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2월 | 뉴스] 법원, 주야 교대제 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산재판결 外

법원, 주야 교대제 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 산재 판결, 심야노동 위험성 인정한 첫 사례

주ㆍ야 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수면장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2010년 12월22일 자동차 조립공정에서 일하다가 얻은 장 모씨의 '수면장애'가 “주야간 교대 근무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장씨의 주치의들은 “주간 고정근무 기간에는 수면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업무 관련성이 높다”는 견해를 재판부에 제시하였고, 법원 진료기록감정의 또한 “교대근무 종사자는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는 생활속에서 생리적 리듬주기가 파괴된다. 장씨의 수면장애는 개인적 특성보다는 주ㆍ야 교대 근무로 인한 생리적 반응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씨는 1997년 경기도의 금속노조 모 자동차회사에 입사해 조립공정라인에서 일하며 주간조일때는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야간조일때는 오후 8시30분~다음날 새벽 5시30분까지 일했다. 이러한 주·야 2교대 근무제는 1주일 단위로 변경됐다. ‘수면-각성장애’ 진단을 받은 장씨는 2009년 11월 공단에 요양신청을 냈으나 ‘개인적 질병’이라는 이유로 불승인죄자 행정소송을 냈다.

▶ 이번 법원의 판결은 주야 교대제가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인정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대근무와 수면장애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굳이 멀리 외국에서 그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국내 연구에서도 수차례 입증된 바가 있다. 2003년 도시철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04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교대근무자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을 자도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수면 장애를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수면 박탈은 주야간 근무시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깜빡 조는 경우’가 생겨 각종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산재 인정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주야 교대제, 심야노동을 철폐시키고, 불가피한 업무의 경우엔 노동시간을 줄이고 근무 후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자헛 “30분 배달제 폐지”

2010년 12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24살 젊은 청년의 죽음 이후, 그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으로 지목된 대형 피자 업체들의 '30분 배달제'가 한국 피자헛에서 사실상 폐지되었다. 2월 7일 피자헛 노조는 “지난달 노사협의회를 열어 회사의 인사평가 항목 가운데 ‘주문한 메뉴는 30분 이내에 배달되었습니까’라는 질문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 ‘30분 배달제’ 폐지 운동을 벌였던 청년유니온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다른 대형 피자 업체에도 30분 배달제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2월 8일 도미노피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꾼 등의 서명이 담긴 ‘30분 배달제 폐지를 위한 공개서한’을 도미노피자 쪽에 전달하였다.

▶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월, 09년 산재보험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업에서 3만3,961건의 산재가 발생해 전 업종 중 산재 발생이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산재 가운데 35%로, 2001년 24%와 비교하면 8년 만에 11% 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비추어 볼 때 서비스업의 산업재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비스업 노동자의 교통사고와 넘어짐에 대해 ‘안전수칙 준수’와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고객중심의 빠른 서비스’ 보다 ‘서비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우선시 되어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무척이나 절실하다.


피자 배달 청소년 노동자 교통사고로 또 숨져, 대학 등록금 보태려 하루 8시간 일해

피자 배달 노동자가 교통사고로 또 다시 사망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대학 입학을 3주 앞둔 19세 청소년 노동자다. 어느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2월 13일 6시께 피자배달을 마친 뒤 서울 당산동에 있는 매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던 중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해 사고 50분만에 뇌손상으로 숨졌다고 한다. 그는 사고 나흘 전인 2월 9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다음달 2일 ㅎ대학교 중국어학과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유가족의 말에 의하면 그는 가정형편이 빠듯해 스스로 돈을 벌어 등록금에 보태고 용돈도 마련한다며 수능시험을 마친 뒤 12월7일부터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하루 8시간씩 일하면서 한 달 평균 11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당해 피자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피자배달원 사망사고 때문에 우리도 모든 매장에 배달원 안전 우선을 강조해왔다"며 "사고 수습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 '말' 뿐인 안전 우선, '사고 수습'을 위한 기만적인 조치들,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대책들은 이제 그만. 기업들의 이윤추구적 속성에 맞서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들의 인권, 노동권,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들과 사회적 실행계획들이 이 절실히 필요하다.



