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 신보수교육정책의 현황

길 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지금은 ‘사람은 그달 그달 벌어 저와 제 새끼들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사회’다. 다만 ‘오로지 하나 돈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사회’다. 조·중·동·문에겐 종교적 수준의 정신적 노예들인 사람들도 한결같이 이 주장에는 주저함 없이 찬동한다. 당연히 이제 교육에서도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깨끗이 없다. 그런 일은 이미 ‘전설고향’이고 ‘오래된TV’며 또는 학교 교문에 걸려있던 낯설기만 했던 현수막의 추억이다. 미국의 高利貸金(고리대금)을 받아와서 한국 임금생활자들과 서민들을 쥐어짜던 소위 개발독재시절 김종필의 造語(조어)인 이른바 ‘개발도상국’시대가 지나가면서부터다. OECD가입을 정권의 업적으로 내세우며 국가경쟁력 논리를 전파했던 김영삼 정권 때 기획되어, 사람을 탄광의 광물쯤으로 취급하여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칭한 김대중 정권에의해 강력하게 추진되기 시작한 신보수교육정책에서 기인한다.



‘학교를 학원화하여,

모든 초·중·고생과 그 부모들을

사교육비 지출능력 순으로 등급화하라!’

조·중·동·문이 우두머리가 되고 입법·사법·행정부가 행동대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의 1,500만 임금생활자들과 3,000만 민중들에게서 삥을 뜯어먹고 사는 이 조폭집단이 사활을 걸고 덤비는 것은, ‘학교를 학원화하고 교육을 시장화하여, 모든 초·중·고생과 그 부모들을 사교육비 지출능력 순으로 등급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동대원 교육부는 학생평가-학교평가-교원평가라는 한국교육이 경천동지할 신보수교육정책을 교사-학생-학부모에게 물고문 하듯 들이대고 있다.

학생평가는 전국의 학생들을 매년 수차례 정기적으로 ‘교육부차원의 학력평가’와 ‘시·도교육청 차원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줄 세우기 하는 것이다. 암울한 고교시절의 대입모의고사를 기억하는 그 옛날의 학생들이라면, 이 ‘학생평가’정책이 800만 학생들과 한국사회에 가져올 파국에 대해서 아연실색하기 마련이다. 이미 교육으로 인한 부와 권력의 세습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학생평가 정책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지경인 사교육의 극심화와 창궐 그리고 교육의 빈익빈부익부와 그로 인한 경제적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의 ‘돈’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개혁정책에는 ‘학교평가’도 포함된다. 학생-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능력 석차순위에 따라서 나타난 ‘학생평가’ 결과를 통해 학교를 평가하도록 하려는 묘수인 것이다. 결국 학생평가·학교평가는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능력 순서를 평가하는 ‘학부모평가’로 귀결되는 것 외에 별다른 길이 없다. 이 ‘학교평가’정책은 종국에는 전국의 학교를 귀족학교·양반학교·평민학교·천민학교·노비학교 식으로 줄 세울 것이다. 이런데도 학부모들은 보수언론, 교육부, 정치권이 세뇌한 왜곡된 앎에 휘둘려서는, 이러한 정책의 핵심정점인 교원평가·교원차등성과급확대를 찬성하는 착시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학생평가·학교평가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 ‘짐이 곧 학교다. 모든 권력은 교장실에서 나온다.’로 표현될 수 있는 교장자리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한다. 한나라 및 열우당 국회의원, 교육부, 청와대 교육혁신위가 앞 다투어 ‘교장공모제’안을 발표했다. 계약을 맺고서 계약기간동안 계약내용을 이행하고 그 학교경영결과를 평가받는 학원장형의 계약형교장제가 이른바 ‘교장공모제’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교장공모제’를 최초로 발의한 것이 한나라당 이주호의원이다.



교육 공공성의 최후보루 ‘전교조’

고용안정의 최후보루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전교조가 구속이나 파면·해임도 불사하며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최일선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기란 매우 쉬운 일이다. 전교조가 1년에 2회 개최하는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만 열어도 신보수주의의 우두머리인 조·중·동·문은 다음날 어김없이 ‘전교조 죽이기’로 도배를 한다. 대의원 대회장을 삼엄하게 지켜서 언론의 출입을 막고 기자들을 색출해내서 퇴장까지 시킴에도 불구하고 첩보작전까지 수행해서 대의원대회 발언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한다. 심지어 지난 11월 22일(수) 연가투쟁을 전후해서는 무려 3,000건이 넘는 전교조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 모두가 앞에서 설명한 ‘학생평가-학교평가-교원평가’라는 신보수주의교육정책을 관철시켜내려는 수구보수언론의 신념이자 투혼이다.

