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자본의 총공세에 맞서 자동차공장 현장의 투쟁을 가다듬자

1998년의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10여년 만에 다시 가시화 되는 듯이 보인다. 자본은 각종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항의와 투쟁에 대해서 징계와 해고로 맞받아치고 있다. 어용세력이 노동조합 집행부를 비롯하여 노동조합 체계를 완전하게 장악한 조선 업종의 양상과는 다르지만,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대공장 이기주의, 귀족노동자 등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노사상생과 노사협조주의를 확산시켰고, 노동조합은 점차 노사상생과 노사협조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노동조합 기아 화성공장에서 전환배치에 노동조합이 합의한 것에 대해서 항의하며 조합원이 라인을 정지시킨 것과 관련하여 징계를 내린 것은 자본만이 아니었다. 노동조합 역시 노동조합의 결정사항을 위반하고 라인을 세웠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내부 징계를 들고 나왔다. 이것은 자본의 직접적인 징계에 비해서 더없이 위험스러운 자동차공장 현장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설비가 기아차 노동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투기 자본에 팔아넘겨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자본의 태도는 태연하기만 하다. 이뿐인가? 현대자동차 각 공장 간의 물량경쟁이 다름 아닌 자본에 의해서 의도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노 간의 갈등의 문제로 비화시키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자본의 공세는 한 개 공장, 하나의 사업장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각 공장마다 자본의 일방적 합의서 파기에 맞서, 징계ㆍ해고에 맞서, 생산설비 매각에 맞서 투쟁들이 전개되고 있다. 자본의 도발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의 구조조정을 향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자본의 장악력은 전개되는 현장투쟁을 억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낼 만큼 공세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명박 정권의 노동자 투쟁에 대한 탄압을 골자로 하는 노동정책은 이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윤확대에 대한 무한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본의 시도들에 맞선 현장의 투쟁이 다시금 새로운 투쟁을 불러일으키며, 노자 간의 대립은 현장 어느 곳 하나를 안전지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쟁점과 사안들은 자본의 의도가 무엇이며, 그에 걸맞는 투쟁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공세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 각종 합의서, 회의록 위반으로 도발하는 자본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징계, 해고는 자본이 유발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기간 단체협약 혹은 각종 합의서로 표현된 노사 간의 ‘룰’이라는 것은 항상 자본에 의해 파기되어왔다. 현자 울산공장에서는 2006년말 ‘생산량이 부족할 시 인원조정 없는 UPH 다운을 통해 잔업과 특근 2회를 보장한다’는 합의서를 자본이 파기하면서 시작된 투쟁이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울산1공장과 아산공장과의 물량을 둘러싼 문제는 자본이 후속차종 개념을 없애고 무조건 신차 개념으로 기존 생산라인을 변경하여 투입하면서 기존 공장 간의 물량 차이를 유발시켰다. 생산차종의 단종과 함께 후속차종이 투입되는 시점까지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합의서를 자본은 필요에 따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현장에 물량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유포시켰던 것이다. 물량문제로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자본에 맞서 타 공장의 생산물량 투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장의 요구에 잔업, 특근 통제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 이를 입증한다.

물량과 잔업, 특근을 통한 임금보존은 분명 현실적인 노동자들의 이해다. 그러나 이것은 잔업, 특근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현재의 임금체계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자본이 임금체계를 노동자들의 요구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은 무한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그뿐인가?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잔업, 특근을 통한 임금보전을 요구하지만, 자본은 이에 대해서도 물량 경쟁을 노동자들이 스스로 인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일방적인 합의서 파기는 현장에서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자본은 이를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도출하려 한다. 자본의 도발에 맞서는 현장 투쟁 대응력을 유심히 분석하며 강수를 두고 있다. 도발에 따른 현장투쟁에 대해 합의서 내용을 부분 수용하는 한편, 노동자들이 뒤로 물러서야 할 자본의 요구를 들이미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합의서도 또 다시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합의서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자본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한 일종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자본이 자신의 요구를 번듯이 내밀고 있으며, 안 되면 일방통행을 감행하고 있다.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합의서에 일시적으로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이 잠시나마 힘의 우위를 점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합의서가 휴지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자본이 노동자들을 밟고 서겠다는 선언이다. 이러한 선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 있는 또 하나의 합의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총공세를 가할 자본의 준비라는 것을 노동자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 강화되는 현장통제


현대차 아산공장 사측은 2008년 1/4분기 노사협의회 상견례에서 특근시 투입되는 추가인원 및 평일 근무시 지원인원 축소, 조기 퇴근 및 조기 식사 금지, 근무시간 내 휴게실 및 써클룸 출입 금지, 현수막ㆍ천막 설치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의 반발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사측은 사진채증 등을 통해서 자신들의 제시안을 현장에서 관철해가고 있다. 울산 1공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특근시 인원축소 및 생산속도 재조정, 장비고장시 수리후 라인 즉각 바로 가동, 해외연수시 회사에서 50% 선정 등을 내놓았다.