쌍용차 노동자 또 자살, 쌍차 대량 해고 사태가 낳은 12명째 비극

연초부터 쌍용차에서 근무했던 노동자가 또 다시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인 서 모씨(37)가 1월13일 차안에서 연탄가스를 마셔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2명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던 고인은 희망퇴직 뒤 생활고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2001년 쌍용차에 입사에 8년간 일해오던 그는 대량해고사태가 벌어진 지난 2009년 5월 희망 퇴직했다. 쌍용차 출신이라는 이유로 평택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제도까지 내려가 용접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부인과 이혼한 뒤 두 자녀를 혼자 부양해왔다.
그리고 한달전인 작년 12월 14일에는 쌍용차 노동자 황모(39)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1996년 쌍용차에 입사한 황씨는 왼쪽다리가 의족인 중증 장애인으로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입사했다. 쌍차 지부에 의하면 황씨 역시 쌍용차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적극 앞장섰으나 생계를 위해 정리해고를 선택했다.

▶ 이로써 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 이후 노동자와 가족의 자살자는 총 12명이 되었다. ‘쌍용차 사태’ 당시 노조가 외치던 ‘해고는 살인'이 되는 잔인한 현실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자도 고통이다. 정신이 돌고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해고자와 무급휴직자들이 하루 빨리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치만이 벼랑 끝에 선 그들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


공단 '노조 전임자'라는 이유로 또 산재 불승인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관련 노사교섭에 참여하던 중 뇌출혈을 일으킨 노조간부에 대해 노조전임자라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하는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1/19일자 금속노동자신문에 의하면, 지난해 8월 금창화 ITW대림지회 사무장이 회사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채로 발견되었고 결국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산재 신청을 했는데, 공단은 이에 대해 “노조 전임자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며 1월18일 불승인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조의 교섭관련 업무가 급증한 것이 금 사무장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금 사무장은 지난해 3월부터 임금단체협상에 매달려왔고, 특히 타임오프제도가 시행되는 지난해 7월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단협 교섭이 끝난 뒤 노사는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후속협의를 벌였다. 그런 가운데 노동청 포항지청이 '단협 시정 촉구 공문'을 보냈고, 곧이어 회사측이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섭책임자로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공단 포항지사에 산재요양 신청을 냈고 공단은 18일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 공단은 그동안 내부지침을 적용해 노조전임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노조 전임자는 근로계약상 본래의 업무를 면하고 노동조합 업무를 전임하는 것이며, 이를 사용자가 승낙했기 때문에 전임자의 근로자 직위는 유지된다. 또 상당수의 법원 판례가 노조 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산업재해를 불승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주지부와 ITW대림지회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산재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 산재 불인정, 법원은 인정
산업재해로 크게 다친 데 대한 절망감 등으로 자살을 했다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작업 중 지게차에 깔리는 바람에 하반신이 마비되자 괴로워하다 자살한 40대 양모씨의 모친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월 17일 밝혔다. 미역 가공업체에서 일하던 양씨는 2008년 9월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척추가 골절되는 등 크게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양씨는 수개월에 걸친 재활치료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절망감에 빠졌고 팔순 노모에게 간병의 부담을 주고 있다는 죄책감 등이 겹치며 자살을 결행했다. 양씨의 모친은 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통사고나 산업현장에서 큰 사고를 경험한 경우 그로 인한 심리적 충격, 신체적 고통, 희망의 상실 등이 겹쳐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지친 나머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자살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산재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을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명복을 빌며, 공단과 노동부는 그의 죽음 앞에 사죄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부는 산재노동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그들에게 양질의 정신 재활치료를 하루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 옥수동 아파트 건설현장서 가시설공 덤프에 치여 숨져, 전문 신호수 부재가 원인
건설노조가 줄곧 문제제기하는 전문 신호수의 부재가 또 한명의 건설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서울 옥수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임시발판 등을 설치하는 가시설공 일용직 노동자 김모(53)씨가 오전 9시께 후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현장조사를 맡은 공단 서울지역본부 관계자는 "신호수가 다른 건설기계에 신호를 주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25톤 덤프트럭 운전기사가 임의로 후진을 했고, 그 뒤에 있던 김씨가 뒷바퀴에 깔려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노조는 "전문 신호수 부재로 발생한 전형적인 사고"라며 "선진국과 달리 신호수 배치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신호수의 자격·교육·인원에 대해 별다른 규정이 없다 보니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리 _ 한노보연 선전위원 송 홍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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