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려면 ‘현존하는’ 군사시설이 필요하다. 기지건설을 군사작전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미군기지이전건설은 헌법의 평화주의에 반한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평택 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
주한미군의 기지이전계획과 관련하여 국방부는 기지건설예정지인 평택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군대를 동원하여 이 지역을 경계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을 하는 일반 국민을 군형법 위반으로 군사재판을 통해 처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5월 초에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기지건설 예정지에 철조망을 두르고 이에 항거하는 국민들에 대하여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기지건설 ‘작전’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방부의 기지건설예정지에 대한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행위는 위법한 것이며 일반 국민에 대한 군형법 적용 발언은 그것이 설사 군형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군형법 조항이 헌법에 반하는 것이며, 나아가 헌법조항(제27조 제2항) 자체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여기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의 위법성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평택 미군기지의 확장과 관련한 국방부의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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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적용 의사를 밝히는 윤광웅 국방부장관 |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국방부장관이 합동참모의장의 건의에 따라 설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하면 군사시설은 “진지·장애물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말하며, “기타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을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군의 주요 지휘시설 및 통신시설, 대공방호시설, 전쟁물자 및 물자의 연구·생산 또는 저장시설, 군용비행장 및 비상활주로, 군항 및 군용부두, 군용사격장 및 훈련장”(시행령 제2조)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뉜다. 통제보호구역이란 고도의 군사활동보장이 요구되는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지역과 기타 중요한 군사시설의 기능보전이 요구되는 구역이며, 제한보호구역이란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과 기타 군사시설의 보호 또는 지역주민의 안전이 요구되는 구역을 말한다(법 제3조).
이러한 군사보호구역의 설정범위는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에서는 군사분계선의 남방 25킬로미터 범위 안에서 민통선이북지역은 통제보호구역으로, 민통선 이남지역은 제한보호구역으로 할 수 있으며, 군사분계선 인접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1킬로미터 이내에서 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고, 이 경우 통제보호구역은 당해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500미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법 제4조 제4항)하고 있다.
평택 대추리 일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이 위법한 이유
군에서 미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평택 팽성읍 대추리 일대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으로 추측된다.
첫째, 군사시설이란 진지, 장애물 등 군사목적의 시설이 현존하는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시설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군사목적에 공용되는 시설을 건설하기 위하여 보호구역의 설정이 가능하다. 둘째,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도 설정할 수 있으므로 중대한 국가안보상의 필요가 있는 군사기지의 건설이라는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며 나아가 ‘지역주민의 안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셋째, 이전 예정지 부근에 이미 미군기지가 현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지를 중심으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확장하여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국방부가 미군기지이전예정지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였지만 이러한 설정행위는 군사시설보호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해석한다 해도 도저히 적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하려면 ‘현존하는’ 군사시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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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법연 주최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인권' 토론회 |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범위는 군사분계선 인접지역과 그 외의 지역으로 나뉜다. 평택의 경우 군사분계선 남방 25km 범위 안에 있지 아니하므로 군사분계선 인접지역 이외의 지역이며, 이 경우는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1km 이내에서 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으며 통제보호구역은 당해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500m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보면 군사분계선 인접 지역에서는 중요한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음에 반하여 군사분계선 인접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할 경우‘군사시설’의 존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시설은 그것이 ‘현존하는 것’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 이유로 첫째, 법률의 문언에서 지금 존재하여 지칭될 수 있는 시설물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 둘째, 군사시설을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 셋째, 법 제4조 제4항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라도 ‘중요한 군사시설이 없’는 경우는 제한보호구역으로부터 제외할 수도 있다고 하고 있음을 보면 군사시설은 ‘있는’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반대해석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넷째, 군사시설을 손괴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그 개념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이 아닌 평택 지역에서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정은 단순한 군작전의 수행을 위한 목적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보호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군사시설’이 지금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평택 대추리 일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은 ‘중요한 군사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지 군사시설이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규정에 위반된다.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가능하다 해도 기지건설은 군작전이 아니다