교원평가와 관련되어 인터넷토론방을 살피다보면 가장 흔히 보이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철밥통’이다. 철밥통이란 다른 말로 ‘고용안정’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이 문제의 ‘철밥통’이 한국사회에서는 버린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저 삼천리 방방골골에서 ‘고용안정’을 획득하려는 비정규직 임금생활자들의 피를 말리고 살을 말리는 투쟁의 소식만 쓰리고 아려올 뿐! 사십대 중반까지 직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른바 ‘사오정’의 사회에서 이 문제의 고용안정을 사수해 내고 이를 다시 한국 전체 임금생활자들과 민중들에게 회복 확장 시킬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보루가 바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뿐이다. 왜냐하면 신보수세력이 공무원에게는 ‘총액인건비예산제’로 교사에게는 ‘교원평가제’로 구조조정의 전기톱을 들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두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한국사회에서 ‘고용안정’이란 단어는 박물관에서나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부장관으로서는 매우 보기 드물게 장수한 장관임과 동시에 처음으로 사교육비 절감대책의 일환이라며 ‘교원평가제’를 들고 나온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05년 9월에 대처리즘으로 악명을 떨쳤던 신자유주의의 진원지 영국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진보교육운동진영에서 일찍이 ‘한국교육부의 교원평가제는 영국의 그것을 모델로 하되 한층 확대 강화한 것’이라고 한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모양새였다. 영국으로 출국 직전 그는 중앙일보와의 대담에서 “외국에서는 교원평가 자료를 퇴출이나 봉급차별의 자료로도 쓰지만, 제도가 정착되는 기간 동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고 발언했다. 그네들끼리 오프더레코드로 무슨 이야기를 더 했을 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리고 학교 학원화와 교육 시장화의 정점, 교원평가

영국의 경우 학생평가-학교평가-교원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단 영국의 교원평가제는 초·중·고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학생 학부모까지 참여시키는 한국교육부식 교원평가제는 아니다. 또한 전국적으로 동일한 체크리스트로 진행하지도 않고 교장이나 전문직(장학사)이 평가를 하는 정도다. 학생평가결과는 일간지에 각 학교의 순위가 공개되어 사실상 학교평가와 연동된다. 교사들은 엄청난 양의 평가자료 준비를 위해 별도의 노동에 시달린다. 결국 영국에서는 이러한 평가로 인해 교사이직사태가 발생했고, 남미 등 55개 국에서 교사를 수입해도 주5일제 수업을 못 채워 주4일 수업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영국정부는 퇴임교사들이나 비정규교사들에게 정규직교사를 신문광고까지 동원해 제안하지만 누구도 정규직 교사가 되려고 하지 않아 전체교사의 20% 정도가 잠시 알바를 하다가 떠나버리는 시간제교사라 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 교육부식으로 전국의 교사들을 평가하는 교원평가제는 없다. 다만 몇몇 시·현에서만 실시되고 있는데 그 교원평가의 표적은 일본군국주의부활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처벌·퇴출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150명에 가까운 교사들이 군국주의교육에 반대하는 언행 때문에 교원평가제의 제물이 되어 처벌과 퇴출의 대상이 되었다. 다만 최근에는 학생평가 결과를 교원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시장주의정책 도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영국식 교원평가제를 도입했는데 그 결과는 영국과 동일하다. 04∼05년에만 9,000명에 가까운 호주교사들의 호주 탈출러시가 벌어진 것이다. 그 여파로 이른바 ‘캥거루작전’이라는 교사모집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4개 주 미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데 최근 학계의 논문에 따르면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朱(주)의 학생 학업성취도가 교원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주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와 해당 주에서마저 교원평가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원평가제 그 자체가 반교육적이라는 논문도 수차례 발표된 상황이다.

