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마빡이


TV 개그 프로그램에서 “마빡이 시리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개그맨들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리듬에 맞추어 계속해서 자신의 이마를 치는 프로그램이다. 어찌보면 자학을 하는 것이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바보스러운 행동에 웃음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마빡이 게임”은 특히 아이들과 정치권에서 대유행이다.



마빡이

가장 인기 있는 “마빡이”는 누가 뭐래도 단연 노무현이다. 그는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공세에 항복하며 11월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다. 그리고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말한다.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한 것은) 현실적으로 상황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굴복했습니다...

만일 당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한겨레신문󰡕, 2006. 11. 29.)


그는 연신 자신의 이마를 두드린다. “한나라당에 굴복했다” “ 당적을 포기하겠다” “대통령을 그만두겠다.” 노동자ㆍ민중은 냉소했지만, 한나라당만은 계급적 본능이 발동했는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발언 바로 다음날인 30일 “국회를 정상화시켜” ‘비정규직 확대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 대통령이 더 이상 무력해지거나 정말 물러나면 지배체제가 이완되고 그러면 노동자ㆍ민중진영의 공세가 거세어질 것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대빡이

이번에는 한 때 “운동권 새댁”이라 불렸다는 한명숙총리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24일 오전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22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는 공권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시ㆍ도청에 죽봉과 각목을 들고 진입하고 폭력과 방화가 난무하는 등 과거에 유례가 없는, 명백한 불법·폭력시위"라며 "시민을 담보로 하는 불법ㆍ폭력시위는 국민적 저항과 분노만 남길 뿐"이고, "평화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음에도 불법ㆍ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에 대해 앞으로 정부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갖고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의 후 다음과 같은 담화문을 발표한다.


이번 불법ㆍ폭력집단행위에 대해서는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가담자, 배후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겠습니다.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징계 나아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확실하게 취해나가겠습니다.(담화문-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원칙만이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 - 2006.11.24)


군사독재정권시절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인 “민주화 운동” 경력을 스스로 부정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인 부르주아민주주의자들(중간층―소부르주아, 시민운동)과 충돌하면서 또 자신의 머리를 때려댄다.



얼빡이, 갈빡이 등등


정동영 :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근태 : 민주당에서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천정배 :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김한길 : 우리당 창당은 의미 있는 정치실험이었으나 이제는 실험을 마감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2006.11.11.)


그러나 이들 정치권의 ‘마빡이’들이 타고난 저마다의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여 이마를 두드려보지만, 개그맨 ‘마빡이’들 같이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혐오감만 주었는지, 8%대이던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5%대 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게임에 너무나 열중했던지, 아니면 타고난 이마의 뼈가 유난히 얇아 뇌에 충격을 받았는지 김근태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는 드디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김근태 :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와 냉전적 사고에 맞서 범민주 양심세력의 대안을 제시하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지금이 마지막 시간이라고 예감한다.(“제24차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회의 모두발언”, 열린우리당 대변인실/브리핑, 2006.12.6.)1)(강조는 인용자)


신자유주의 정권의 대표자 중의 한 사람인 그가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에 맞선“다 한다. 열린우리당의 위기의 원인이 바로 현정부와 여당의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삶의 파탄 때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그가 이런 말을 한다. 분명 정신과 진찰이 필요하다. (아마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일종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후유증만 나타나고, 설사 “삼천빡”1)을 한다해도 성공할 것 같지 않았는지 우리의 ‘마빡이 노무현’은 깨달았다는 듯 게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을 제안한다. 그는 12월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편지를 띠우며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은 그 형태가 어떠하든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또한 그동안 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 잡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게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입니다.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합니다.(“우리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 2006.12.3)(강조는 인용자)


친노파(일반당원)와 반노파(무능력하여 “지도력이 훼손”된, 그리고 “조직윤리가 실종”되어 청와대에 불평불만만을 일삼는 현재의 “당지도부ㆍ대통령 후보 희망자ㆍ의원”)로 편을 갈라 마주보고 서로 때리자는 것이다. 복장도 산뜻하게 하고, 배경 음악도 멋지게 깔고, 때릴 때 고상한 효과음도(“가치, 노선, 정책”) 넣자고 한다.

대단한 골목대장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오래 오래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 권력은 나오자마자 자본의 품에 안긴다. 그래서 부르주아 정치인은 언제나 선거 때는 “국민의 머슴”이지만 당선이 되면 그 “국민”에 적대해야 한다. 자신의 권력 기반을 허물어 스스로를 부정하여야 하는 존재이다. 자기 이마를 자기가 치는 정치인들의 “마빡이 쇼”를 인민은 그저 지루하게 구경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미 정치의 주체가 아니라 관객으로 전락한 인민들은 단지 채널을 돌릴 권리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채널을 돌리면? 바로 한나라당이 나온다. 내년 대선 이후면 이제는 한나라당의 “마빡이 쑈”를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노사과연>




정세

정치권 마빡이



이진우 | 회원



1)http://www.uparty.or.kr/board/ ?section=briefing&no=6691&m=view&p=2&search_select=&search_andor= &query_str=&category=&TPN=1&TSN=3


1) 네이버 검색 :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골목대장 마빡이’의 ‘대빡이’ 김대범이 약속을 지켰다. 26일 방송 중 ‘삼천빡’을 올리겠다고 선언한 그는 실제 '삼천빡' 장면을 캠코더로 촬영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삼천빡’은 절을 한 뒤 일어서 양손으로 이마를 치는 동작으로 ‘삼천배’를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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