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 7월] 소설쓰는 이강

- <하룻밤 꿈처럼 잊지 마소서> 프롤로그 -

어둠 속, 술에 취해 가쁜 숨을 들이마신다. 귀에 점차 크게 고동치는 맥박소리에 의식조차 몽롱하게 어우러져 잠으로 빠져 들어간다. 두근-두근-둑-둑-둑-... 아니다. 실은 빠져들어 가고프지만, 옆에 그의 숨소리에 다시 눈이 떠진다. 1초일지, 10초일지 구분이 안 가는 순간, 적막을 뚫고 그의 여린 손길이 내 팔에 닿는다. 안 봐도 느껴지는 자신 없는 손길, 분명, 그 희고 야윈 손은 머뭇거리며 허공에서 떨고 있다 간신히 내 살갗에 닿았을 것이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가만히 잠자는 척 해야 하나, 잠에서 깬 척 해야 하나? 아니면 돌아누워야 하나? 아니 그러기엔 너무 오랫동안 자고 있었는데.. 삽시간에 지나가는 생각을 추스르는 사이, 아.. 그의 손.. 감촉이 스르르 벗어나고 있다. 흘러서 내 팔뚝을 벗어나버렸다. 작은 한숨이 귓가에 들린다. 나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것과 같다. 이리도 외로움이 고조될 수 있을까? 눈물이 난다. 소리 낼 수 없어 볼 위로 흐르게 내버려둔다. 익숙한 짠 점액이 목 뒤로 넘어간다. 왜일까? 심장 언저리 어딘가에서 진하게 철렁한 느낌과 쓰라린 느낌이 뒤범벅되어 아픔도 뭣도 아닌 정체 모르는 감각이 심부 연부조직을 억누르고 지나간다. 그리고 울컥하는 압력이 목 언저리까지 올라오면, 그 때서야 인후두가 울혈 되면서 점액질이 솟아난다. 눈물이 난다.
달칵, 끼익!!!

-강희야. 강희 잘 잤어?

눈부시다. 얼른 다시 눈을 감고, 짠 눈물을 삼킨다. 저 공해에 가까운 불빛. 한참을 응시해본다. 그 불빛이 망막에 주는 고통이 나를 깨우친다. 맞다. 그는 없다. 또 다시 현실이구나. 전생은 전생일 뿐, 꿈에서나 되씹는 것이다. 이 꿈과 현실 사이 모호한 경계의 시간에 잠시 머무를 때, 매번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이내 잊는다. 그래, 난 오늘 살아남게 되었지..

-강희 이렇게 말라서 어떡하니? 오늘 너 데리러 온다는데.. 예쁘게 보여야지.

그렇죠. 예쁘게 보여야죠. 그걸로 먹고 사는 건데요, 세상에서 내팽개쳐지지 않으려면, 예뻐야죠. 조용해야죠. 말 잘 들어야죠. 빨리빨리 사는 당신들을 예쁘고 조용하고 온순하게 기다리고 따라야죠. 괜찮아요. 이게 내 본능인 걸요. 다만 이 본능을 인지하게 된 거죠. 본능을 따르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난 얼른 일어나 오랫동안 익숙해진 그 목소리를 맞이한다. 꼬리를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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