반면 정부와 언론의 허위선전과는 달리 절대다수 국가는 교원평가제가 없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와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핀란드에도 교원평가제는 없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많아서 전교조는 매년 학급당 학생 수를 OECD평균수준으로라도 맞춤으로써,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수업의 질도 높일 수 있도록 하자고 교육부에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오히려 ‘학급총량제’를 도입해 학급당 학생 수는 그대로 두고 학급 및 교사 수를 줄이는 정책을 발표한 실정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적 수준이나 학업 흥미도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청소년 3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한국교육의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 정책이다. 교사들을 등급화 하여 차등성과급을 10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나, 교원평가제는 결국 교육노동자들의 분열과 이간질로 귀결될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학교현장 내에서의 단결력도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의 공공성을 사수 강화하고 학생·학부모·교사의 학교운영 참여권을 보장해 내려는 ‘파수꾼 전교조’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조·중·동·문 등과 교육부는 사교육비문제와 교육양극화현상에 의한 학부모·시민의 교육에 대한 원성의 원인은 공교육과 교사의 부실이라면서 교원평가로 공교육 부실의 핵심인 교사들을 심판함으로써 교육경쟁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비의 2배가 넘는 사교육비문제나 그로인한 교육양극화현상의 원인은 학문적 우월성이나 학술적 독창성 등이 아닌 입학생 석차순위만으로 60년간 귀족대학 노릇을 해온 SKY대의 4만명과 결코 귀족대학 출신이 될 수 없는 800만명의 초·중·고생의 ‘4:800’의 차이 때문이다. SKY대와 그 대학 출신자의 기득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교육부의 ‘60년간의 학벌주의 대학입시정책’이 필연적으로 석차순위 올리기 사교육열풍을 확대·강화 시켜왔을 뿐이다. 교육부의 60년간의 학벌주의 대학입시정책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지 않는 이상은 그 어떠한 정책이 나와도 사교육비의 고통이나 교육양극화 현상은 극단적으로 악화될 뿐이다. 더군다나 학생평가-학교평가-교원평가가 도입되면 정상적 교육과정운영은 초·중·고 모두에서 전면 파행 될 것이고 사교육비·교육양극화 문제는 급격한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다.

작년에 교원평가 찬성여론이 비등했을 때, 어떤 학부모들은 “내 아이를 맡은 교사가 다른 교사보다 학년·학급석차 향상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교원평가를 찬성했다. 그러나 학벌주의 입시교육에서는 영원히 석차 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은 논리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강요·억압이 횡행하던 어두운 학창시절을 회상하면서도 ‘모든 권력은 교장실과 교육부·청에서 나온다.’는 교육계의 현실을 모르는 까닭에 교육·학교의 모순과 병폐가 교사·학생·학부모의 참여를 봉쇄하는 반민주적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교사들만의 문제로만 보이는 착시현상을 겪고 있다. 그리고 특히 모든 사안이 형사처벌과 동시에 행정처벌까지 받게끔 법제도가 이미 정비되어 있는 촌지·금품수수·성희롱·상습폭력·성적조작·업무태만 교사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교육관료·사학재단과의 비호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또한 실제 교원평가 체크리스트의 내용과 이런 문제교사는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교원평가를 찬성했다. 어찌되었든 교육부 관료들은 60년간의 교육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평가를 매개로 교사에게 떠넘겨서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싸움을 조장하고 있다.

인본주의적 측면이나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도 교원평가는 심각한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교원평가가 ‘수업의 질’이나 ‘학생의 교사신뢰도’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현재 교사들은 교육자료·수업노하우·학생지도경험 등을 공유·협력하고 있지만, 교원평가가 도입되면 이 모든 것을 ‘비밀관리’하면서 교육이 아닌 인기·이벤트 점수관리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수업의 질’은 하락하게 될 수밖에는 없다. 또한 전국의 교사들을 몇몇 체크리스트로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한국교육부의 교원평가다. 이는 학벌주의 입시교육의 획일성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한국교육에서의 ‘교사, 수업, 교사-학생관계’를 더욱더 단순화·획일화 시킬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교원평가 시범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 좋은 등급 받으시려면 피자 한 판 쏘시죠.”(H고 실제사례)나 “선생님, 그러시면 좋은 점수 드리기 곤란합니다.”(D고 실제사례)라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원평가 시범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교육부가 주관한 설문에서마저 ‘교원평가 이후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졌는가?’라는 설문에 시범학교 교사들의 10.9%만 그렇다고 대답하였으며 41.9%가 나빠졌다고 대답했음이 확인되어 ‘학생의 교사신뢰도’도 급격히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사람(교사·친구·부모)을 점수·등급으로 보는 인간관을 조장하는 반교육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마치며

미국 혹은 세계 신자유주의의 두뇌가 미국의 후버연구소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조·중·동·문 등의 수구보수언론이 그 역할을 대행한다. 그들은 여론을 수렴하여 기사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들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전체 임금생활자들과 민중들에게 세뇌하고선 그렇게 세뇌된 시민들의 반응을 다시 보도하여 입법·사법·행정부에게 신보수정책을 똑바로 실시하라고 어깃장을 놓는다. 괜히 미적미적 거리는 열우당을 퇴출시키고 한나라당을 집권시키려는 것도 그들의 기획이고 권력이다. 저들과의 ‘빅 임팩트’ 국면에 처해 있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담아 한국 신보수교육정책의 진실 혹은 거짓을 보다 많은 임금생활자들과 민중들에게 전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노사과연>




특별기고

한국 신보수교육정책의 현황



송현철 | 전교조 교육선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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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 사교육 , 신보수주의 , 교육공공성 , 교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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