노골적인 현장통제는 조선 사업장에서나 벌어지는 일로 여겨졌다. 자동차 사업장에서도 현장통제는 끊임없이 시도되었지만 조선 사업장에 비해서 현장투쟁력을 갖추고 있던 자동차 사업장에서는 이를 막아세웠다. 그러나 최근 자본은 기초질서지키기라는 명목으로 얼마전부터 출퇴근 시간의 신분확인과 검색강화로 노동자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해고자들에 대한 출입금지 처분으로 현장에 대한 출입마저 제한해왔던 자본은 이제 전공장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선배' 노동자를 앞세운 기초질서지키기,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입 등 다양한 현장통제는 자본이 이후 작업장 재편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러한 현장통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과 매개되어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체계적 교육훈련, 유연한 작업조직, 고용안정 등을 위해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조합원들이 현장통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전포석을 깔고 있다. 다른 한편, 개별 활동가들에 대한 표적징계를 통해 조합원들로부터 고립시키고 길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들에 대해 무차별적 징계를 확대시키고 있다1).

예전과 달리 해고자 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이 전폭적이지 않은 것 또한 자본의 방책이 활동가와 조합원과의 분리를 넘어 노동자 전반에까지 가해지는 최강의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예고한다.


― 물량을 매개로 한 자본의 공격


현대-기아자동차만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라면 모두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사안이 물량을 둘러싼 문제이다. 정규직 노동자로부터 부품사,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물량의 축소와 확대에 따라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현대ㆍ기아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은 생산하던 차량이 단종될 때마다 매번 고용불안을 느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서 자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물량변동은 불가피하지 않은가? 짤리지 않으려면 탄력적인 노동시간과 전환배치를 받아들여라.”


지금까지의 노동조합의 대응은 물량과 고용을 연계시켜 해결하는 방식이었고, 현장 조합원들 또한 다수가 그렇게라도 고용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였다. 건설, 조선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물량띠기’, 즉 생산물량 소화 정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것이다. 현자 울산1공장과 아산공장, 현자3공장과 4공장, 그리고 엔진 생산 여부에 따른 현대-기아 노동자들의 이해가 대립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도 마찬가지로 평일 중 휴무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끔 휴일 특근을 시행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임금압박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심까지 쓰고 있다. 판매량 저하로 인해 생산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자본의 이해는 잔업, 특근에 대한 조절로 나타나지만, 여기에 노동자에게는 임금의 변동을 수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강화된 자본의 공세의 완결판 ― 자본이 틀어 쥔 주간연속2교대제


다른 양상과 대응방식으로 나타나는 위의 쟁점과 사안들은 실제 한 몸뚱이의 각 곁가지들이다. 임금이나 생산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본 도요타 사례를 들이대고, 노사협상과 관련해서는 독일 등 유럽사례를 들이대는 자본에게는 정확하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안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동차 전반, 즉 완성차와 부품사를 포괄하는 작업장 재편과 함께 노사관계를 자본의 방식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사전 포석을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주간연속2교대제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였다. '심야노동철폐, 건강권 쟁취, 생활임금/월급제 쟁취'는 노동력을 파는 것을 통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자본주의 하에서조차 노동자들의 노동은 노동력의 댓가를 받기 위한 것이지 노동자의 몸을 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본가들에게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9년 1월 시행을 앞둔 주간연속2교대제는 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와 주장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겠다는, 지금까지의 노동자들을 향한 공세를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서 완결시키겠다는 자본의 의도가 점차로 드러나고 있다. 노사전문위의 결과물들은 자본이 도입하고자 하는 전략적, 전술적인 이해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자본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자본의 입맛에 맞는 생산방식 전반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수용가능한 정도의 것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 교대제 변경의 모범사례로 부서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교대제 도입, 물량이동의 수용을 위한 복합라인이 노동조합의 입장으로 얘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조합원들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양보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거나, 혹은 주간연속2교대제가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키워가고 있다. 자본은 이미 주간연속2교대제가 노동자들이 전개해야 할 투쟁이 아니라 양보와 협상의 재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수년간에 걸쳐 신차종 투입시기마다, 현장투쟁에 대해 각개 격파의 모양새로 대응해왔던 자본이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도 합의서, 단체협약 어기기를 밥 먹듯이 해온 자본이지만, 최근에 자행된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 자동차공장 현장에 휘몰아칠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노동자의 대응이 지금까지의 방식, 물량과 고용, 그리고 임금을 둘러싼 타협과 양보의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긴장감과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월급제, 야간노동철폐라는 요구를 쟁취하는 것만으로는 주간연속2교대제가 몰고 올 후폭풍에 맞서기 어려워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해 노동자들 내에서의 토론이 시작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가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 전체의 단결된 공동투쟁이어야 한다는 당위는 너무도 쉽게 동의되고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투쟁이 준비되고 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해서 자본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와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대응은 노동계급의 논리와 이해로 무장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이다. 8시간 노동을 통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 노동자들의 몸을 망가뜨려야만 생활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 생산성 향상이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는 현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20년전, 투쟁으로 노동조합을 건설했던 과정에는 죽도록 일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참한 삶밖에 없었던 다수의 노동자들과, 이윤으로 배를 불려가는 소수의 자본가들이 존재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서슬퍼런 자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을, 자본에 대항한 투쟁을 전개해왔던 노동자들은 20년의 세월 속에 그 의문을 묻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잊혀졌던 그 의문들이 조합원들 속에서 확산되도록 하는 것, 자본이 마비시켜 온 노동계급의 의식을 일깨우는 것으로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최근 소수의 노동자들이, 고립된 공장에서 전개하는 투쟁들은 자본이 밀고 들어올 공세에 맞선 저지선이다. 이 투쟁을 엄호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자본의 입맛대로 완결하는 것과 더불어 가해올 구조조정에 대항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노사과연>


1) 노동해방의 창, 5호, 동시다발로 전개되고 있는 징계철회ㆍ저지투쟁, 우연의 일치인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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