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수록 늘기만 하는 사교육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2007년부터 사교육 통계를 발표하고 있는데, 통계조사를 위해 그 개념과 범위부터 표준화하였다. 정부는 '사교육이란 초, 중, 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2008년 현재 사교육비 총액은 20조 9,095억 원으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 기준으로 했을 경우 1인당 월평균 31만 원이다.
정부의 정의대로 사교육이 과연 보충교육인가? 가계의 근로소득 대비 9.3%, 가계지출 대비 12.6%를 교육비로 지출하는 데, 그 중 사교육비는 63.3%나 된다. 정부의 입장로서는 보충교육이지만, 가계의 입장에서는 '보충'이라기보다 '자구적인 정규교육'이다.
사교육에는 9만여 개의 사교육관련 기업과 약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취업자가 있다. 역기능을 개의치 않는 GDP 지표를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서비스총조사'는 사교육분야에 사업체수 8만 8,568개, 종사자수 35만 5,298명, 매출액 10조 5,765억 원, 영업이익이 3조 5,031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사교육은 업체 수에서 73.4%, 종사자 29.9%, 매출액 18.8%, 영업이익 56.1%를 점하고 있다.
잘 나가는 사교육의 대기업들
사교육계의 강자는 상장된 사교육 관련 교육서비스 업체들이다. 학습지업계 1위인 대교, 온라인강의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 어학교육 1위인 YBM시사닷컴을 비롯해 비유와 상징, 에듀박스, 정상제이엘에스, 청담러닝, 디지털 대성, 웅진싱크빅, 능률교육, 이루넷 등은 모두 사교육의 강자들이다. 11개 업체의 2007년도 매출액 총액은 1조 8,282억 원, 영업이익은 2,285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09년 종사자 합계는 8,198명이다.
이들 상장업체들은 전체 사교육 업체수의 0.02%, 종사자 2.76%를 고용하고 있지만 매출액은 15.95%나 된다. 5천개 중의 1등 하나가 전체의 약 6분의 1을 독점한다. 나머지 4,999개의 업체가 남은 84%를 가지고 아웅다웅 하고 있다.
또 다른 강자는 대형학원과 고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음성적인 고액과외 공급자들이다. 심야 학원영업 제한과 같은 조치나 단속을 피해, 고급호텔에서 첩보작전을 무색케 하는 고액과외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의 단속도 무용지물이다. 대형학원들은 어떤 교육정책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불법적인 것도 마다하지 않는 노하우와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사교육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은 사교육계 강자들에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중소기업들은 고(高)고용, 저(低)수익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에 대해,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의 경감에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으로 중소학원을 때려잡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과후학교'활성화나 학원교습시간 제한 조치와 같은 정책은 입시경쟁 사회에서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는다고 본다.
서울시에는 예능학원을 제외한 '입시검정 및 보충학습'학원만 2004년 4,765개이던 것이 1,760개나 늘어나 2008년에는 6,525개나 있다. 매년 9.2%씩 증가해 36.9%나 늘어났다. 하지만 취학 학생 수도 줄고, 학원 수강생 수도 64만 6,243명에서 약 8만 5,000명이나 줄어 56만 1,097명을 기록하고 있다. 군소학원들은 수요의 감소를 수강료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해결해왔다. 수강료 최저액은 5만 4,400원에서 14만 5,656원으로 2.68배나 높아졌다. 그러나 학원비 인상률은 중고등학교 납입금 인상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학원비가 대폭 상승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대형학원들이 갖가지 부대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을 늘려온 것과 공교육 정책의 변화에 따라 사교육의 과목이나 종류를 늘리게 되면서 개별 가정의 사교육비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8년 서울시에 있는 학원의 평균적인 모습은, 수강생 수 86명, 학생 23명당 1명꼴의 강사, 한 학원에서 고용하고 있는 강사 수는 3.7명으로, 수강료의 중간값으로 계산한 월 매출액은 약 1,644만원이다. 그러나 실제 보습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동네 학원에서는 수강생이 50명 만 넘어도 안정권이라고 보고 있으며 매출액이 월 1,000만 원을 넘기는 곳은 드물다고 한다. 강사는 2~3년 경력의 4년제 대졸자도 하루 7시간 수업을 해야 월 15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고학력자들의 실업피난처, 학습지 회사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열악한 공급자인 학습지교사와 과외교사는, 2006년도 교육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10만 명, 2007년 서비스 통계로는 7만 846명이다.
김영두(2007)에 따르면 학습지교사들의 소득수준은 상용직의 55.9% 수준에 불과한 월평균 164만 원이다. 주로 명문 대학을 안 나왔거나, 출산 후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는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학습지 회사들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하여 사용자의 기본 의무를 회피하여 사회적으로도 많은 지탄을 받았다.
한편, 과거 대학생들이나 고학력자들이 주변 연고를 통해 알음알음 하던 과외는 인터넷과외알선업체들의 등장으로 옛말이 됐다. 아예 명문대 출신들로만 구성해 규모를 키운 곳도 있다. 이런 곳은 주 2회 4시간씩 수업할 때 월 과외비로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을 받는다. 과외교사가 대학생일 경우는 30~45만 원, 대학원생이거나 졸업한 경우에는 40~60만 원 상당을 받고 있다. 드물지만 80~100만 원을 받는 교사도 있다.
명문대 학벌로 건당 50만 원의 과외비를 받는다고 해도 알선 수수료 등을 떼고 월 3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얻으려면 7건의 과외수업은 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 28시간이며, 주 5일로 계산할 경우 하루 5.6시간이다. 통상 방과 후인 7시 이후에 과외가 이루어짐으로 자정을 넘겨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명문대학이라는 학벌을 가지고 있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일일이 계산할 수 없지만 과외사이트마다 500명씩 과외교사가 등록되어 있다고 해도 10만 명이다. 과외교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반(半)실업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의 약자만 잡는 정부 대책
교육서비스업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100만 명에 이르는 종사자가 있는 사교육시장은 경제위기에서 상당한 고용흡수력을 보이고 있다. 2008년도 고등교육(전문대학 이상) 졸업자 38만 7,487명 중에서 5만 4,094명이 교육산업으로 진출하였다. 이는 7.2명당 1명꼴인데, 그야말로 고용에 있어서는 효자산업이라 할 수 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해고된 대기업 정규직들의 고용 완충역할을 자영업이 담당했지만 결국 공급과잉을 유발했다. 현재 교육산업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사교육에 대한 규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때, 힘 있는 대기업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새로운 생존대책을 만들어 내겠지만, 영세한 공급자들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과의 전쟁은 사교육 내의 약자들만을 소탕한 채 사교육 대기업은 번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