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5월- 미디어 비틀어보기] 피로는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한노보연 선전위원, 내과의사 송 홍 석


‘피곤한 간 때문’이라고 두리형이 그러던데요?
차두리가 부르는 TV광고 CM송 ‘간 때문이야~’가 단 몇 달 사이에 남녀노소 누구나가 흥얼거리며 부르게 되는 대한민국 유행가가 되었다. 나를 포함한 옆집 아저씨도, 옆집 아줌마도, 애나 어른이나 자신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간 때문이야" CM송은 노래방 노래목록책자에도 이름을 올렸고, 정식 음원으로까지 출시되었다. 덕분에 우루사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올 1월 약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나 증가했고 분기 매출이 50%나 증가했다고 하니 우루사를 생산하는 제약회사는 광고의 효과를 아주 톡톡히 보았던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도 자도 피곤해~♬
하루종일 피곤한 차대리의 하루, 전쟁같은 출근시간 ♬
길어지는 회의시간, 직장상사 잔소리와 개념 없는 후배들~.
밤샘야근 술 담배에 스트레스 쌓여가네~
피곤함을 풀고 싶다. 알려다오 그 방법~~♬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곤한 간 때문이야♬ 피곤한 간 때문이야"
야근한 다음날 아침, 일어나야 하는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눈은 반쯤 감긴 상태에서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간 때문이야’ CM송은 차두리가 마치 내 귀에 대고 직접 불러주는 것 같다. 한창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나, 자도 자도 피곤한 나의 모습, 직장일과 가사, 육아에 지친 내 모습,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
근데 정말 피로한 간 때문일까? 나도 우루사를 복용하면 차두리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루사를 복용하면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을려나?
“피곤한 간 때문이야♬” 그 입 그만 다물라!
'피로(疲勞)'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노동으로부터 지치고 고달픈 상태, 몸과 맘이 지치고 피곤하여 힘을 쓰거나 일을 수행할 수 없음을 느끼는 상태를 이른다. 즉, ‘피로’를 느낀다는 것은 일을 잠시 중단해야 함을 말하는 몸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피로가 쌓이게 되고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는 피로를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견디기 힘들때 사람들은 내 몸 자체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게 되거나 피로회복제 같은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겨본다. 과로로 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간의 해독작용에 무슨 문제가 생긴거야. 아니면 뭐 큰 병이 있지는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물론 피로감을 발생시키는 특정한 신체적 질병이 있을 수도 있다. 간, 신장(콩팥), 빈혈, 갑상선질환 등등. 그러나 피로함을 호소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실제 이같은 질환을 가진 이는 매우 드물다. 간기능, 콩팥기능, 갑상선기능검사에서도 보통 완전 정상이다. 단지 검사만으로 피로의 주범을 찾기는 어렵다. 간질환으로 인해 생긴 피로는 정말 드물다.
그래 그런 것이다. 우리가 이미 피로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실들, 그것이 정답이다. 사람들이 아침마다, 아니면 온종일 느끼는 피로의 대부분은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그것을 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차두리도 앞에서는 야간노동, 교대노동, 수면부족과 격무, 직장에서 겪는 정신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피로의 원인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심야노동, 교대노동, 잔업특근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꿈의 직장 삼성전자에 입사해 입사 첫 1년 동안 하루 12~15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자살한 故 김주현씨, 하루 18시간의 노동과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한 전북버스노동자들, 백화점 영업이 끝난 이후에도 VIP 쇼핑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서비스노동자들, 그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피곤한 간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차두리는 왜 뒤에서는 ‘피곤한 간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걸까?
'우루사' 광고 뒤에 숨은 진실 몇 가지
피로의 진짜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피로를 간과 직결시켜버리는 대~단한 억지스러움은 당연히 우루사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의 보다 많은 이윤창출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은 건강관리시장, 건강보조제 시장에서 피로회복에 '우루사'라는 간장약이 타 상품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상품 구매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피로와 간을 직결시키고 단순화시켜야하는 것이 필요했다. 최근 너도 나도 간 건강을 지킨다는 식음료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간장약의 대부(大父)는 '우루사'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차두리의 '간때문이야' 를 흥얼거리며 우리는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인식을 알게 모르게 뇌의 어느 한 구석에 단단히 심어놓게 될지도, 그래서 피로가 축적되는 나의 일상을 둘러볼 생각을 저기 한 켠에 놓아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루사가 나의 무거운 일상(노동)을 둘러보는 피로를 덜어주는 이중 효과가 있기도 하니까.
한편으로 ‘광고’가 의약품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할 수 있는가를 68%라는 기록적인 우루사 매출 신장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제약자본과 방송자본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의 활성화 명목으로 추진중인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으로 금지된)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의사 개인(그가 양심적이든 그렇지 않든간에)이 주는 믿음보다 거대자본이 지명도 높은 스타 마켓팅을 통해 주는 광고의 믿음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그들이 마음 먹은대로 팔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하고 있겠는가?
'간때문이야' CM송의 전국민적인 인기와 이에 힘입은 우루사의 매출 신장은 단순히 아주 잘 만든 광고때문만일까? 우루사의 사례뿐만 아니라,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고 선전해대는 박카스의 매출 신장이나 헛개나무음료의 등장이나, 그 밑바닥에는 치열한 생존권적 경쟁속에 내몰린 이세상 많은 노동자들, 예비노동자들, 살아 남기 위해 축적된 피로를 감당해내야 하는 그들이 있고, 무거운 노동의 현실에서 그나마 손쉽게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노동자들의 소박한 바램이 놓여있다. 그들의 매출 신장에는 피로회복제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늘었다는 현실,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하고 있는 노동하고 있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현실이 깔려 있다.
자본주의적 경쟁체제는 사람들의 몸을 더욱 피로하게 만들고, 제약자본은 쌓인 피로를 상품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돈벌이에 다시 이용하고 있다.

우루사, 그래도 피로 회복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잦은 야간근무로 밤낮이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피곤하구요, 퇴근하면 바로 자구요. 그래서 전 피로를 우루사 같은 약으로 푼답니다." 마치 우루사 회사의 직원이 흘려놓은 듯한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쿨~해보이는 한 네티즌의 피로해소법, 조금은 도움될까?
우루사는 어떤 약인가? 약국에서 파는 우루사의 주성분은 UDCA(ursodeoxycholic acid우루소데옥시콜린산)로 간에서 생산하는 쓸개즙(담즙)에 포함된 성분이다. 효과는 답즙 분비와 배설을 촉진시켜준다. 따라서 우루사(UDCA)는 특정 간질환으로 담즙이 정체된 환자, 흔히 황달수치(빌리루빈)가 높은 환자에게만 도움이 된다. 단순히 음주나 스트레스 쌓일 때 도움이 된다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복합우루사에 포함된 타우린 성분 역시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 항산화 효과 등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어 쌓인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역시 없다. 만일 우루사를 먹거나 드링크류를 마시고 피로회복에 효과를 보았다면 플라시보(위약) 효과이거나 그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에 의한 일시적인 각성효과에 불과할 것이다.

진짜 피로회복은 노동과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드러내고, 덜어내는데 있다
피로한 내 몸, “피곤한 간을 풀어줘야 피로가 풀린다”는 제약회사의 속임수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하는 나를 둘러싼 나의 노동과 일상을 꼼꼼하게 돌아보자. "이젠 그만 좀 풀라"고 계속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내 몸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말자.
피로의 원인을 드러내보고, 조그만 짐이라도 나의 가족과 동료와 선후배와 함께 덜어내려 한번 노력해보는데 진짜 피로회복의 지름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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