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11년|9월|풀어쓰는판례이야기] 법은 말장난의 대상이 아니다

- 노조법 부칙의 시행일에 대하여 -

노무법인 필 노무사 김 재 민

2011년 7월 1일부터 드디어 우리나라에는 복수노조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복수노조와 관련된 역사는 길게는 미군정 시대였던 1947년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 이러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관련법과 최근의 쟁점, 이와 관련된 판례 중심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직접적으로 복수노조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1963년 노동조합법(1963.04.17 법률1329호) 및 1987년 개정된 노동조합법(1987.11.28. 법률3966호)입니다. 현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으로 통합되었지만 당시에는 노동조합법과 쟁의행위조정법으로 분리되어 있었던 시기에 개정된 법률로 노동조합법 제3조 5호의 단서조항에 해당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였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963년 노동조합법
3조 제5호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경우"
-1987년 노동조합법
3조 제5호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경우"
[표 1. 복수노조 관련 노동조합법 연혁]


87년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그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으로 변경된 것은 김영삼 정권의 노동법 날치기로 인해 96-97 총파업이 있었던 바로 그 때입니다. 당시에 개정되었던 노조법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에 대하여 제5조에서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여 노동조합의 자유설립주의를 적시하였습니다.
하지만 97년 노조법은 부칙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1년 12월 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 라고 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의 복수노조 설립을 다시 금지하였고 이 부칙은 이후 2009년 12월 31일까지 연장되어 그 수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0년 1월 1일(자정이 넘어 이후 통과되었으니까요) 또다시 노조법 날치기 통과가 있었고 이때 통과된 법안의 주요 내용이 ①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②교섭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가능(2011년 7월1일부터 시행)입니다.
문제는 복수노조의 필수적 전제조건으로 "교섭창구단일화"를 규정한 것입니다. 교섭창구단일화의 핵심내용을 요약하자면「"교섭대표 노동조합"만이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진행할수 있다」는 것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아닐 경우 노동조합의 가장 근본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대단히 높다는 점입니다.

부칙 <제9930호, 2010.1.1>
제1조(시행일) 이 법은 201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24조제3항·제4항·제5항, 제81조제4호, 제92조의 개정규정은 2010년 7월 1일부터, 제29조제2항·제3항·제4항, 제29조의2부터 제29조의5까지, 제41조제1항 후단, 제42조의6, 제89조제2호의 개정규정은 2011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제4조(교섭 중인 노동조합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
[표 2. 노조법 부칙 내용]

어쨌든 2011년 7월 1일이 되자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또한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확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노조법의 <부칙(제9930호, 2010년1월1일)> 제4조와 관련된 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발생되게 됩니다.
노조법 부칙(제9930호, 2010.1.1) 제 4조에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 라고 적시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와 관련된 복잡하고 문제많은 절차와는 별개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가 확보되어 한결 수월하게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부칙4조의 이 법 시행일에 대한 해석을 두고 각계각층에서 그 시행일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 시행일
비고
-고용노동부 입장
법이 제정된 2010년 1월1일
따라서 1년 7개월 이상 교섭하지 않을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함
-경영계 입장
법이 제정된 2010년 1월1일
-노동계 입장
복수노조 관련조항이 시행된 2011년 7월 1일
부칙상의 법 시행일이란 당연히 복수노조와 관련된 법률의 시행일이므로 2011년 7월1일 이전의 교섭중인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획득
[표 3. 부칙 시행일 관련 각계 입장]


대상판결
내용
-서울중앙지법
2011카합1584
(~전략~) 또한,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는 시점인 2011.7.1. 당시 교섭중인 노동조합들은 2010.1.1.부터 계속하여 단체교섭 중에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게 되며,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여 2011.7.1.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해태하도록 조장할 우려도 없지 않다. (~중략~) 이러한 법률의 취지, 목적,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부칙 제4조에서 정하는 ‘이 법 시행일’이란, 부칙 제1조의 단서 조항에서 규정하는 2011.7.1.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주지방법원
2011카합448
(~전략~) 또한,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는 시점인 2011.7.1.당시 교섭중인 노동조합들인 2010.1.1.부터 계속하여 단체교섭 중에 있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게 되며,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여 2011.7.1.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해태하도록 조장할 우려도 없지 않으며, 그러한 노동조합들이 쟁의행위로 나아간 경우 그 전까지는 적법하였던 쟁의행위가 2011.7.1.이후에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발생한다.
(~중략~) 이러한 법률의 취지, 목적,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부칙 제4조에서 정하는 '이 법 시행일'이란, 부칙 제1조의 단서 조항에서 규정하는 2011.7.1.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표 4. 부칙 시행일 관련 법원 판결]
특히 노동위원회의 경우 2011년 6월 말경부터 조정을 신청한 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정을 거부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혼란과 대립을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최근 노조법 부칙 제4조에서 나온 법 시행일에 대해 지방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면관계상 판결문 전문을 소개해 드리지 못하지만 소개된 부분을 보더라도 사실상 두 판결문의 내용이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고는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것입니다.
이러한 판결문의 동일성은 위의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의 전단부분(표에서 소개한 부분은 아닙니다.)에서 밝힌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고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해 드린 판결문의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무리한 법 해석과 노동행정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준엄하게 비판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지법판결이 있었음에도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문이 아니므로 현재의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법의 대상이 되었던 노동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신설노동조합을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여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1심부터 대법원판결까지의 소요시간을 2~3년으로 산정한다고 볼 때 노조법에서 규정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이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도 2년이면 만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3년 후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후 행정해석을 변경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주무부서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지지 않겠다는 것이며 노동부의 무책임한 해석과 행정으로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2011년 7월 1일 기업단위의 복수노조가 시행되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한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제한한 것으로 노조법은 시급히 재개정 되어야 합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주무부서로 무책임한 해석과 행정을 이제라도 그만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보장하는 입장에서 복수노조와 관련된 행정을 시행하기를 바랍니다.
노동 3권은 생존권입니다.

일터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노보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