구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무엇보다 건강보험재정 확대와 낭비적인 건강보험 지출구조 개혁에 대한 투쟁이 동시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고, 노동자 민중을 위한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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