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0년ㅣ10월ㅣ칼럼] 노동자대회는 당신에게 무엇?


노동자대회는 당신에게 무엇?


한노보연 선전위원 흑 무

11월 노동자대회가 다가온다. 노동자대회나 5월 메이데이를 앞둔 달의 칼럼에는 각 행사에 대한 연구소 안, 밖의 주장들이 실렸었다. 이번 10월호 일터를 기획하며 칼럼은 ‘노동자대회’를 주제로 하자는 의견을 내고 보니 ‘왜 노동자대회를 주제로 칼럼을 준비하자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밀려왔다.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건지, 노동자대회를 주제로 하자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제안이 아니었까하는 고민이었다.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에게 노동자 대회는 어떤 의미인지.

노동자대회, 나에게는 무엇?
20살에 처음 선배언니를 따라 노동자대회에 갔던 것 같은데 어쩌면 선배 속을 태우며 다른 곳에 놀러갔을 수도 있고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참가한 노동자대회였다면 뭔가 인상적인 것이 머리에 남아있을법도 한데 말이다. 지금은 메이데이나 노동자대회를 떠올리면 ‘얼른 가서 좋은 자리를 맡아 부스를 차려야지’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비가 안와야 하는데, 플랜카드를 묶을 수 있는 나무 옆자리가 좋아’ 하는 생각도 함께. 선전물을 만들고 설치하고 열심히 유인물을 돌리지만 한 번 읽혀지지도 않고 깔개로 쓰이는 유인물도 많다.

전태일을 살아 쉼 쉬게 하라!
노동자대회 배경막에 ‘전태일 정신 계승’이 왜 늘 씌여있나 궁금했던 적이 있다. 왜 메이데이에는 안 그러는데 노동자대회 때만 그 구호를 쓰는지 공부가 부족했던 좀 더 어릴 적의 내게는 이상한 일이었다. 늘 11월에 하는 점도 이상했다. 그러다 전태일열사가 분신한 것이 1970년 11월 13일이었고 그를 따라 11월에 노동자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경막에 ‘전태일 정신 계승’이 들어가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노동자대회가 현재의 형태를 띠기까지는 크게 전태일 열사 5주기 추도식, 1988년 노동자대회 전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5주기 추도식 이전까지는 노조 간부 몇몇이 묘소를 참배했었다. 하지만 5기 추도식부터는 달라진다. 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 낮 시간 소수의 묘소참배는 전태일을 정말로 죽이는 일이라며 열사가 살리고자 했던 이들과 함께하는 추도식을 만들어보자는 ‘전태일 동지 5주기 추모위원회’가 꾸려진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투쟁하는 추도식을 그리며 1975년 11월 13일 저녁, 노동교실에서 5기 추도식을 열었다. 근로시간, 작업환경 등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와 부정축재 일소 등의 정치적 요구도 외쳤다. 군부독재 정권의 매서운 눈초리가 사회 구석구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그 때,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펴보고 투쟁을 결의하는 추도식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1988년 11월 13일, 노동자대회가 연세대에서 열렸다. 그 후로 전태일 열사 추도식은 자본과 정권에 싸우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확인하고 투쟁을 만드는 자리로서의, 지금의 전국노동자대회와 같은 모양새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배우고 싸우며 신났던 노동자대회
작년 11월쯤 연구소에서 ‘노동자대회로 살펴보는 노동운동’이라는 주제로 월례토론이 진행된 적이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40대의 노동자가 말했다. “예전에는 노동자대회에 가고 그러면 ‘다른 동지들은 이렇게 하고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 일반 조합원들하고 가면 노대회에서 뛰고 싸우고 그러면서 신나하기도 하고 또 나중에 그 조합원이 현장간부로 성장하기도 하는, 학교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대회에 가면 나도 재미없으니까 조합원들한테 같이 가자고 얘기도 잘 못하겠고 조합원들이 가서 봐도 하루 종일 찬 바닥에 앉아만 있다 오고 하니까 안 갈라고 한 단 말이에요. 이것 참.” 1971년 첫 추도식, 1988년 노동자대회, 그리고 2010년 노동자대회. 왜, 무엇이, 어떻게.....?
한 동지에게 왜 노동자대회가 중요한 것이냐 물었다. 돌아온 답은, 노동자대회날 하루 모여 투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1년의 투쟁을 평가하고 내년에는 정치적으로 계급적으로 이렇게 싸우자는 것을 공유하고 결의하는 장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냥 기념행사가 되어버렸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6년 전 11월에 열린 전국활동가대회에서 한 동지는 말했다. “전노협은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을 모진 탄압 속에서도 계급성 사수, 실천 투쟁으로 노동해방 쟁취와 평등사회 건설을 외쳤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노동해방 쟁취’ 말을 듣는 것도 소리내어 말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노동해방’이라는 꿈을 우리는 나누어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노동해방이 있었던 곳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그 불가능해보이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이며 노동자대회에서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88년부터의 노동자대회를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며 가슴 설레어 한 적이 있었다. 다시 설레어하기를, 동지와 그 설렘을 나눌 수 있기를 나는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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