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2월 | 칼럼] 2011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11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노보연 소장 김 정 수

연구소는 2011년 총회에서 올해 다음의 네 가지 사업에 보다 집중적으로 개입하기로 했다. 첫째,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철폐 사회적 의제화 구체적 사업 마련, 둘째, 질판위, 산재보험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과 현장 조직화, 셋째, 반올림 운동의 질적 성장을 위한 기획과 실천, 넷째, 국제 연대사업의 유지, 발전이 그것이다. 각각의 사업들은, 과거 몇 년간의 다양하고 치열한 활동과 고민을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과와 함께 향후 돌파해야 할 과제가 제기된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우리나라 노동보건운동을 확대,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매우 중요한 사업들이다.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 철폐를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시키자!!!
과거 개인질환으로 치부되었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병 인정과 대책 마련을 위한 투쟁이 노동강도 강화저지-혹은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투쟁으로 확대된 것은 분명 노동보건운동의 중요한 질적 도약 중 하나였다. 그 후 노동강도는 노동보건운동의 주요 화두로 자리매김하였고, 직무스트레스, 교대제 등 노동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주제와 더불어 활발한 현장 연구, 사업, 투쟁이 전개되어 일부 현장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는 등의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현장 연구, 사업, 투쟁들은 대개 단위 사업장 내에 국한되어 있었고,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에 연구소에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장시간 노동, 야간 노동에 주목하고, 2010년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철폐를 사회 의제화하기 위해 주력하자고 목표를 수립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노동강도 완화는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방안일 뿐만 아니라, 임금노동에 의해 유지, 강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사회구성원들이 임금노동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소는 2011년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노동자의 투쟁으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쟁취하자!!!
노동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는 노동보건운동 영역에서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지난 수십 년간 사고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인정받기 위한 다양한 투쟁들과 산재보험 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수많은 투쟁들이 있었고, 그 결과 업무관련성에 대한 인정 폭이 다소 확대되고 산재보험 제도가 다소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의 성과는 업무관련성 인정의 폭을 매우 협소한 범위로 제한하고, 승인과 요양의 과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 관리하고자 하는 정부-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공단-와 자본-전경련, 경총-의 역공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최근 몇 년간 산재 불승인과 강제요양종결이 남발되면서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는 반면, 산재보험을 운용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매년 수천억의 흑자를 보고 있다. 사태를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전국의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논의의 틀을 만들었고, 현재 이 틀에서 여러 개혁 방안과 투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연구소는 이 논의의 틀에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이 단위가 현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정책생산단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현장에서의 투쟁과 별개로 협상과 합의로만 끝나지 않도록, 현장의 요구를 조직화하고 현장의 주체를 만들어 내는 운동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갈 것이다.

반올림 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한 기획과 실천을 마련하자!!!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반올림 운동은 몇 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에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만큼 중요한 성과들도 많았고,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많다. 반올림의 투쟁은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최첨단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의 악랄한 무노조 경영의 폐해에 대해 다시 한번 사회에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사망 사건과 이에 대응하는 반올림의 투쟁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수십 수백건의 제보가 잇달았고, 인터넷 까페는 회원수가 수천명에 이르렀다. 반올림은 수백명의 후원회원이 조직되면서 여러 단체들의 연대체에서 전임 상근활동가가 있는 독자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올림의 투쟁은 국제 연대를 확대,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반올림 투쟁의 과정에서 신청한 산재는 거의 100% 불승인되고 있어 향후 승인투쟁부터 법정투쟁까지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은 개별화되어 있고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제보자 및 피해자를 조직하여 투쟁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다소 과도기적인 조직의 상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연구소는 반올림의 주요 주체 중 하나로서 이 모든 과제를 스스로의 과제로 삼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국제연대 사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했던 국제연대가 석면에 대한 국제적 대응-반코-과 반올림 운동을 통해 현실화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이 문제가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그 해결의 방향 역시 국제적인 틀에서 해결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의 국제연대가 석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반올림 운동처럼 사안별 연대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의 차원으로 상승, 확대시켜야 하고 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소는 국제연대를 중요한 본연의 임무 중 하나로 상정하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연대 사업을 유지, 발전시켜나가는데 매진할 것이다.
위에 열거한 네 가지 사업은 연구소가 올해 보다 집중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이 외에도 지금까지 일상적으로 진행해 온 사업들은 현재와 같이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이 네 가지 사업 모두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아서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이것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우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만 할 수도 없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현장의, 지역의 그리고 외국의 여러 동지들과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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