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5월- 현장의목소리] 투쟁 없이 쟁취 없다.” 고신대 미화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의 목소리 ②
“투쟁 없이 쟁취 없다.”

고신대 미화노동자들의 투쟁

민주노총 부산본부 비정규위원장 천 연 옥

고신대학교는 부산 영도에 있는 종합대학으로는 학생 수나 건물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청소용역으로 일하는 미화노동자는 여성이 17명, 남성이 3명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
2009년에 고용승계되지 못한 몇몇의 노동자들이 공공노조를 통하여 2007년, 2008년 청소용역업체의 최저임금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체불임금을 고소하면서 시작되어 11월 13일에 공공노조 부산지역지부 고신대지회를 설립하였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가장 절박한 요구는 업체가 바뀔 때 마다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절반 이상이 해고되어왔던 지난 아픔을 극복해 보자는 것이었다. 노조 결성 후 2010년 임금교섭에는 대학교와 용역업체와 맺은 계약금액이 너무 작아서 임금을 제대로 인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방노동위의 중재로 2011년 새로운 계약에서 계약금액을 인상하여 임금을 인상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886,000원으로 임금을 타결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1일자로 새로 바뀐 용역업체는 노조탈퇴와 임금삭감을 받아들이면 선별적으로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투쟁은 불가피했다.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노동조합 한다고 고용승계 할 수 없다는 용역업체의 주장은 조합원들을 분노하게 하였고, 투쟁의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던 준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전개했다.

3월 2일 출근하니 입학식을 조용히 보내자는 계락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업체의 태도에 전과 다름없이 일을 했다. 그러나 3월 3일 미화원실에 새로운 업체는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을 데려와 작업복을 나눠주고 조합원들에게 각 건물의 청소도구함 열쇠를 내놓고 미화원실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이에 공공노조의 간부들과 연대단위들이 조합원들이 일하는 동안 미화원실을 지키고, 조합원들은 퇴근 후에 미화원실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했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청소도구함 열쇠를 주지 않자 열쇠공을 불러서 다른 자물쇠와 열쇠로 교체하여 조합원들이 청소물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조합원들은 일을 계속하였고, 기자회견을 조직하여 3월 7일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학교측의 책임을 촉구하고 업체를 규탄하였다.

홍익대투쟁이후 대학청소노동자들의 현실에 민감했고,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어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집단해고와 노조탄압, 임금삭감이라는 고신대와 용역업체의 횡포는 지역 언론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여론에 밀린 고신대가 용역업체를 압박하여 3월 8일 바로 교섭이 이루어졌고, 업체는 구두상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임금의 문제는 지리한 교섭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902,880원인데 84만원, 85만원, 85만 5천원으로 도저히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조합원들은 미화원실 농성과 점심시간 피켓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과 연대하여 임금인상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서명을 총학생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가 공동으로 진행하여 총장에게 전달했다. 4월 중순까지 업체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결국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였고, 조정 마지막 날, 이제 남은 것은 파업밖에 없다고 파업을 결의해야 하는 순간에 임금은 타결되었다. 임금은 945,000원은 업체가 설, 추석 상여금 10만원씩은 학교가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2월 말부터 진행한 싸움은 4월 29일 끝났다. 물론 단협은 아직 남아있다. 60여일 진행되는 투쟁의 과정에서 고신대 조합원들은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주최한 부산여성노동자 한마당에서 <딸들아 일어나라>를 불렀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집중집회에도 여러 번 참여하였고, 5월 1일 노동절에도 몇 명을 제외하고 전 조합원이 참여하였다. 고신대 미화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연대의 소중함을 경험하였고,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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