국방부의 보호구역 지정을 정당화할 근거의 하나는 이전예정지가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지역’(법 제3조 제2호)이라는 점이다. 물론 평택지역은 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므로 이러한 이유로 보호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그러나 백보 양보하여 군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보호구역의 설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지의 건설이 법상 군작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군사용어로서 군작전이란 “전략, 작전술, 전술, 군수 또는 훈련을 포함하는 군의 행동 또는 군임무의 수행” 즉, “어떤 전투나 전력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군전투의 수행과정, 지원과정 또는 훈련과정”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군의 관점에서 보면, 중대한 군사기지의 건설이라는 군의 임무는 ‘군전투의 지원과정’으로서 쉽게 ‘군작전’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작전’의 개념은 법적 개념이기 때문에 앞의 군이 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군의 입장에서 보면 군의 모든 활동을 군작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군 작전에 대해 특별한 법적 보호를 하는 것은 군작전이 가지는 특수한 기능과 그것을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에서 군작전이라고 하는 개념은 그렇게 넓게 볼 수 없다. 단지 군이 수행하는 활동이라는 점이 다를 뿐 그 활동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사회적 실체의 그것과 실질이 다를 바가 없는 경우 군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하는 것은 군대를 신비화하고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 특히 평시에는 군은 주로 전투를 대비하는 훈련과정에 있으므로 이를 지원하는 기능은 전시에 전투를 지원하는 과정에 비하여 군사적인 성격이 매우 약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작전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단지 군작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통제에서 벗어나기 쉽게 만드는 것은 군사에 대한 지나친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군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원리에 반하게 된다.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관련한 군작전의 개념은 군사시설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듯이 ‘군사시설보호와 군사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하여야’하기 때문에 특히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사기지의 건설이 군작전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이 장차 군사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군사적 성격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전에는 그것은 단순한 국가의 시설물 건설작업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전시라면 진지의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만으로도 그러한 군작전의 성격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평시에는 단지 군에서 하고 있다는 것 이상 특별한 군작전 또는 군사적 성격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기지건설과정에서 시설의 배치 등 군사기밀적인 사항이 포함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밀보호는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하여 대처할 문제이지 군작전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여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은 군사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이미 미군기지가 있기 때문에 기지 부근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이 법에 의하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기지건설예정지에 대해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하지 않은 채 군사목적의 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면, 이전예정지역을 추가적으로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이 법 규정에 반하게 된다.
이 내용은 보호구역 지정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군사보호구역의 지정이 남용될 경우 국민의 재산권과 신체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지정한다 해도 다른 기본권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기본권보장의 차원에서도 당연한 것이다.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합동참모의장의 건의와 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설정하도록 되어 있어 설정과정에 민간의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는 점, 설정된 이후에는 민간의 부대출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군사시설 또는 군사기밀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 달리 사실관계조차 파악할 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 위법성을 다투는 것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법률 자체가 군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남용될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의 해석은 더욱 엄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미군기지이전건설은 헌법의 평화주의에 반한다. 특히 주둔부대가 미군으로서 최근의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합의를 통하여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졌으며 국제적 분쟁에 우리나라가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지건설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인정될 수 없다.
군사작전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이 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이 합동참모의장의 건의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설정하므로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가 결여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둘째, 이해 관련 당사자의 충분한 참여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셋째, 군사기밀보호법과 함께 결합하여 이러한 설정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 넷째, 군의 고유한 기능수행과 직접 관련성이 없이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이 가능하여 군을 신비화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다섯째, 이 법이 당초 유신쿠데타 직후 비상국무회의에서 만들어졌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최근의 사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군은 그 속성상 전투에서의 승리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기에 그 권한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행사될 경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에서 전쟁 중이나 기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민에 대해 경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군이 기지건설이라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일반국민을 전쟁포로처럼 체포하여 포박까지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인권침해이다. 벌판에 철조망만 두르고 그 지역을 경계한다 하여 다 초병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시위하는 국민을 군사재판으로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다. 군이 인권의 보장을 기초로 한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조직임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군형법 적용 의사를 밝히는 윤광웅 국방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