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ㅣ1월 l 새 세상열기] 유해화학물질이 우리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

그제 새해맞이를 위한 목욕탕 청소를 하려 보니 타일 여기저기 물때 자국과 더불어 새까만 곰팡이가 눈에 꽂힙니다. 락스의 힘만이 타일 사이의 까맣게 끼어 있는 곰팡이 제거와 더불어 화장실 소독효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염소 성분으로 인하여 어지러울 만큼 기분 나쁜 강렬한 냄새로 인해 망설여졌고 과연 배출시 수질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가 않아 고민이 되었습니다. 락스는 어떤 얼굴을 감추고 있는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게 되었지요.
락스는 염소계 소독제인데 비용이 적게 들고 살균효과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독을 위해 사용하는 염소가 인간의 땀이나 소변과 반응을 일으켜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과 나이트로젠 트리 클로라이드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트리할로메탄은 체내에 들어오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지방세포에 축적되며 DNA변형과 면역성 저하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나이트로젠 트리 클로라이드는 폐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유해화학물질은 특정 생산 작업장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어 사용 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도 있으나 아직 관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드는 것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백가지 화학물질이 문제가 되어 박지연씨와 같은 희생자가 나타나는 것처럼 유해화학물질은 가정이든 작업장이든 어디서든 어떻게 돌연 얼굴을 바꾸고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환경정의 마지막 이야기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사용실태와 근본적인 해결은 어떤 것이 있을까를 나누는 자리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 서 수 정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활동가)



글 _ 다음지킴이 본부장, 인하대 산업의학 교수 임 종 한 / ekeeper@inha.ac.kr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36,000여종, 23,000만 톤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2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살충제, 방부제, 표백제, 착색제, 방향제, 공기청정제, 방습제, 곰팡이 제거제, 습기 제거제, 세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가구광택제, 하수구세척제, 유리세척제, 동결 방지제, 접착제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화학물질은 우리 인류에게 많은 편익을 가져다주었고 지금도 주고 있다. 오늘날에는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DDT도 1950년대까지는 해충을 구제하고 인간을 말라리아, 티푸스 등 많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켰던 화학물질이다. 1987년 Zeidler에 의해 최초로 합성되어 1939년 Paul Mueller가 그 놀라운 효능을 발견한 이후 DDT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한 고마운 물질이었다.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통해 DDT의 생태계 재앙을 경고했을 때에도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화학물질은 우리 인류와 생태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1960년대, 일본의 어촌마을 미나마타에 있는 질소비료공장에서 유출된 수은은 먹이사슬을 따라 가난한 어부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1984년 인도 보팔시의 유니온카바이드사의 화학공장에서 생긴 폭발사고로 주민 2000여명이 사망하고, 약5만 명이 심각한 중독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경남 온산에서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과 유사한 ‘온산병’이 집단으로 발병하여 큰 사회문제가 된 적도 있다. 화학물질의 피해는 곧바로 눈에 보이는 급성적인 것만이 아니다. 낮은 농도로 존재하면서 생명체에 서서히 축적되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만성적인 영향은 대를 물려가며 오랫동안 지속되며 우리의 후손은 물론 전 지구적 생물권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조차 있다. 환경의 질 저하는 모든 예방 가능한 질병의 25%를 가져온다. 이들 중 3분의 2가 어린이에게서 발생된다. 화학물질로 인해 어린이가 직접적인 피해 대상자가 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끔찍스러운 일인데, 이글에서는 화학물질이 가족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대책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1. 우려되는 화학물질 사용 증가

환경부는 지난 1998년부터 4년 간격으로 화학물질의 유통량 현황을 파악해 화학물질 관리 정책 수립의 기반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 화학물질 유통량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6년도 화학물질 유통 총량이 이전 조사인 2002년에 비해 45.4% 증가한 41억7천900만t으로 조사됐다.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총량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석유계 화학물질이 이전 조사 대비 55.3%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개별 물질로는 벤젠을 비롯한 1급 발암물질의 유통량이 이전조사에 비해 2.33배 가량 늘어난 1천700만t이었으며 비스페놀 등 환경호르몬의 유통량도 22.7%가 증가한 37만8천500t이었다. 환경으로 배출된 155종 물질 중 발암물질(IARC 1급)은 8종, 발암우려․가능물질(IARC 2A급, 2B급)은 44종 등 총 52종, 25천 톤 배출되었다. 발암물질 대부분은 99%인 24.9천 톤이 대기로 배출, 나머지는 토양으로 배출되었다. 발암물질(IARC 1급)은 포름알데히드(18.7%), 벤젠(7.7%), 염화비닐(0.1%) 등이며 전체 배출량의 27%인 6.7천 톤이 배출되었다. 이들 발암물질은 총 9개 배출원에서 배출되며, 도로 이동발생원(89%), 가정연료(5%), 연료소매(3%) 등 3개 배출원에서 주로 배출되었다.
환경으로 배출된 155종 물질 중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은 9종, 2.3천 톤 배출되어 전체배출량의 14% 차지했다. 배출물질 9종 모두 농약 사용에 의한 배출로 전체 배출량의 81%인 1.8천 톤이 토양으로 배출되었다. 주요 배출물질은 만코젭(79%), 엔도술판(10%) 등이며, 이들 상위 2개 물질이 배출량의 89%인 2천 톤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중 특히 생리학적인 활성을 갖는 물질, 예를 들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 호르몬의 작용에 교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의 유통량, 배출량이 증가되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우려할 만한 사실이다.

