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권캠페인] 에이즈 환자는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죽어간다

HIV/AIDS 감염인 -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

월간 <사람>이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솔직히 말해 야심만만한 프로젝트, 아닙니다. 뒤에 붙은 ‘0’이 몇 개인지 헤아려야 할 만한 사업도, 세상을 들썩일만한 화끈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대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거리와 현장에서 서로가 함께임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면 하는 결코 작지 않은 바람이 있습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올해 하반기 반차별 캠페인으로 ‘HIV/AIDS 감염인 인권’에 대한 사업을 정했습니다. AIDS 발생 이후 지난 25년간 이 문제는 편견과 차별로 인해 철저히 은폐되어 왔습니다. 환자는 질병의 피해자라는 상식이 AIDS의 경우에만 부인되고 걸릴 짓을 한 성문란 예비범죄자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낙인찍힙니다. 오죽하면 “감염인을 죽이는 것은 AIDS가 아니라 AIDS에 대한 공포이며, 차별”이라고 할까요. 두려움을 이기고 편견을 깨는 방법은 바로 보고 제대로 아는 것부터입니다. 캠페인은 인권단체연석회의 <반차별 공동행동 추진팀>과 공동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사진제공 참세상

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HIV라 하는데 이는 ‘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영어 머리글자로 우리말로 옮기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다. HIV는 인체 내에 들어와 면역체계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로 감염된 사람이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에이즈 환자로 발전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에이즈는 걸리면 죽는 병이 아니다. 90년대 중후반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적절한 투약과 치료로 극복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세계 4,000만 명에 달하는 HIV감염인 중 대단히 많은 숫자가 에이즈에 걸렸기 때문에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와 약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600만 명 중 560만 명은 약을 못 먹고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에이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5% 미만이다. 태국도 5% 미만이 에이즈 치료약에 접근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약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르는 욕심을 제도화하는 FTA


치약은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지만 감기약은 약국에 가야 한다. 아무리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약’은 특수한 상품인 까닭이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는 약이 ‘특별히 비싼 상품’이길 고집한다. 지난 달 15일 국내에 들어와 있는 26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보건복지부의 방안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우수한 신약 사용을 저해하고,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생명의약 분야에 있어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연구개발 투자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정부가 약값을 낮춤으로써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키고 그에 따라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은 ‘의약품 특허권’이란 이름으로 보장되는 높은 약값 때문에 저해된다고 환자모임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은 입을 모은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회견에 앞서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약을 등재시킬 때 비용과 효과를 따지고,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판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보호와 고가의 약값을 통한 이윤의 최대 확보가 아니라 인간 생명을 우선하는 것이야말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정면에서 반박했다.


문제는 단지 약값이 비싸다는 것만이 아니다. 에이즈 인권모임 나누리+ 윤한기 대표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 당장 약을 먹어야 하지만 로슈사가 에이즈 치료약을 너무 비싸게 책정하고 한국에서는 판매조차 하지 않아 약을 먹을 수 없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로슈사는 치료약 1바이엘 당 4만3천원을 국내 판매가격으로 요구했으나, 한국정부가 약가를 2만5천원으로 책정하자 현재 시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1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한 약값 논쟁 와중에 글리벡 개발업체인 노바티스사가 약을 무상공급을 하면서까지도 높은 약값을 유지하려 했던 것처럼 다국적 제약회사가 얼마나 이윤 극대화에 몰두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은 한미FTA 체결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태국의 경우는 국영제약회사가 값싼 제네릭 치료제(카피약)를 20분의 1가격으로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지만 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한미FTA에서도 의약품 특허문제는 핵심의제 중의 하나다. 그나마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갖춰진 한국에서 약값의 본인부담금 80%를 정부에서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 ‘자유무역’이란 미명하에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열린 WTO각료회의는 ‘도하선언’을 통해 건강권이 제약회사의 특허권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였으나 FTA는 ‘도하선언’의 내용을 없었던 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들은 치료약을 저만치 두고 죽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HIV/AIDS 감염인들과 새끼손가락을 겁시다
월간 <사람> 사이트(esaram.org)를 통해 HIV/AIDS 감염인 인권을 지지하는 선언을 받습니다.


단 한 줄이라도 진정이 담긴 글과 함께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거리 캠페인의 참여를 꼭 약속해 주십시오. 현장에서 출석을 부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남겨주신 글은 다음 호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반차별 공동행동 거리 캠페인의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7월 약은 누구를 위해 팔리나
8월 HIV/AIDS 감염인 인권실태 증언대회
9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10월 빈곤, AIDS의 다른 이름
11월 가장 가기 어려운 곳, 병원
12월 직장 문을 열어라




거리캠페인 시간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람> 사이트(esaram.org) 참조 | 담당자 강곤 031-211-5855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강곤 |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