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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를 느낄 수 있던 황새울 들녘에는 지금도 여전히 저녁이면 아름다운 노을이 지지만, 밤중에도 군인들이 야간작업하는 소음이 그치질 않는다. 5월 4일, 농지와 대추분교가 군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된 뒤 농민들은 좌절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주민들이 일어서고 있다. 비록 철조망 바깥이지만 논에 나가 모내기를 하고 밭에는 고추를 심는다. 사람이 사는 마을을 한 가운데에 두고 군사지역으로 만들며 숨통을 조이는 저들, 하루하루 너무도 억울하고 분해서 이제 오기가 발동한다고 한다.
마침 한 시사주간지에서는 일본의 나리타 국제공항 옆에서 40년간이나 국가의 일방주의에 맞서서 농사를 지으며 권리를 주장하는 농민들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 떠나 3집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들로 인해 나리타 국제공항의 활주로 하나는 절반밖에 공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하니 작은 농민들의 투쟁이 거대한 국가의 폭력을 이겨내고 있는 셈이다. 거기서도 ‘강제집행 아니면 돈다발’로 이들 농민들을 몰아내려 했고, 정부가 사과도 했지만 농민들은 모두 거부하고 있다.
“토지수용의 강제측량을 위한 말뚝을 박을 수는 있어도, 땅을 향한 우리의 마음에는 말뚝을 박을 수는 없다.”는 산리즈카 투쟁의 구호처럼 지금 당장은 국가는 폭력으로 그 땅을 점령했지만, 그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곳의 주민들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고, 그들이 아직도 그 땅에서 농사에 대한 염원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평택 미군기지의 확장 이전에 저항할 의지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 이번호에서는 저항권과 불복종운동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비록 평택만이 아니라 한미 FTA와 같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협정이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에 의해서 체결된다고 할 때 이에 저항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불복종과 저항을 통해 오히려 잘못된 법률과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것, 그것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들을 수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국가의 폭력에 의해 지금은 빼앗긴 땅 대추리와 도두리를 되찾아 그곳에 생명과 평화를 심고 키우자. 그 땅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파괴되기 전에….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