2. 화학물질에 우리 가족의 건강은 안전한가?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중 특별히 어린이가 화학물질의 피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첫째, 어린이의 호흡량은 어른보다 많아, 체중 당 유화학물질의 노출량이 많고, 둘째는 뛰어놀고 흙을 만지는 등 어린이의 활동이 유해물질의 노출울 많게 하며, 셋째 어린이의 몸은 아직 발달과정 중에 있어 유해물질의 해독, 배설능력이 어른보다 떨어지고, 넷째 유해물질의 정보를 알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여 유해물질의 피해를 직접 받기 쉽다.
어린이 건강에 관련한 최근의 조사 자료는 어린이 건강에 대한 깊은 우려를 가지게 만든다. 최근 어린이 천식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더라도 1995년에서 초등학생 및 중학생의 천식 유병율은 5.7% 이었으나 2000년 조사에서는 7.6%로 나타나 초등학생 및 중학생의 천식 유병율이 5년 사이에 30% 이상 증가하였다. 아토피피부염 역시 1995년 조사 때는 초등학생의 16.3%, 중학생의 7.3%로 나타난데 반해 2000년 조사 시에는 각각 24.9%와 12.8%로 증가한 소견을 보이고 있다. 도시 일부지역에서의 아토피질환의 경험율은 40%에 이른다. 저체중아, 미숙아, 선천성기형아 등 출생 당시부터 건강이상을 보이는 태아의 수는 점차 증가 추세로 지역에 따라서는 저체중아, 미숙아, 선천성기형이 출산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조사자료는 아니더라도, 2005년에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초중고교 19개교를 무작위로 선정해 2672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한 결과에서 958명(35.9%)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13.25%가 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였다. 2010년 미국에서 어린이등 생물학적 약자들이 화학물질의 피해에 그대로 노출되어있어 어린이들을 화학물질 피해로부터 보호하고자 Kids Safe Chemicals Act를 입법한 것은 화학물질관리의 개선이 선진국에서도 시급한 일임을 알게 한다. 국내에서도 어린이 건강과 환경 보호를 위해 시급한 일이다.
국내 성인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혈관질환 4위는 자살, 5위는 당뇨이다. 국내에서 해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늘어 2008년도에는 7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작업환경이나 생활환경에서의 간접흡연 노출도 화학물질의 하나로 인식한다면, 흡연 및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암 사망은 30%에 이른다. 2009년 미국 대통령보고서를 살펴보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암 발생이 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암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의 사망자료 중 유의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특별히 60세 이상의 노령층에서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데,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살 중 농약으로 인한 자살 수가 200년 1,790명에서 2005년 3,527명에 이르는 등 급증하고 있다. 전체 농약 중독사고사의 78.4%가 농약의 접촉 기회가 많은 농촌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살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맹독성 농약의 아용과 이들 농약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피해이니 만큼 이 같은 중독성 사고가 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화학물질 관리체계의 문제점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화학물질은 어린이, 고령자, 저소득층등 취약계층에게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3. 화학물질관리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지금까지 수질과 폐기물관리 정책에 집중되었다. 환경기초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수처리장을 짓고 폐기물 매립장, 소각장을 짓는 데 투자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이에 반해 석유화학산업과 같이 화학물질과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정책과 생산과 유통, 폐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정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화학물질 관리는 원료 물질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왔으며, 제품에 함유되어 궁극적으로 환경오염과 건강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대해서는 소홀히 관리해왔다. 국내 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 항목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13개 항목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화학물질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해화학물질의 관리체계 전반을 바꾸어야 한다. 화학물질의 독성에 관련한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유럽의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of CHemicals)에서와 같이 기업이 화학물질의 독성 평가 정보에 참여해 관련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처럼 점차 화학물질과 관련된 자료생산의 주체는 산업체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현실이다. 산업계가 자발적 관리주체로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업체는 단순히 규제의 대상이라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규제정책의 수립과정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확정된 규제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이행하여야 한다.
정부는 어린이, 노약자, 저소득층등 사회취약계층이 화학물질의 피해 대상이 되지 않도록 화학물질관리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한다. 화학물질을 여러 부처에 분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화학물질의 유기적 통합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화학물질로 인해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국민들을 유해화학물질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일, 신뢰받는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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